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실리테이터의 마음 근육

우리에게는 다른 사람의 의견을 받아들일 수 없는 많은 이유가 있습니다. 회의나 교육에서 진행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게 돕는 역할을 하는 퍼실리테이터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상대방과 의견이 다를 때 우리의 마음 근육을 더 쓰고 싶지 않아서가 아닌지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퍼실리테이터의 기본은 좋은 경청과 매력적인 중재, 그리고 세련된 발표입니다.

첫 번째 덕목은 경청입니다. 10년을 토론진행자로 활동하면서 좋은 경청자의 역할을 반복하다 보니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 호감을 느끼고 좋은 감정으로 다가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두 번째는 매력적인 중재. 사람들이 각자의 입장에서 서로 주장할 때 저는 어느 편의 입장에 서지 않고 늘 중립적인 태도를 가집니다. 누구의 의견이든 그 사람 입장에서는 맞고 상대편 입장에서는 틀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시시비비를 따지는 일에 잘 연루되지 않습니다.

세 번째, 세련된 발표자라는 것은 말을 유창하게 잘 해내는 것이 아니라 토론회에서 입론자의 입론 내용을 그 사람의 언어로 정확히 요약하고 정리하여 모든 참여자가 한 번 더 들을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개인적인 생각은 덧붙이지 않습니다.

우리 모두 함께 행복하기 위해서는 내가 소중한 만큼 다른 사람의 소중함을 늘 기억해야 합니다. 사진출처 : SHVETS production https://www.pexels.com/ko-kr/photo/7176286/
우리 모두 함께 행복하기 위해서는 내가 소중한 만큼 다른 사람의 소중함을 늘 기억해야 합니다.
사진출처 : SHVETS production

회의 진행자로 많이 알려진 퍼실리테이터로 늘 낯선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의견을 듣고 수렴하여 함께 좋은 결과물을 도출해 내는 조력자 역할을 하면서 퍼실리테이터의 마음 근육이라는 강의를 하게 됐습니다. 우리가 늘 삶에서 마음 근육을 이완시켰다가 수축시켰다가 하면서 살고 있음에 대해 예전에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경력단절여성에서 벗어나는 것이 뭔지도 모르게 추천으로 자연스럽게 프리랜서 일을 다니며 그 일을 잘 해내고 싶은 욕심에 스스로 터득한 비결이 마음 근육 훈련입니다. 부산에 많은 강사들을 대상으로 ’퍼실리테이터의 마음 근육‘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한 후에 마음 근육은 저의 모든 강의에 접목되는 주제입니다. 민주시민의 마음 근육, 학부모의 마음 근육, 교사의 마음 근육 등입니다.

눈 떠서 가장 먼저 만나는 작은 공동체 가정에서부터 마음 근육 조절이 얼마나 필요한지 절실히 느끼며 살고 있는 중딩 고딩 학부모입니다. 이제 생각해 보니 저의 퍼실리테이터 역할은 관계에서 제게 닥칠 어려움을 위해 감사히 준비된 인턴십이었음을 글을 쓰며 깨닫습니다.

회의에서나 조직에서나 작든 크든 집단에서 리더는 늘 제일 우두머리에서 끌고 가려는 성향이 있습니다. 퍼실리테이터는 앞서 끌고 가는 사람이 아니라 옆에서 조력하는 사람으로 사람들이 스스로 자기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격려하고 지지하며 응원하는 역할입니다.

저도 어른으로 학부모가 되어 무조건 자식은 부모가 이끄는 대로 따라오는 것이 최선인 줄 착각했던 시간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조직에서 리더의 생각이 최고라고 최선이라고 생각하며 자신보다 나이가 적거나 직급이 낮거나 환경이 더 열악한 사람에게 무조건 지시로 끌고 가는 경향이 일반적입니다. 그 속에는 물론 사랑하기 때문에, 좋은 결과물을 위해서, 도와주려고 등 등 많은 이유가 있으나 결과적으로 함께 행복한 방향으로 나아가지 못합니다. 우리 모두 함께 행복하기 위해서는 내가 소중한 만큼 다른 사람의 소중함을 늘 기억해야 합니다. 나이에 상관없이, 직급에 상관없이, 환경에 상관없이 모두의 의견은 똑같이 동등하게 소중합니다.

사람을 대할 때 평가하는 기준이 무엇입니까. 마음을 더 이상 확장 시키고 싶지 않을 때는 언제입니까. 마음의 주인은 우리 자신입니다. 그 마음의 근육을 주장할 권한도 우리에게 있습니다.

퍼실리테이터는 회의장에서 사람을 담는 그릇이라고 저는 표현합니다. 참여한 사람들의 의견을 하나 빠짐없이 잘 담아서 좋은 결과물을 도출해 내는 좋은 그릇입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을 담고 싶지 않은 많은 이유를 가집니다.

우리의 마음 근육을 더 쓰고 싶지 않아서가 아닌지 한번 생각해 봅시다. 마음도 근육처럼 계속 훈련하면 보기도 좋아지고 건강해져서 스스로 행복합니다. 우리는 서로에 대해 더 착해질 수 없는 똑같은 존재입니다. 마음 근육 훈련은 착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소중함이 같은 인격체로서 서로를 존중하는 것입니다.

정현진

동명대 두잉학부 객원교수, 한국퍼실리테이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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