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의 여성편중 문제와 남성참여를 위한 제안

현재까지 한국사회에서 활발하게 논의되지 않은 남성 돌봄자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남성 돌봄자가 불가피하게 등장할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를 제시하고, 남성 돌봄자의 돌봄 특성을 정리하였다.

코로나19 사태로 기존 젠더 경계가 더 나은 방식으로 변하리라는 낙관적 전망도 등장했다. 비대면 재택근무를 통해 좀 더 나은 방식으로 일과 돌봄의 균형을 추구할 수 있게 됨으로써 여성의 부담이 줄어들고, 남성도 아동 돌봄과 가정학습 책임을 분담함으로써 기존 생계부양자로서 헤게모니(주도권)적 남성성에 균열이 가해지고 새로운 남성 역할모델이 부상하리라는 점에 기대를 건다.

한겨레21 2021.06.28

코로나19로 인해 여성의 사적영역의 돌봄 노동과 공적영역의 돌봄 노동이 이전보다 가시화되었다. 동시에 이러한 돌봄이 일상생활 패턴, 노동의 방식, 성역할 구조에 영향을 끼쳤다. 코로나19가 소강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위의 기사는 여성의 돌봄 편중을 와해시키기 위해선 무엇보다 남성을 돌봄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실천이 가장 효과적임을 주장하고 있다. 본고는 위의 주장에 적극적으로 동의하며, 동시에 여기서 논의하는 내용의 필요성으로서 근거가 되었다. 본고는 아직까지 한국사회에서 논의되지 않은 남성 돌봄자에 대해 살펴보고자 첫째, 남성 돌봄자가 불가피하게 등장할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를 제시한다. 둘째, 남성 돌봄자의 돌봄 특성을 정리하였다.

초고령사회와 비혼화의 교차점

현재 한국사회의 고령인구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이며, 이 가운데 비혼화도 상당히 전개되고 있는 추세다. by Huy Phan 출처: https://unsplash.com/photos/QCF2ykBsC2I
현재 한국사회의 고령인구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이며, 이 가운데 비혼화도 상당히 전개되고 있는 추세다.
사진 출처 : Huy Phan

이 절에서는 한국사회가 현재 고령화와 비혼화의 접점에 대해 설명하고 그것이 돌봄자의 변화와 연관있음을 설명하고자 한다. 현재 한국사회의 고령인구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이다. 2017년 13.8%로 2025년 20%, 2051년 40%를 초과할 전망이다. 이 가운데 비혼화도 상당히 전개되고 있는 추세다. 이미 비혼화에 대한 통계수치는 상당히 밝혀있기 때문에 그 중 ‘2018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 실태조사’에 따르면 25-29세 미혼남성은 결혼의 필요성에 대해 “해도 좋고 안 해도 좋다”라는 응답이 36.1%로 전체 응답자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부모는 나이 들어가고 자식은 독립하지 않은 상태에서 한 집에 살아간다면 어떻게 될까. 핵가족의 마지막은 필연적으로 1인 가구화되며 핵가족에서 성장한 그 자녀가 그 집에서 독립하는 시점에 결혼하지 않은 상태거나 혹은 평생 결혼하지 않는다면 1인 가구가 계속 늘어날 뿐이다(시마다, 2018). 나이든 부모는 언젠가 반드시 돌봄이 필요해질 것이고 특히 형제가 적은 80, 90년대 자녀가 결혼하지 않은 채로 함께 살아간다면, 배우자도 없이 부모를 돌봐야 할 상황을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상정하고 자문해보자. 아래나 위로 형제가 하나 있는 상황에서 부모님이 당장 병간호가 필요하다면? 형제가 이를 거부한다면? 부모님이 간병인이 싫고 요양원도 가기 싫어하신다면? 현재 나는 직장에 다니고 있는데 부모님을 병간호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당신은,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 이러한 상황에서 ‘나’는 ‘아들이라….’라는 말로 상황을 얼버무릴 수 있을까.

