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만들어가는 것의 가치, 그 어려움에 대하여 -노느매기 조합원 이야기

영등포에 있는 노숙인일시보호시설 햇살보금자리. 이곳에서 만난 노숙 유경험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경제적・정신적인 자립을 꿈꾸며 협동조합 노느매기를 만들었다. 저마다 구구절절한 사연을 가진 구성원들이 서로 협력하고 때로는 좌절하면서 노느매기라는 조직을 구성해나가는 과정을 소개한다.

조합원 1의 이야기

2012년 햇살보금자리라는 노숙인일시보호시설에서 진행하는 사업 중 아웃리치1 사업에 참여하게 되었다. 영등포역이나 그 주변 공원 또는 쪽방촌과 샛강 다리 밑 등에서 노숙하시는 분들을 찾아가 생필품, 의약품 등을 직접 지원하거나 시설 안내를 하거나 다양한 복지 제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업무를 하는 것이었다.

영등포역 대합실 롯데리아 부근에서 우리 일행을 유심히 지켜보시다가 용기내어 말을 걸어오던 분이 있었다. “무슨 일을 하고 계세요”라는 질문에 햇살보금자리라는 시설을 소개했고 그 분을 며칠 뒤 햇살에서 뵙게 되었다. 자연히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게 되었다.

그분과 상담을 진행하였고, 의류도소매업 일이 파산하게 되었고 가정도 해체되어 노숙의 위기에 처했다가 아웃리치로 소개받게 되어 다행히 시설에 입소했다고 말씀해주셨다. 그분에게 적당한 노숙인 복지 자원을 연계했고 노숙인 특별자활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며 소정의 급여도 받을 수 있게 지원했고 시설 축구 소모임 활동에도 참여하셨다. 특히 축구에는 발군의 실력을 뽐내셨고 주전과 주장으로 맹활약을 하셨던 기억이 아련하다. 본인이 어느 조직이든 감투를 잘 쓰는 위치였다는 말도 종종 듣곤 했다. 노느매기 조합원으로 참여하면서 특유의 성실함으로 초창기부터 반상근 실무자로 근무를 시작하였다.

둘 다 '자활'이라는 이름 아래 있지만, 보조금으로 유지되는 일자리와 스스로 수익 사업을 통해 경영을 해야 하는 협동조합의 생리는 아주 다르다. 
사진출처 : Markus Spiske  
https://unsplash.com/photos/IiEFmIXZWSw
둘 다 ‘자활’이라는 이름 아래 있지만, 보조금으로 유지되는 일자리와 스스로 수익 사업을 통해 경영을 해야 하는 협동조합의 생리는 아주 다르다.
사진출처 : Markus Spiske

어느 날 갑자기 경찰관이 그분을 찾으러 왔다고 한다. 파산을 하는 과정에서 생긴 문제로 인해 감옥을 가야했던 것이다. 경찰에 자진출두를 하게 되었고 영어의 몸이 되었다. 당시 이사장이었던 김건호 목사님은 종종 면회를 갔고 조합원들은 편지를 썼다. 나도 몇 통 썼던 기억이 난다. 답장이 오고 서로의 근황을 묻고 조합의 소식도 알리고…. 출소를 하는 날 함께 맞이하러 갔던 기억이 난다. 계절이 바뀌어 갈아입어야 할 옷을 챙겨가지고. 현재 그분은 노느매기 정규실무자로 함께 활동하고 계신다.

노느매기에서 많은 일들을 함께 겪으며 때로는 힘듦이 상한가를 칠 때 그분은 당시를 회상하며 막막하고 절망적인 나날을 버티게 해준 조합원들의 편지가 희망이었고 그 기억이 힘듦을 상쇄하는 힘이 되어 준다는 고백을 하곤 하신다. 요즘에는 명절마다 가족들과 왕래도 즐겁게 다녀오시는 듯 하다. 평범한 일들이 오랜 시간 돌아서 이뤄진 기분 좋은 일이다.

