“돈이 안 될 것 같아요.”
“돈이 되는 사업을 하세요. 공모사업에 선정되려면 이렇게 해야 합니다.”
“안 된다니까요. 이 사업은.”

사진 출처 : Mikhail Nilov
이런 말들을 한번쯤 들어봤다면, 당신은 아마 99% 전문 컨설턴트의 컨설팅을 받은 사업경험이 있는 지역 활동가일 것이다. 컨설턴트들은 마을기업, 협동조합, 도시재생, 지역문화, 노인 등 정부사업마다 사업지원에 필요하다는 컨설팅을 하러 지역을 찾는다. 규모와 사업성격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컨설턴트들은 업계 경험이 있거나 관련학계 교수들로 구성된다. 관련 사업의 전문가들이고 컨설팅에 방법론에 대해서도 강의를 듣거나 책을 통해서 또 암묵지로 익혀온 분들이다. 충분한 현장경험과 학습경험을 가진 분들이다.
이렇게 전문적인 역량을 갖춘 컨설턴트들이 사업을 지원하면 지역사업이 가진 문제를 풀고 기회는 빛나야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사업지원 만족도 조사 때마다 컨설팅은 교육과 함께 지원 항목 중에 가장 만족도가 낮은 부문이다. 심지어 반기지 않고 회피하고 싶은 일이 되어버렸다. 이런 상황이니 멀리서 지역을 찾은 전문 컨설턴트들은 얼마나 힘들고 지칠까.
그렇다고 너무 상심할 필요가 없다. 사업 환경에 따라 컨설팅 방법론이 바뀐 것뿐이지 컨설턴트들의 문제는 아니다. 변화된 환경에 따라서 컨설턴트의 전문적인 능력을 전달하는 컨설팅 방법만 개선하면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
지역사업을 상담하고 도와주는 제대로 된 컨설팅을 위해서는 먼저 사전 조사과정을 통해 질문을 잘 구성해야 한다. 아무리 훌륭한 컨설턴트도 지역에 사는 의뢰인만큼 의뢰인의 사업을 오래 생각하고 깊이 고민하기 어렵다. 컨설턴트는 지역에 갇힌 의뢰인이 깊고 오랜 생각에 빠져 미처 보지 못하는 자기 안의 기회와 능력을 찾아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질문은 의뢰인 스스로 지역현장에 바로 적용 가능한 해답을 찾아 실행하도록 하는 힘이 있다. 컨설턴트가 제안하는 아무리 좋은 해답도 의뢰인이 받아들이지 못하고 가지고 있는 역량 밖의 실행성이라면 무의미한 컨설팅이 되고 만다. 이러한 경우에 몇몇 컨설턴트는 “의뢰인의 능력이 안 된다.”, “지역에 자원이 부족하다.”는 말을 하기도 하는데 이것은 오히려 컨설턴트의 역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성공모델에 따라 전문적인 지도를 하거나 명확한 지침을 줘야한다는 강박과 자기중심에 빠진 잘못된 태도에서 비롯된다. 게다가 질문은 컨설턴트가 의뢰인에게 지역과 사업을 어느 정도는 이해하고 왔다는 호감의 표시기도 하다. 이 호감이 의뢰인의 컨설팅 수용성을 높여 대화를 부드럽게 만들어준다. 경영학 구루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도 컨설팅에서 질문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문제의 답은 이미 의뢰인에게 준비되어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가 교수로 재직했던 켈로그경영대학원에서는 아직도 컨설팅을 위한 최고의 질문이 비기(秘記)처럼 내려오고 있다. 언제인가 광화문 교보생명빌딩 글 판에 ‘이 우주가 준 우리에게 준 두 가지 선물, 사랑하는 힘과 질문하는 능력’이라는 문장이 걸려있었다. 그만큼 질문은 위대하고 컨설턴트가 꼭 갖춰야 할 능력이다.
다음은 컨설턴트의 경험과 판단으로 의뢰인의 지역사업을 “돼, 안 돼”식으로 이분법적으로 단정하거나 컨설턴트 스스로 사업의 목표를 결정하는 실수를 하면 곤란하다. 다원화되고 취향이 중요한 트랜드가 된 사회에서 모든 지역사업은 ‘무엇’보다 ‘어떻게’의 문제이다.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모든 지역사업들은 충분히 기회를 가질 수 있다. 포화상태고 성숙시장이라고 하는 카페사업도 계속 새로운 컨셉트의 카페가 창업되고 성공하고 있지 않은가. 누구도 의뢰인의 지역사업을 함부로 단정할 수 없다. 단정을 하기 전에 ‘yes, and’방식에 따라 지역사업 아이디어가 발전될 수 있도록 잠재성을 발견하고 가능성을 제안해야 한다. 또 지역사업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기 때문에 목표라는 결과를 향해 과정을 지나치면 지역사업이 제대로 성장할 수 없다. 목표지향에서 갈등과 경쟁이 시작되고 가치는 훼손된다. 결국 사업의 주체는 지역의 주민이고 주민주도성도 여기서부터 나온다.

가장 좋은 컨설팅은 스포츠경기의 패스와 같다. 좋은 질문(대화)이라는 패스를 받아 의뢰인의 타이밍과 기술로 결정적인 골을 넣게 하는 일이다. 영화로 보면 주인공이 최고의 활약을 펼치도록 하면서 위험을 방지해주는 든든한 버팀목과 같은 영화 배트맨에 나오는 충직한 집사(執事) 알프레드 페니워즈Alfred Pennyworth 같아야 한다.
지역을 찾는 컨설턴트들이여 부디 이제는 1시간 동안 50분 말하지 말고 자기경험을 일반화하여 지도하지 말기를. 지역활동가들과 질문하고 대화하며 컨설턴트가 가진 최고의 능력인 통찰력에서 나오는 날카롭게 벼려진 말 한마디로 지역사업에 막힌 혈을 풀어주기를. 지역주민들이 일을 시작할 힘을 주기를.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지역사업이 잘 되기를 기도드리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