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에 푸르던 나무들의 색이 바래고 희뿌옇게 변하면 당연히 겨울이겠거니 느낀다. 나무 이름도 모르지만 원래 저 정도만 자라는 줄 아는 사람도 많다. 나는 유독 어두운 초록색에 빳빳한 잎이 예뻐 눈이 가다 보니 관심이 생긴 케이스.
겨울이어도 햇살은 따뜻해서 언젠가 저 네모난 모양을 뚫고 파릇파릇한 잎을 앞세운 새 줄기가 돋아난다. 줄기도 튼튼하니 구부러짐 없이 다닥다닥 새파란 잎을 달고 찔러 올라오는데 그 모양이 어쩜 이기적으로 보이는지.

사진 제공 : 인현
그런데 잠깐. 한 뿌리에서 나온 줄기들 중에서 따사로운 햇살이 드리운 틈새로 올라온 저 한 가닥의 줄기가 과연 이기적이라고 할 수 있나? 같은 나무인데. 그리고 생명에 있어 성장은 당연한 게 아닌가? 어쩌면 주변에 저 줄기보다 먼저 피어나고 자라난 잎들이 색이 바래고 미관상 이유에 의해 네모난 모양에 맞춰 잘렸다고 해서 비교하게 되는 거 아닌가. 혹시 반대로 저 비옥한 틈새로 어떻게든 나무 스스로를 크게 키워서 더 많은 햇살을 맞으려고 하는 작은 시작일 뿐이면?
그렇게 생각이 생각의 꼬리를 물고 가보면 답은 모르겠다는 결론뿐이다. 근데 그게 옳은 결론이다. 왜냐하면 저 나무에게 우리가 의중을 물어볼 수 없으니까. 뭐, 물어본다 해도 생명이 성장하는 근본적인 이유에 대한 답을 들을 수 있을 거란 기대도 안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냥 자라나는 생명을 예쁘게 바라봐줄 수 있잖아. 그러니까 우리, 비록 금방 사라질 운명이라 해도, 그 순간 존재하는 생명을 사랑이 담긴 눈으로 바라봐주자.
우리가 서로를 사랑하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