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목수”라 불린지 이틀째 되는 날이었다. 좌측 대퇴부 경부 골절상을 입은 아버지께서 ‘고관절 인공관절 반치환술’을 받는 날이기도 했다. 그날, 나는 작업일지를 쓰지 못했다.
동생이 직장에 사정을 얘기해 어렵게 반차를 내고 수술실 앞을 지켰다. 아버지는 수술 직후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상태가 좋지 않으셨다. 동생이 내게 몇 번에 걸쳐 전화했다. 나는 바로 받지 못했다. 무거운 부재를 나르고 있었기에 받을 수가 없었고 이제 현장 2일차여서 정신도 없었으므로. 동생의 전화로 울리는 애플워치의 진동에 나는 불안했고 당황했다. 애써 침착하기로 마음 먹는다. 부재를 다 나르고 나서야 동생에게 전화를 건다.

인공관절 수술 자체는 잘 되었으나 폐렴이 문제였나 보다. 폐에 물이 차고 기흉이 심한 상태인데다 자가호흡이 안 되어 산소 포화도가 떨어지고 있어 자칫 사망할 수도 있다는 얘기였다. 현장 일이 끝나려면 아직 2시간이나 더 있어야 한다. ‘이를 어쩌지?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ㅆㅂ 왜 또 이렇게 되어 버린 거지? 안심하고 있었는데.. ㅆㅂ 뭐야 이게!?’ 일이 손에 잡히질 않는다. 당장은 목수 1인분의 몫도 못 하고 있기에 내게 맡겨진 일이 어려운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집중하기 어려웠다.
‘일단 침착하자. 퇴근하고 병원에 가 보자. 괜찮으실 거야.’ 다시 애써 침착해지기로 하고, 도편수(속. 오야지)께 아버지 일로 주말 동안 아버지 곁을 지켜야겠다 말씀드렸다. 사실 아버지 곁을 지킬 순 없었다. 비록 같이 있을 순 없으나 마음으로나마 오롯이 아버지 곁을 지키고 싶었던 게다.
일요일, 중환자실에 계신 아버지를 보고 왔다. 다행이다. 폐도 펴지고 수치들도 점차 안정되어 간단다. 아버지와 몇 마디 주고 받는다. 손을 꼭 잡아드렸다. 힘내시라 사랑한다 말씀드렸다. 손을 흔드신다. 다시 손을 꼭 잡아드렸다. 그의 손과 내 손이 포개어졌다.

내가 있는 현장은 옛 건물(문화재)을 재건하는 곳이다. 첫 현장으로는 더할 나위없이 좋은 곳이리라. 그렇게 기대하며 온 곳이기도 하다. 아직까진 기대 이상이다. 물론 노동강도 역시 상상 이상이다. 잘 만났고, 그 이상으로 힘들다. 언젠간 적응이 되려나. 점심 먹고 잠시 쉬는 시간, 현장을 둘러본다. 신축공사가 아닌 재건공사이기에 옛 부재(고재古材)와 신재(新材)가 함께 쓰인다. 고재의 일부 또는 전체가 파손・훼손되었거나 부식된 경우 신재로 이를 보강하거나 대체하는 것이다.
아버지의 골절된 왼쪽 고관절은 이제 떼어내졌다. 인공관절이 이를 대신할 테다. 상당 시간 부자연스럽고 통증이 뒤따르겠지. 그 통증을 나는 알 길이 없다. 다만 아버지의 손을 잠시나마 꼬옥 잡아드릴 뿐이다. 내 체온이 오랫동안 그의 손에 남길 바라며. 옛 목수의 손과 이제 막 목수의 길로 들어선 나의 손이 그렇게 포개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