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기업 노느매기 마을잇기, 사람잇기, 서로 돌보기하다

이름도 모르고 지내던 노숙 유경험자들이, 서로가 서로에게 밥상을 대접하고 나들이를 가고 협동조합 교육을 받으며 가장 가까운 이웃이 되어가면서 스스로 길을 찾아간 역사를 정리해보았다. 이는 영등포 마을기업 노느매기가 관계와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면서 지역주민과 신뢰를 통해 지속가능성을 확보해나갔던 노력의 과정이다.

조합원들과 함께 만들고 함께 운영하는 노느매기 되살림매장. 사진 노느매기 제공.
조합원들과 함께 만들고 함께 운영하는 노느매기 되살림매장. 사진 노느매기 제공.

2013년 사단법인 일촌공동체에서 계획한 프로그램 [복지일꾼 아카데미]에 참여한 적이 있다. 지역사회복지관, 자활센터 등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들이 모여 우리 지역의 문제는 무엇이고 어떤 일들을 하고 있는지, 어떤 일들을 해나가야 지역이 좋아지는지 등등을 고민하는 시간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지역사회 일꾼이 되기를 희망하며 열린사회시민연합이라는 시민사회단체에서 상근활동을 시작하였지만 잠시만 인연이 닿았던 아쉬운 경험이 계속 나를 지역이란 화두에 집착하게 했는지 모르겠다.

당시 나는 사회복지사로서 노숙인일시보호시설에서 임대주택 사례관리 담당 업무를 하고 있었다. 복지사로 일하면서 만난 것은 영등포구가 사회문제라고 말하는 ‘노숙인’, ‘쪽방촌’ 소위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이었다. 시설에 입소시키고 시간은 짧고 고시원 월세 정도 되는 급여를 제공하는 자활 사업에 투입하면 문제가 사라질 것인가? 아니 완화라도 될 수 있을까를 고민하였다.

2013년 당시 시설 대표로 계셨던 (故)김건호 목사님의 제안으로 경제적 취약계층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고, 그 결과 뜻을 함께 하는 사람들과 협동의 마을기업을 설립하게 되었다. 수익사업과 후원을 통해 따뜻한 일자리를 만들자고 했다.

제일 우선은 조합으로 뜻을 모은 사람들 서로 간의 관계 형성이었다. 이름도 모르고 지내던 노숙 유경험자들이 서로가 서로에게 밥상을 대접하고 나들이를 가고 협동조합 교육을 받으며 가장 가까운 이웃이 되어갔다. 그렇지만 여전히 우리들만의 리그라는 한계를 벗어나기는 쉽지 않았다. 그렇게 서로 친해지고 위해주는 시간이 이어졌지만 우리들끼리만 친해지는 시간이었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정말 많은 관계를 맺고 살아간다. 가족, 친구, 직장동료, 동네 이웃, 친구의 친구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다. 그 사이 어디쯤에서 우리는 길을 잃었고 협소한 인간관계가 세상 전부인냥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다. 사회성도 떨어지는 것 같고, 아는 사람만 만나고, 어쩌다 거절감에 마음을 닫고 자존감은 낮아지고, 더불어 지갑도 직장도 불안정해지는 악순환의 쳇바퀴를 경험하고 있던 것이다. 그저 나의 문제로만 머물 것인가? 우리의 문제를 드러내고 함께 해결해나가는 것을 선택할 것인가?

2018년 노느매기는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인증받았다.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기업이 되겠다는 첫 시작의 마음으로.

건설일용직 경험자들이 다수인 노느매기가 그 기술을 가지고 집수리가 필요한 저소득, 노인, 1인 가구 등등의 문제를 해결해보기로 했다. 주민기술학교라는 이름으로 지역주민을 만나고 조합원들이 집수리 기술을 향상하는 기회로 삼았다. 사진 노느매기 제공.
건설일용직 경험자들이 다수인 노느매기가 그 기술을 가지고 집수리가 필요한 저소득, 노인, 1인 가구 등등의 문제를 해결해보기로 했다. 주민기술학교라는 이름으로 지역주민을 만나고 조합원들이 집수리 기술을 향상하는 기회로 삼았다. 사진 노느매기 제공.

그해 가을 조합원의 구심이었던 김건호 목사님이 갑자기 돌아가시게 되었다. 그동안 수익사업 발굴보다는 목사님의 후원으로 재정을 꾸려왔던 노느매기로서는 슬픔과 위기가 함께 찾아왔다. 위기가 기회가 되기도 하니 뭐라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우리는 마을기업이었지? 우리 자신이 사회문제로 여겨진다면 우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마을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겠지? 무엇을 가지고 해결해나갈까? 어떤 문제들이 우리 마을에 있을까? 많은 질문을 던지며 답을 찾아야만 했다. 그동안의 안일함을 반성하기도 했다.

