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정령이여
꿈꾸듯 하얗게 하늘을 날아다니고
떨어지는 빗방울이여
캄캄한 어둠 속 영글어 춤추며 나리는 눈송이여
하늘을 가득 품은 바다여 파도의 하얀 포말이여
콸콸 수돗물이여
약수 한 모금이여
세상의 온갖 오물을 품고 흐르는 하수돗물이여
끝없이 흐르고 흐르는 물이여
골골이 모인 시냇물이여
들판 가로질러 유유히 흐르는 강물이여
땅속을 조용히 흐르는 지하수여
버섯의 그물을 타고 잔뿌리를 타고
고속도로로 몰리는 차들처럼
갈참나무 우듬지까지 치솟는 생명이여
손그릇에 담아 너를 마신다
한 때는 미르라 불렸고
세상의 죄와
영혼을 씻어 내렸던 물이여
해골에 고인 너를 마시고
덩실덩실 춤을 추었던 새벽스님처럼
영원을 품은 물이여
세상을 안개로 감싸고
세상을 이슬로 적시고
세상 가득 없는 곳 없어
돌에도 불에도 별에도 출렁이는 물이여
내 안에서
또 우주 안에서 가득한 물이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