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그린 그림] 춤추는 코알라

호주 산불로 죽어간 10억 생명체를 추모하며...

춤추는 코알라

불이야!
외치며 날아가는 앵무새
예견된 재앙을 뚫고 질주하는 캥거루

코알라도 도망가고 싶지만
DNA에 아로새겨진 느림의 미학
본능대로 유칼립투스 나무를 오르고 오르다
천 개의 고원에 이르자 희뿌연 지옥도가 펼쳐진다.

목화 재배를 위한 과도한 물 낭비로 지하수가 고갈되고
석탄 수출과 소비를 통해 어마무시한 탄소를 배설하고
도시 확장을 위해 숲을 파괴하니
물길과 바람길이 바뀌며

온난화가 가속되고
기후가 변한다.
기괴하게

파열하는 문명의 굉음
개발이라는 이름의 폭주 기관차를 타고
네로황제가 쏘아 올린 불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만들어 낸 저주를 막기 위해
코알라가 춤을 추기 시작한다.
인디언의 춤을
기우제의 춤을
그러나 탈수증세를 보이다 혼절하고 수직 하강…
툭……

여긴 어디, 난 누구?
죽다 살아난 코알라를
잠잠히 바라보는 상처 입은 동물들

낯선 이곳은
땅굴 파기의 달인 웜뱃이
화마를 피하는 동물들을 대피시키고
돌봄과 회복의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땅굴이었다.

이제 막 깨어난 코알라를 위해
작은 벌새 크리킨디가 물을 가져다준다.

하늘에서는 게릴라성 집중호우가 내리고
동시에 고구마 비, 당근 비도 내린다.

코알라는 혼자가 아닌
친구들과 더불어 함께
지속가능한 춤을 춘다.

시밥

시가 밥이 되고
밥이 시가 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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