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라는 단어는 알고 있어도 언제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쓰는 건지 알지 못하던 시절, 생각만 해도 괜시리 웃음이 나고 가슴이 콩닥콩닥 뛰는 친구를 떠올리며 나뭇잎을 뜯어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한 장 뜯어 떨구며 ‘그 아이는 나를 좋아한다’ 또 한 장 뜯어내며 ‘그 아이는 나를 안 좋아한다’하며 마지막 남은 한 장에 이르기까지 조바심 내던 그런 경험 말입니다. 두어 장 남은 잎을 보면서 결론이 ‘안 좋아한다’에 이를 것 같으면 손에 꼭 쥐었던 잎자루를 던져 버리고 다시 새잎을 뜯어 마지막 잎새에 내가 원하는 답 ‘걔는 날 좋아한다’에 이를 때까지 무한반복하던 그런 경험 말입니다. 그 풋풋했던 시절, 누구를 생각하며 설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손에 꼭 쥐고 사랑점을 치던 나뭇잎은 아마도 아카시아잎이었을 겁니다. 그리고 그 시절, 이 노래들도 불렀겠지요.
동구 밖 과수원길 아카시아 꽃이 활짝 폈네
– 「과수원길」, 박화목 작사

설레던 마음을 품은 어린 시절, 5월 봄바람에 날리던 하얀 꽃과 향긋한 꽃냄새의 추억으로 남아 있는 아카시아. 아쉽게도 우리 식물 이름의 기준을 제공하는 한국표준식물목록에는 아카시아가 아닌 ‘아까시나무’로 등재되어 있습니다. 본래 아카시아라는 이름을 가진 식물은 열대와 남반구 온대지역에 자라는 다른 나무이고, 우리땅에 들여와 심은 나무는 아카시아와 비슷하다 하여 학명의 종소명에 ‘유사 아카시아’라는 뜻의 ‘pseudoacacia’가 붙은 나무인데 그냥 아카시아라고 부르다가 뒤늦게 둘을 구분하기 위해 식물학자들이 이름을 정리하며 ‘아까시나무’를 국명으로 정한 것입니다. 많은 이들이 추억을 공유하고 있는 동요와 문학에 썼던 대로 아카시아라고 부르고 외국의 아카시아를 ‘열대 아카시아’라고 했으면 좋았을 텐데 싶습니다. 어쨌든 이 나무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으면서 길다란 잎자루에 작고 동글동글한 귀여운 잎이 새의 큰 깃털 모양을 이루며 9장부터 많게는 19장까지 붙어 있어 사랑점을 치기에 딱 좋은 나무이지요. 5월이면 작은 나비같이 생긴 하얗고 향기로운 꽃들을 포도송이처럼 주렁주렁 달고 있어 가까이하고 싶지만 줄기에 있는 날카로운 가시 때문에 조심히 다루어야 했던 나무이기도 했지요. 사랑점을 치던 그 마음처럼 말입니다.

나무의 잎에는 벚나무, 단풍나무, 참나무처럼 잎자루에 잎을 하나씩 달고 있는 홑잎이 있는가 하면 추억의 아카시아(아까시나무)와 같이 잎자루에 여러 개의 잎을 달고 있는 겹잎도 있습니다. 겹잎에도 여러 종류가 있어 펼친 손가락처럼 잎자루 끝에 작은 잎들이 여러 개가 붙어있는 것을 손꼴겹잎이라 하고, 손꼴겹잎 중에서도 작은 잎이 세 장 붙은 것은 세 겹잎이라고 구분하여 부릅니다. 잎자루를 따라 여러 개의 작은 잎이 붙어있으면 새의 깃털 모양과 같다고 하여 깃꼴겹잎이라고 부르며 작은 잎의 숫자에 따라 홀수깃꼴겹잎, 짝수깃꼴겹잎으로 구분합니다. 그리고 깃꼴겹잎이 몇 번 모여 있느냐에 따라 한번깃꼴겹잎, 두번깃꼴겹잎, 세번깃꼴겹잎으로 나누기도 합니다. 복잡하지요? 사진에서 보듯이 벚나무는 홑잎, 복자기는 세 겹잎, 칠엽수는 손꼴겹잎, 아까시나무는 홀수깃꼴겹잎, 자귀나무는 짝수깃꼴겹잎, 그중에서도 겹잎이 모여 다시 겹잎을 이룬 두번짝수깃꼴겹잎입니다.

이렇게 나무들이 서로 다른 잎모양을 내는 건 그 나무들이 가진 각자의 고유 특성을 따라 선택한 전략에 의한 것입니다. 크고 높게 자라는 나무 중에서도 더위에 약한 성질을 가진 나무는 커다란 하나의 홑잎보다는 열을 식혀줄 바람이 잘 통할 수 있도록 여러 개의 작은 잎으로 구성된 겹잎을 깃꼴로 갖는 것이 유리할 수 있습니다. 느리고 작게 자라는 나무들은 키 큰 나무들의 그늘 아래서 부족한 햇빛을 받기 위해 넓고 큰 홑잎을 내거나 여러 각도로 갈라진 잎들로 이루어진 겹잎을 낼 수도 있겠지요. 이는 각자의 성질과 특성에 따른 것이기에 어떤 하나가 탁월한 전략이고 나머지는 열등한 것은 결코 아닙니다. 나무들은 각자 자기의 잎을 내는 것이지요. 때로는 한 나무에서 잎의 형태를 바꾸기도 합니다. 오 헨리의 소설 ‘마지막 잎새’로 유명한 담쟁이덩굴이 그렇습니다. 어린잎일 때는 잎들을 갈라놓아 다른 잎들에게도 햇빛이 들어갈 틈을 만들어 주도록 하고, 성장한 후에는 하나의 둥근 잎으로 변화하는 전략을 구사합니다. 참고로 담쟁이덩굴은 포도과입니다. 잎의 모양과 열매를 관찰해보면 과연 포도 집안의 혈통이구나 하실 겁니다. 다음에 만나시면 잘 살펴보시지요.
마지막으로 아까시나무 잎으로 사랑점을 칠 때 유용하게 사용할 팁을 드리겠습니다. 아까시나무는 작은 잎들이 홀수로 달려있는 홀수깃꼴겹잎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러니 첫 잎을 땔 때 ‘그 이는 나를 좋아한다’와 ‘그 이는 나를 안 좋아한다’ 중에서 어떤 질문을 해야 하는지 아시겠지요? 혹시 짝수깃꼴겹잎인 자귀나무 잎으로 사랑점을 치신다면 질문의 순서를 바꿔야합니다. 제 힌트는 여기까지입니다. 손에 들고 있는 나뭇잎이 아까시나무 잎인지 자귀나무 잎인지 모르신다면 아쉽지만 도와드릴 수가 없네요. 하지만 괜찮으시겠지요? 누가 누구를 좋아하든 말든, 잎이 홀수이든 짝수이든 신록이 찬란하고 꽃향기가 가득한 5월이니까요.

‘좋아한다’부터 시작해야 하는 군요.
‘좋아한다’부터…
찍었는데 맞았군요.
아까시 잎은 우리 마음을 알고 이미 홀수로 만들어 놓은거군요.
어릴적 추억을 떠올리는 한편의 수채화 같은글 편안하면서도 여운을 주는
오늘 하루도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