조합원 2의 이야기

햇살보금자리에서 지금은 1년 365일 급식을 하지만 2016년쯤까지는 동절기와 명절 급식만 제공되었다. 시설을 이용하시는 분들 중에는 주방장 경력이 있는 분들도 많았다. 조합원2도 그 중 하나였고 동절기 주방장 직무를 맡아 주방을 지휘했다. 젊은 시절 욱하는 혈기로 직장 상사에게 상해를 입힌 후 교도소를 다녀온 이력이 이분 또한 있다. 빨간 줄이라고 하는 것이 새삼 무서운 현실 앞에 도전과 용기라는 단어는 먼 나라 이야기였다.

그러던 중 시설이 365일 급식을 시작한 후 조리사 자격증이 있는 분을 고용해야 한다는 방침 이후 일자리가 사라지게 되었다. 물론 특별자활 일자리, PC방 알바, 실업급여 수급 등으로 생계를 이어갈 수는 있었다. 그러나 햇살보금자리의 갑작스런 조치가 마음을 상하게 한 탓인지 시설의 지원을 받고 싶지 않다고 했다.

노느매기 사업 중 빨래비누 제조 업무를 꾸준히 해보실 것을 권유하였고 적은 급여지만 함께 해보겠노라 하셨다. 손끝이 야문 덕인지 음식처럼 비누도 짧은 시간에도 무척 잘 만드셨다. 마치 작품을 창조하듯 정성껏 애틋한 마음으로 비누를 지켜보고 온도와 습도에 민감한 아이들을 요리조리 살펴주시는 모습을 보았다. 현재 3년차 실무자로 근무하고 계신다. 노느매기 비누에 큰 자부심을 가지고 계신 듯 보인다.

아주 가끔 숙취로 결근을 하긴 하지만 대체로 엄청 성실하게 꾸준히 일하고 계신다. 보통 일이 지치고 힘들면 실업급여의 유혹을 받기 십상인데 노느매기에서 일을 한다는 것은 지속가능하고 안정된 일자리를 스스로 만들어간다는 의미이기도 하기에 불혹하고자 하는 것이라 미루어 짐작해본다.

노느매기가 2020년부터 사업을 확장하면서 취약계층 집수리사업, 소독방역, 청소사업 등을 수행하게 되었다. 곰팡이 가득 핀 벽지를 뜯어내며 제대로 된 도구가 없이 찜통 더위에 반지하 도배를 하게 하고 32평짜리 고급빌라 입주청소를 하루 종일 했어야 했다.

임계점이라는 것이 있었을까? 급기야 2021년 12월 전체 직원 제주도 워크샵에서 ‘너무 힘들다. 내가 아니 우리가 노예가 된 것 같다’라고 울분을 토하셨다. 많이 힘드신 탓이겠거니 생각하려 애쓰지만 어딘가부터 잘못된 것인가하는 생각에 견디기 힘들 정도로 가라앉았다. 햇살보금자리에서 자활하고 공공근로하고 실업급여 받으면서 지내도 되는데 이게 웬 개고생이냐고…월급도 많이 안 주는데 노느매기 가서 일하면 힘들다고 아무도 노느매기 가고 싶어하지 않는다라는 이야기도 들려왔다.

우리가 하는 일들이 얼마나 사회적으로 유의미하고 보람있는 일인지 알고 있지만, 힘든 건 힘든 거다. 다만 같이 만들어간다는 것을 서로 잊지 않기를 바랄 뿐. 
사진출처 : Teslariu Mihai  
https://unsplash.com/photos/KRYGzRjxdZg
우리가 하는 일들이 얼마나 사회적으로 유의미하고 보람있는 일인지 알고 있지만, 힘든 건 힘든 거다. 다만 같이 만들어간다는 것을 서로 잊지 않기를 바랄 뿐.
사진출처 : Teslariu Mihai

사실 노숙인 자활사업의 노동 강도와 노느매기 협동조합의 노동 강도는 비교 불가라고 생각한다. 보조금으로 유지되는 일자리와 스스로 수익 사업을 통해 경영을 해야 하는 협동조합의 생리는 아주 다를 것이다.

우리가 만든 조합을 우리의 힘으로 경영한다는 것의 의미가 이토록 힘든 것인가? 자본시장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을 뛰고 있는 혹은 저평가된 노동시장에서 분투해야 하는 취약계층 비숙련 노동자의 삶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단어가 ‘노예’였을까? 또는 자기결정권이 없이 끌려가고 있다는 생각에서 나온 발언이었을까?

