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기업’ 두산의 보복소송에도 기후운동은 멈추지 않아!

2022년 3월 26일, 분당 두산타워 앞에서 기후정의 시민불복종 집회가 열렸다. 2021년 2월 베트남·인도네시아 석탄발전 수출 사업이 통과되자, 청년기후긴급행동은 두산타워 조형물에 녹색 스프레이를 칠했다. 이에 두산중공업은 청년기후긴급행동을 상대로 1,840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민사재판이 시작된 3월 23일을 계기로 기후위기 시대 기업의 기만을 폭로하고 기후정의를 선언하는 집회가 동일한 장소에서 열린 것이다.

3.26 기후정의 시민불복종 집회 현장. 사진제공 : 청년기후긴급행동
3.26 기후정의 시민불복종 집회 현장. 사진제공 : 청년기후긴급행동

“치이이익… 취이익…”

2022년 3월 26일 토요일 오후 2시, 분당 두산타워 앞. 거리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느닷없이 스프레이 칠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당신들 누구야? 여기 사유지인 거 몰라?!!“

스태프 목걸이를 찬 남성이 무대를 향해 외쳤다. 그러자, 만화영화 《포켓몬스터》의 ‘로켓단’ 배경음악과 함께 청년기후긴급행동 이나경, 오지혁 활동가가 대답했다.

“우리가 누구인지 물으신다면, 대답해드리는 게 인지상정!”

“지구의 파괴를 막기 위해, 이 세계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사랑과 분노로 세상의 진실을 알리는, 우리는 김공룡과 친구들!!”


안녕하세요, ‘김공룡과 친구들’은 청년기후긴급행동의 별명입니다. 청년기후긴급행동은 2020년 1월에 출범한 비폭력 직접행동 단체로서, 기후위기 시대의 진실을 말하고 행동하고자 모인 20~30여 명의 청년들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분당 두산타워에 다시 찾아간 건 약 1년 만의 일이었는데요, 지난 3월 26일에 개최한 〈기후악당 대기업, 누가 압박하누?〉 기후정의 시민불복종 집회의 배경을 설명 드리겠습니다.

“대한민국 국회는 기후위기 대응이 국가 범위를 뛰어넘는 전 지구적으로 추진되어야 하는 과제임을 인지하고, 국제적으로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하여 정부와 적극 협력한다.”

2020.9. 국회 기후위기 비상선언 결의안

“환경을 위해 자발적으로 실천해 온 우리 국민들과 ESG 경영에 적극적으로 나선 기업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지난해 2050 탄소중립이라는 이정표를 세울 수 있었습니다.”

2021.8. 문재인 대통령 연설

2020년은 대한민국 국회가 기후위기 비상선언을 하고, 정부가 2050 탄소중립을 발표한 해였습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삼척, 고성 등 국내에 새로 짓고 있는 석탄발전소들로도 모자라 수출경제 진작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베트남, 인도네시아 석탄발전소 수출 사업마저 통과시켰습니다. 이로써 두산중공업을 비롯한 국내 기업들이 아시아 각지에 생태학살과 기후위기를 가속화하는 사업을 추진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기후위기 시대 “경제 선진국” 대한민국의 민낯입니다.

아시아는 기후위기에 가장 취약한 대륙이면서, 석탄 산업에 가장 많이 투자하고 있는 대륙입니다. 그런 아시아에 전 세계 인구 수 58% 이상의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약 46억 명) 우리는 베트남 붕앙-2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사업에 참여하는 국내 기업들과 기관들(두산중공업, 삼성물산, 수출입은행, 하나은행, 한국전력공사)을 대상으로 질의서를 작성해 메일을 보내고, 직접 전화도 걸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우리를 극성 민원인으로만 여길 뿐, 거들떠조차 보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우연히 기사를 통해 두산그룹이 분당에 신사옥을 지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고, 우리는 직접 찾아가서 우리의 할 말을 몸소 보여주기로 했습니다.

2021년 2월 18일, 청년기후긴급행동은 분당 두산타워 앞에 설치된 ‘DOOSAN’ 조형물에 녹색 수성 스프레이를 칠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우리는 현재 민·형사 재판을 치르게 되었습니다. 500만원 구형으로 시작된 형사재판에서 판사는 ‘피고인들이 공익에 헌신한다고는 하지만, 그 활동은 어디까지나 법질서 테두리 내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며 공소 사실을 전부 유죄로 인정했습니다. 이에 우리는 항소를 제기했고, 다음 공판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또 다른 하나는 민사재판입니다. 두산중공업은 우리의 직접행동으로 인한 정신적 충격과 이미지 실추를 금액으로 환산해 우리를 법정에 세웠습니다. 그 값이 바로 1,840만 원입니다. 그렇게 우리는 피고로서, 원고 두산중공업에 대항하는 법적 실체가 되었습니다. 비폭력 직접행동은 거대한 권력 앞에 저항하는 우리의 존재를 드러내는 효과적인 수단입니다. 2022년 3월 23일, 민사 소송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이를 기념하며 우리는 2022년 3월 26일에 분당 두산타워 앞에서 대중 집회를 개최했습니다.