좋은 관계로 맺어진 조합원들이 가장 큰 자산이었다. 건설일용직 경험자들이 다수인 노느매기가 그 기술을 가지고 집수리가 필요한 저소득, 노인, 1인 가구 등등의 문제를 해결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취약계층 임대주택 사업을 하면서 느낀 점 중의 하나가 집이 있어도 쾌적함과 존엄을 누리며 안전하고 안정감을 누려야 진정한 집이 되는 거라는 생각이었다. 월세든 전세든 자가든 간에, 물리적인 건축물로서의 돌봄이 필요한 집,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이 누려야 할 주거 돌봄으로서의 집수리가 필요하다. 우리 조합원들도 다수가 임대주택에 거주하면서 느끼는 불편함을 마을 사람들 중에도 느끼고 있을 것이고 서로 협력하여 문제를 해결해나가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주민기술학교라는 이름으로 지역주민을 만나고 조합원들이 집수리 기술을 향상하는 기회로 삼았다. 노느매기를 알고 있던 사람들도 폐식용유 비누로만 노느매기를 인식하고 있었는데 집수리를 한다고 하니 반색해주었다.

영등포 마을에서 사회적경제로 활동하는 집수리협동조합이 태부족이었구나를 새삼 알게 되었다. 영등포구청과 영등포구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도 마을기업 노느매기 활동을 적극 지원해주고 있다. 마을관리기업은 지역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하며 결국 지자체와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사회적경제 중간지원조직의 협력 또한 마찬가지다. 노느매기는 현재 영등포사회적경제 네트워크 돌봄분과에서 활동하고 있다. 돌봄분과 소속 조합들과 마을에서 필요한 돌봄을 함께 이야기하고 통합적 돌봄의 연대를 모색하고 있다. 인문학 수업을 같이 듣고 서로 지지하고 응원하는 기회를 만들기도 했다. 마을을 돌보고 사람들의 삶을 돌본다는 것은 노느매기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노느매기는,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일손은 취약계층의 일자리, 일거리가 될 것이며 채워지고 수익도 늘고 늘어난 수익이 지역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모습을 희망한다. 사진은 양봉 기술교육 현장. 노느매기 제공.
노느매기는,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일손은 취약계층의 일자리, 일거리가 될 것이며 채워지고 수익도 늘고 늘어난 수익이 지역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모습을 희망한다. 사진은 양봉 기술교육 현장. 노느매기 제공.

마을은 복잡하다. 구성원도 다양하고 그들의 삶은 연속적이며 단편적이지 않다. 따라서 마을을 돌보는 일은 통섭의 원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업영역에 국한되지 않고 서로 넘나들며 협동조합 간에 연계하고 연대하고 전체적으로 살피는 것이야말로 마을에 필요한 일이 아닐까?

조합원들과 함께 마을관리기업으로서의 비전을 세우고 수익모델 발굴을 해나가고 있다. 집수리사업, 소독방역업, 그리고 기존 비누 사업의 레벨업 계획도 세우고 있다. 분리수거함 청결사업, 폐식용유 수거 거점 활동, 공구 대여, 택배 수령, 공공영역 시설물 유지 관리 등 사업 영역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노느매기가 주목하는 수익모델은 관계와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면서 지역주민과 신뢰를 통해 지속가능성을 확보해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합원의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것, 만들어진 일자리가 유지, 확대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며 그 과정은 민관협치를 통해 이뤄가야 한다. 조합원들 또한 마을관리기업의 종사자로서 마을의 주인으로서 책임감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훈련, 직무역량 강화가 필요하다.

지금 이 순간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우리 마을에 필요하고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우리를 더 강하게 만들 것이라 기대한다. 우리들이 필요한 것은 단순 복지가 아닐뿐더러 그렇게 주어지는 복지는 만족스럽지도 않다. 취약계층(경제적 취약계층, 1인 독신가구, 한부모 가구, 독거노인,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 스스로가 서로 돕는 관계가 되는 것, 커뮤니티 속에서 필요한 문제를 찾아내는 것 그것들이 수익모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경제적 이익을 좇는 것이 아니라 관계를 지향하는 사이에 사회적 가치가 채워질 것이다.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일손은 취약계층의 일자리, 일거리가 될 것이며 채워지고 수익도 늘고 늘어난 수익이 지역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모습을 희망한다. 영등포의 사회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사는 영등포에서 노느매기는 모두와 더불어 잘 살기를 희망하고 있다. 다양한 만남이 있고 풍성한 관계가 되고 마을의 일에 참여하고 주체적인 삶의 주인이 되기를 희망한다.

박상호

사회적협동조합 노느매기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노느매기는 경제적취약계층 남성 독신가구들이 모여 사회적 관계망을 만들고 스스로 돕고 성장하며 마을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창립된 협동조합입니다.
영등포구 주민이 되고 싶은 강서구민이며 새로운 탐험을 좋아하고 매사에 열정적으로 임하며 주위 사람들과 더불어 에너지를 찾아내는 것을 활력으로 여기며 즐겁게 살아가는 중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