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란국이 먹고 싶다
아릿한 맛 들깨가 풀어져 고소하고
혀 위에서 미끌거리며 녹는 맛
삽겹살이나 갈비보다
오늘 오후처럼
양푼에 소복이 뜯은 쑥에 파를 넣은 쑥국을 먹고 싶다
봄 햇살에 며칠 아기손 같이 펴진
쑥잎이 살며시 아삭하게 씹히는
오미라고 하지만 무식한 소리
그 사이 어금니로 살짝 뭉개는 파맛
쫄쫄이같이 어금니로 꽉 물고 손으로 당겨 끊거나
앞니로 독독 갉아 먹는 사과 맛
혀로 핥는 설탕친 토마토 국물맛
불 향기 벤 옷자락 냄새
약숫물의 시원함 박하의 청명함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포근함
하루 종일 말하지 않고 혼자 차려먹는 한 끼 밥맛
일요일의 부추전의 살짝 질긴 섬유질과
이에 달라붙으려는 글루텐의 뭉글함과 포두씨유의 느끼함과
그것을 잡는 짭짤함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아무 일이 없다는 여유의 맛
잔칫날 온갖 색과 맛으로 비벼진 잡채
새 솔가지의 시고 흠씬하며 아삭한 맛
오월 라일락잎의 죽을 정도로 쓴 맛
장마철 은행잎의 위로
그런 걸 어떻게 오미로 말할까
미식가는 아니지만 먹고 싶고 먹고 싶은 건
살고 싶은 것이다

[한편의 詩] 토란국을 생각하다가
생명의 소중함을 자각하고 건강한 삶을 격려하는 생태시 한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