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의 詩] 그린맨

생명의 소중함을 자각하고 건강한 삶을 격려하는 생태시 한 편.

김삿갓도 다녀가고

길산이 살기 딱 좋은 금곡사 협곡

여기도 바다였대

계몽주의를 싫어하지만

그러니까 이 바위성이

곤드와나 대륙의 해변 모래톱이었대

그들이 적도를 지나 또 다른 대륙과 만나 격하게 사랑 했던 거야

성이 되었어

땅끝까지 백리

김삿갓은 시를 쓰고

길산이는 원님 일행을 털고

사라졌어 해변 속으로

나는 해변에 앉아

에디아카라를 생각해

동물도 식물도 아닌 멸종한 에디아카라 사람들

나뭇잎 같았대

뼈가 없었대 껍데기도 입도 눈도 손도 없었대 살았대

물결에 따라 춤추는 양탄자처럼 살다가 사라졌대

채식주의자는 아니지만

엽록소가 있었으면 좋겠어 손톱에

피부에도

싸우지 않고 뿌리를 내리고 살 거야

에디아카라 사람들처럼

햇살과 물이면 충분하잖아

이빨도 뿔도 없던 시절처럼

지구를 푸르게 바꾸었던 초록 선조들처럼

하루 종일 뜨개질 할 거야

밤에는 별 흐르는 소리를 들을 거야

금곡사 입구. 사진제공 : 심규한
에디아카라 상상도. 사진출처 : Ryan Somma

심규한

강진에 살며 자연으로부터 배우고 나누는 삶을 꿈꿉니다. 출판물로 시집 『돌멩이도 따스하다』, 『지금 여기』, 『네가 시다』,『못과 숲』, 교육에세이 『학교는 안녕하신가』, 사회에세이『세습사회』 그리고 대관령마을 미시사 『대관령사람들이 전한 이야기』(비매품)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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