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노인들이 나선다 – 〈60+기후행동〉의 출범에 즈음하여

지난 9월 23일에 60대 이상 노인들이 중심이 되는 ‘60+기후행동’의 기후행동 준비위원회가 출범했다. 그간 누려온 물질적 풍요가 청년들의 미래를 빼앗아온 결과라는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며,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노인들이 전환의 맨 앞에 나서야 한다는 다짐을 하고 있다. 후손들의 미래를 위해 더 많은 이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

그레이 그린, 거리로 나선 노인들

영국의 멸종반란(Extinction Rebellion) 시위에서 체포당하는 82세 노인. 출처: Extinction Symbol twitter https://twitter.com/extinctsymbol/status/1063214237328318464/photo/1
영국의 멸종반란(Extinction Rebellion) 시위에서 체포당하는 82세 노인.
사진 출처: Extinction Symbol 트위터

지난 9월 초 영국 런던의 대규모 기후변화 대응 집회에 백발노인들의 녹색운동이란 뜻의 ‘그레이 그린(Grey Green)’들이 나섰다. 그들은 ‘나는 기후변화를 막으려는 할아버지 할머니’, ‘우리 손주들의 미래를 위해 여기 왔다’ 등의 팻말을 들고 참가했다. 영국 정부는 이날 500여 명의 참가자를 불법 시위 혐의로 긴급 체포했는데 이중 65세 이상 노인이 다수 포함되었다. 그들은 “우리는 집단적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배출가스를 마구 뿜는 차를 운전하며 살아왔고, 엄청난 양의 온실가스를 발생시키는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즐겼다. 후손들에게 미안해서 거리로 뛰쳐나왔다”고 말한다.

이런 백발의 환경운동가들 때문에 경찰은 곤욕을 치렀다. 불법으로 규정된 시위 현장에서 노인들은 체포되어도 겁을 내지 않고 있다. “우린 살 만큼 살았고, 전과자가 돼도 상관없다. 잡아갈 테면 잡아가라”고 소리친다. 오히려 노인들은 시위대를 보호하는 역할을 했고, 경찰은 노인들이 다칠까봐 물리력을 쓸 수 없어 안절부절했다.

실망스러운 COP26, 미룰 수 없는 기후위기대책

지난 13일 영국 글래스고에서 마친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의 결론은 석탄사용의 ‘중단’이 아니라 겨우 ‘감축’ 수준으로 결론을 내렸다. 대회장 밖의 수많은 NGO들과 그레타 툰베리로 대표되는 청소년들에겐 너무도 실망스러운 결론이었다. 만일 각국이 제출한 목표대로 된다면 지구온도 상승은 1.5도를 넘어서 결국 2.4도가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정말 이대로 갈 것인가? 절규하는 어린이들과 청년들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세계의 정치인들은 결국 현재 누리는 삶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하고, 더욱이 대통령선거 국면에 누구도 이 위급한 기후위기에는 관심을 쏟고 있지 않는 사실이 비감할 뿐이다.

지난 9월 23일 가톨릭회관에서 60대 이상 노인들이 중심이 되어 기후행동 준비위원회가 출범했다. 60대를 노인이라고 말하기엔 어색하지만, 이제까지 인류의 발전과정에서 가장 많은 풍요를 누렸고 가장 많은 자원을 이용해 편익을 누린 세대임은 분명하다. 이들은 이제 이런 기후위기 앞에서 어린이들의 눈을 맞추기 힘들고 아이들에게 꿈이 무엇이냐고 물을 수도 없어 부끄럽다고 말했다. 또 자신들의 어리석음으로 후손들의 미래를 갉아먹었다고 참회했다.

후손들의 미래를 갉아먹은 어리석음

태극기부대로 대표되는 노인이 아니라, 살아있는 동안 좀 더 나은 미래를 물려주려는 새로운 노인운동이다. by Jeff Sof 출처 : www.pexels.com/ko-kr/photo/10082071/
태극기부대로 대표되는 노인이 아니라, 살아있는 동안 좀 더 나은 미래를 물려주려는 새로운 노인운동이다.
사진 출처 Jeff Sof 

그 어리석음이란 무엇일까. 하나뿐인 지구라는 사실을 외면하고 자연을 무한한 것으로 착각하여 대량생산과 소비, 폐기를 성장이자 발전이라고 생각해 왔다. 생물종이 멸종하든, 산과 강이 오염과 공해로 찌든 들, ‘나와 상관없다’는 생각으로 파괴를 자행해 왔으며 대립과 경쟁이 자연의 이치인양 생각해왔다. 또한 지구상에 수많은 생물종들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인간만이 주인인 듯 행세하고, 땅을 소유하고 무한정 채굴하며, 가속적인 기술발달로 더욱 빠르고 강력하게 자연을 개조하며 파괴해 왔다.

이들 60~80대들은 자신들이 이룬 풍요로운 노후를 즐기며 연금만으로 안락하게 살 수 있지만, 자신들이 왜곡시킨 그 현실로 인해 사랑하는 손자손녀의 미래를 공포로 만들고 있다. 우리 후손들은 그저 태어났을 뿐이다. 우리의 손자손녀들은 태어나자마자 미래를 꿈과 희망보다는 공포와 암울한 두려운 현실을 맞게 만들었던 것이다.

이제 노인들이 나서자

이들 노인들은 벌어놓은 돈도 있고, 사회생활을 통해 사회적 영향력 있는 위치에 있었을 뿐 아니라 여전히 사회의 영향력 있는 네트워크도 갖고 있다. 그런데다 은퇴하여 시간도 많다. 자업자득(自業自得)이라는 말처럼 스스로가 지은 업에 대한 과보는 자신들이 받아야 한다. 미래세대에게 과보를 떠넘겨서는 안 된다. 그래서 ‘60+기후행동’이 출범했다.

“우리 노년은 반성합니다. 우리가 누려온 물질적 풍요가 청년들의 미래를 빼앗아온 결과라는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입니다. 물려받은 것보다 조금이라도 더 좋게 물려주기 위해 우리들은 전환의 맨 앞에 나서야 합니다. 노년이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이들은 내년 1월 19일 공식 창립을 준비하고 있다. 태극기부대로 대표되는 노인이 아니라, 살아있는 동안 좀 더 나은 미래를 물려주려는 새로운 노인운동이다.

이들 노인들의 활동은 빡빡하지도 조직적일 수도 없다. 행동기조는 ‘어슬렁어슬렁, 웅성웅성’이다. 수많은 위기의 현장에 방문해 ‘증인’이 되는 것이다. 기동력은 없지만 그러한 사실을 알리고 문자나 메일보내기, 전화하기, 투고하기 등 해야 할 일은 최대한 해보려고 하는 것이다. ‘우리는 더 많은 우리가 필요하다’고 한다. 이 글을 읽는 60대 이상들이여, 많은 참여와 관심을 가져달라.

* 이 운동에 참여하실 분은 아래 양식에 신청해주시기 바랍니다.
60+ 기후행동 사발통문- ‘노년이 미래다.’ 링크 : https://forms.gle/r4y2s14h45y1qmcu9

이 글은 《고양신문》 2021년 11월 19일자에 게재된 글입니다.

유정길

불교환경연대 운영위원장이자 녹색불교연구소소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수행공동체 정토회에서 25년 살았고, 아프가니스탄에서 개발협력활동을, 평화재단에서남북문제를 위한 활동을, 고양시에서 지혜공유협동조합을 만들어 활동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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