사람들은 정말 보람있는 일자리와 적지만 지속가능한 수입이 보장되는 일거리보다 나라에서 주는 복지 혜택 정도로 만족하며 늙어가고 싶을까 하는 회의가 생기기도 했다.

협동조합 노느매기가 마을기업으로서의 어떤 역할이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조합원들에게 강력하게 제안했던 것이 취약계층 집수리 사업이었다. 우리가 지내던 임대주택 살이의 경험을 살려 일용직 경험을 살려 집수리 사업을 해보자고 사업 전환을 제안했고 더불어 청소방역, 건물위생관리업 등의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한 것이었다. 다들 좋다고 했고 잘해보자고 했지만 힘들었을 것이다.

솔직히 무모하기도 했다. 도배, 설비 자격증 등 조합원들이 보유하고 있지만 실전 경험이 많다고 할 수는 없었다. 의류 판매, 비누 제조에 비해 훨씬 빡세고 힘든 집수리 현장에서 ’내가 여기서 왜 이러고 있나‘하는 생각들을 많이 했을 것이다. 자신감이 없으니 현장에 나갈 때마다 갈등이 생겼다. 노예 발언의 시발점이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걱정과 우려와 달리 자신들 힘으로 수리 마치고 돌아오면 의기양양 무용담을 말해주곤 했다. 그러면 서로 격려하고 열리는 가능성에 희망을 말하기도 했다.

집수리 사업을 하면서는 한 편으로는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수혜자들이 베푸는 배려와 감사의 말씀이 조합원들의 자존감을 살리기도 했다. 더불어 매출도 상승하면서 자연스럽게 조합원들이 바뀐 사업 방향에 대해 수긍도 하고 지속적으로 힘듦을 토로하지만 발전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리더 한 명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협동조합은 사실 그렇게 단단하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조합원들이랑 리더 그룹의 비전과 가치 공유가 더불어 성장해야 하는 노느매기에는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가끔 조합원들에게 우리가 하는 일들이 얼마나 사회적으로 유의미하고 보람있는 일인지 열심히 강조한다. 그러면, 잘 알고 있지만 힘든 건 힘든 거고 적절한 보상도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맞는 말이다. 다만 같이 만들어간다는 것을 서로 잊지 않기를 바라고 당부하고 싶다. 조합원들은 누군가를 도우면서 보람이 생기고 두려움을 극복하고 현장 경험이 쌓일수록 더욱 자신감이 생겨날 것이다.

노느매기는 작은 조직이다. 사실 불확실한 미래 앞에 여전히 두려움이 많다. 생존을 위해 달려온 시간의 몇 배로 향후 5년과 10년 이후를 준비해나가는 소통과 교육 훈련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노느매기의 역사를 아시는 마을 사람들의 따뜻한 관심과 격려가 없었다면 지금 노느매기는 문 닫았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지역에 요청에 부응하고 마을 사람들과 만나면서 물들어가고 새로운 도약을 기대하며 기존의 해오던 사업들과 레벨업 또는 벌크업해나가면서 마음의 힘도 기르고 몸에 힘도 길러갈 수 있도록 노력해가야겠다.

조합원 1과 2가 스스로를 대견하게 여기며 가족에게도 자랑스럽게 자신의 직업을 말하고 그 직업을 통해 과정과 결과물로 빚어내는 열매들로 지역사회에서 사랑받는 노느매기의 일원이 되어가고자 한다.

박상호

사회적협동조합 노느매기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노느매기는 경제적취약계층 남성 독신가구들이 모여 사회적 관계망을 만들고 스스로 돕고 성장하며 마을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창립된 협동조합입니다.
영등포구 주민이 되고 싶은 강서구민이며 새로운 탐험을 좋아하고 매사에 열정적으로 임하며 주위 사람들과 더불어 에너지를 찾아내는 것을 활력으로 여기며 즐겁게 살아가는 중년입니다.

댓글 1

  1. 마음이 먹먹해지는 글입니다. 본인이 번 돈으로 본인이 생활하게 되는 게 값진 일이지만, 정작 그걸 느끼시기까지는 너무 힘들고 어려운 일이죠ㅠ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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