(좌) 2021. 2. 비폭력 직접행동, (우) 2022. 3. 기후정의 시민불복종 집회. 사진제공 : 청년기후긴급행동
(좌) 2021. 2. 비폭력 직접행동, (우) 2022. 3. 기후정의 시민불복종 집회. 사진제공 : 청년기후긴급행동

기업은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데 매우 능합니다. 스스로 인류의 발전과 국가의 경제성장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환경까지 지키겠다며 위기의 해결사를 자처합니다. 두산중공업은 ‘두산의 에너지 기술로 인류의 삶을 더 윤택하게, 지구는 더욱 청정하게 만들겠다’며 회사명을 ‘두산에너빌리티’로 변경했습니다. 문재인 정권 아래에서는 그린뉴딜 풍력발전 수혜기업으로, 윤석열 정권 아래에서는 원전 SMR 수혜기업으로 등극한 대표적인 기업이 바로 두산중공업입니다.

국경을 초월하는 대기업의 영리 활동이 생태계, 지역사회, 기후위기에 미치는 피해를 목격한 우리들의 분노는 정녕 어디로 향했어야 정당했을까요? 집회 현장에서 ‘기후위기 기독인연대’ 소속 김영준 활동가는 “점점 심각해지는 기후위기에 맞서 이러한 비폭력 직접행동은 점점 더 많아질 것”이라며 “우리는 기후위기를 막게 될 첫 세대이자 마지막 세대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발언했습니다. 얼마 전 출간된 책 『침묵의 범죄 에코사이드』의 저자 조효제 교수는 “기후-생태위기 앞에서 시민들이 전개하는 평화적 투쟁은 사람과 자연을 살릴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길입니다. 이런 운동에 동참하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희망적인 미래를 열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응원과 함께 연대의 메시지를 보내셨습니다.

현행법은 회사 앞에 설치된 조형물과 같은 사유재산을 보호하는 데에는 효과적일지는 몰라도, 우리 모두의 터전인 지구 생태계를 보살피는 데에는 총체적으로 실패하고 있습니다. 동물해방에 앞장서는 ‘직접행동 DxE’의 은영 활동가는 “친환경 이미지만 소비하고 진실을 가리는 마케팅에 천문학적인 돈을 쓰는 기업이 활동가들의 직접행동 또한 돈으로 무마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두산중공업을 비판했습니다. 우리는 기업이 착취적으로 돈을 버는 자본주의 국가의 국민이기 이전에, 물과 공기와 땅,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생명들과 연결된 지구 생태계의 일부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행동을 규율하는 법질서 또한 지구 자연의 생태적 질서에 부합하기를 원합니다.

3.26 기후정의 시민불복종 집회 현장 사진제공 : 청년기후긴급행동
3.26 기후정의 시민불복종 집회 현장 사진제공 : 청년기후긴급행동

이 외에도 현장 발언으로 멸종반란 활동가 랑, 기후정의동맹 활동가 서린, 유은강 녹색당 기후정의위원장, 김현정 경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양연호 그린피스 캠페이너, 장혜영 정의당 국회의원, 최다한 성공회대학교 인권위원회 위원, 60+기후행동 윤정숙 공동운영위원장, 오동재 기후솔루션 연구원이 함께해 주셔서 집회의 열기는 뜨겁게 이어졌습니다. 이에 청년기후긴급행동은 만화영화 《원피스》의 주제곡 “우리의 꿈” 노래를 개사해 짧은 공연으로 화답했습니다.

“내 어린 시절 우연히 들었던 믿지 못할 한 마디
기후위기 심각하단 절망적인 얘기 내게 꿈을 심어주었어
말도 안돼 고개 저어도 내 안에 나 나를 보고 속삭여
세상은 꿈꾸는 자의 것이라고 용기를 내 넌 할 수 있어

쉼 없이 흘러가는 시간 이대로 보낼 수는 없잖아
함께 도전하는 거야 너와 나 두 손을 잡고
우리들 모두의 꿈을 모아서

외로움과 두려움이 우릴 힘들게 하여도 결코 피하지 않아
끝없이 펼쳐진 드넓은 바다에 희망이 우리를 부르니까
거센 바람 높은 파도가 우리 앞길 막아서도 결코 두렵지 않아
끝없이 펼쳐진 수많은 재판들 밝은 내일 위한 거야

Shame on! Doosan!”

3.26 기후정의 시민불복종 집회 현장. 사진제공 : 청년기후긴급행동
3.26 기후정의 시민불복종 집회 현장. 사진제공 : 청년기후긴급행동

무대 일정을 마치고 우리는 분당 두산타워 일대를 행진하며 각자 준비해 온 피켓을 들고 “기후악당 누가 압박하누? “바로! 우리!”, “Shame on! Doosan!” 구호를 크게 외쳤습니다. 그렇게 3월 마지막 주말 오후, 분당 두산타워 앞에서 열린 기후정의 시민불복종 집회는 성황리에 막을 내렸습니다.

우리는 이상주의자입니다. 역사는 이상주의자들이 도전하고 좌절하는 만큼 발전합니다. 동시에, 우리는 현실주의자입니다. 우리는 불의한 사회에 본격적으로 개입하는 것만이 유일한 희망이자 기회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 깊이 뿌리내린, 사유재산을 불가침의 성역으로 여기고 기업의 영리 활동에 무한한 자유를 부여하는 우리 시대의 이데올로기에 도전할 때입니다. 이윤보다 생명이 우선되는 세상을 바라기만 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우리는 법과 상식을 되찾을 것입니다. 우리가 함께 행동할 때 삶은 훨씬 더 의미 있고, 훨씬 더 재미있을 것입니다.

강은빈

정치학을 공부하다가 2020년 기후운동에 뛰어들었다. 더 나은 지구를 상상하는 이들과 관계 맺고 배우며 느리게 무너지고 있다. 무너진 자아에 평화와 사랑이 깃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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