돌봄을 둘러싼 부양의식과 가족주의의 변화

앞서 인구학적인 논의를 해보았다면 이 절에서는 돌봄에 대한 인식을 설명하고자 한다. 2011, 2014, 2017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돌봄이 필요한 노인들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이들은 압도적으로 공적 서비스보다 가족으로부터 돌봄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고된다. 그러나 부양의식에 대한 조사를 살펴보면 그 양상은 정반대를 향하고 있다. 통계청에서 1998년부터 2018년까지 실시한 「노인부양 책임자 인식조사」을 보면, 1998년에는 “노인부양은 가족이 해야 된다”고 나타나지만 점차 2018년에 이르러서는 “‘사회’가 책임져야 한다”는 의식이 고조되었다. 가족 내에서도 마찬가지다. 1998년까지만 해도 가부장제의 중심인 아들 내외가 노인부양을 책임져야 했다면 2018년은 ‘자녀 모두’가 성별과 상관없이 부모를 부양해야 된다고 응답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두 가지를 유추할 수 있는데 첫째, 노인 돌봄의 몫이 더 이상 가족주의에 근간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책임져줘야 하며, 사회가 시민들을 대상으로 돌봄을 수행해줘야 한다는 ‘돌봄권’ 의식이 생겨났다. 둘째, 이전까지는 장남, 특히 장남의 배우자인 며느리가 돌봄을 수행했다면 이제는 친자녀중심의 노인돌봄이 성행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전만 하더라도 며느리의 의무이자 딸, 여성의 의무가 가족 돌봄이었더라면 남성도 이제 부모 돌봄에서 면책을 할 수 없게 되었다. 더 이상 ‘아들(혹은 남자)이라서 못해요’, ‘며느리가 해 줄거야’라는 등의 말은 형제들 간에, 가족 내에서 효력이 없음을 보여준다.

남성 돌봄자와 그 특성

이 절에서는 남성 돌봄자의 등장과 그 특성을 설명하고자 한다. 2008, 2011, 2014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인의 주 돌봄자가 남편인 경우가 2008년 15.2%에서 2011년 19.5%로 증가했으며, 주 돌봄자가 아들인 경우는 14.5%로 집계되었다(최인희, 2019).

그렇다면, 사회적인 편견으로도 가장 많이 지적되는 부분으로, “과연 남성도 돌봄을 능숙하게 할 수 있냐”는 질문을 할 수 있다. 6명의 남성 돌봄자의 돌봄 특성을 정리한 조명아(2020)에 따르면 다음과 같다.

1) 이성 돌봄이 가능한가

실제로 남성 돌봄자에게 가장 많이 드는 의구심이자 질문인데, 실제로 어머니를 돌보는 남성 돌봄자에 따르면 충분히 가능하고 개의치 않는다고 한다. 충분히 기저귀를 갈고 목욕을 시키고 어려움이 없었다. 다만 여성 돌봄자보다 상대적으로 정서적 돌봄이 소극적일 수 있지만 충분히 돌봄자로서의 역할을 능숙하게 수행하고 있었다.

2) 여성의 일이라는 돌봄을 남성이 잘 할 수 있는가.

돌봄을 수행하게 되면서 돌봄 자체가 특정 성별에 편향된 것이 아니라 남성이 잘할 수 있는 부분도 있고 여성이 잘할 수 있는 부분도 있음을 인식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는 직접 남성이 들봄을 수행하면서 여성화되어 있는 돌봄이 탈젠더화로 이루어졌음을 시사한다. 여성편향적인 돌봄의 성격이 누구나 수행할 수 있고 누구나 능숙하게 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 할 수 있다. 이 점에서 본 연구의 가장 중요한 핵심인 남성을 돌봄의 공론장에서 호명해야 하는 이유이자 여성편향의 돌봄을 와해시킬 수 있는 해결방안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데이터와 선행연구들과 남성 돌봄자가 등장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사회구조를 살펴보았다. 또, 사회에 자리잡고 있던 남성의 돌봄에 대한 편견을 실제로 돌봄을 수행하고 있는 남성들을 통해 해소하였다. 현실적인 해결방안까진 아니지만, 이제부터는 원론적으로라도 돌봄자를 상정할 때 헤게모니적 돌봄자를 상정하지 않으며, 남성도 충분한 돌봄자가 될 수 있다고 인정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공론장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참고문헌

  • 김신현경. 2021.06.28. “코로나 시대, 여성에 더해진 차별의 무게” 한겨례21.
  • 김유경. 2017. “사회변화에 따른 가족부양 환경과 정책과제”. 보건복지포럼(2017.10), 한국 보건사회연구원
  • 시마다 히로미. 2018. 『이제는 부모를 버려야한다』. 김나랑옮김. 지식의날개.
  • 안숙영. 2017. “젠더와 돌봄: 남성의 돌봄 참여를 중심으로”. 한국여성학 33(2).
  • 조명아. 2021. “싱글 아들의 노부모 돌봄 경험과 돌봄 의식”. 가족과문화 33(1).
  • 통계청. 2020. 장래인구추계
  • 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12. 2011 「노인실태조사」
  • 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15. 2014 「노인실태조사」
  • 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18. 2017 「노인실태조사」

이 원고는 2021년 5월 29일 <마포구 생태문화축제>의 발표내용을 재구성한 내용입니다.

조명아

대학원에서 사회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주요 관심사는 젠더와 노인, 그리고 돌봄.
앞으로 다양한 가족과 젠더의 돌봄에 관한 연구를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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