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성장과 건강] ① 서론 : 건강을 추구하는 것은 기후위기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기후위기가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이야기들은 많은데, 건강을 추구하는 행위가 기후위기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없을까? 건강추구 행위가 기후위기에 미치는 영향을 의료적 접근과 사회적 접근으로 구분해서 탐색하고자 한다.

기후위기의 결과로서 건강

기후위기는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점점 더 알려지고 있다. WHO는 기후위기가 건강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아래와 같이 이야기하고 있다. 기후위기는 폭염, 홍수 등 기상 재해를 불러오며, 이에 따라 재난성 질병이 증가하고, 농업의 변화로 인해 식량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또한, 미생물 생태계의 변화로 인해 감염병이 증가한다. 그뿐 아니라, 기후위기는 기존의 불평등한 구조에 따라 차별적으로 영향을 미침으로써 기존에 존재하던 건강불평등을 심화시킨다. 주거지가 취약한 사람, 거동이 자유롭지 않은 사람, 돈을 벌기 위해 아파도 쉬지 못하고 일해야 하는 사람, 공공정책과 공공서비스의 제도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람 등의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기후위기의 부정적 영향을 더 크게 받고, 그 결과로 건강결과도 더 악화된다.

기후 변화는 이미 여러 가지 방식으로 건강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더위, 폭풍, 홍수와 같은 극심한 기상 현상이 점점 더 빈번해짐에 따라 사망과 질병으로 이어지고, 식량 체계가 붕괴되고, 동물성 질병과 식품, 수인성 및 벡터 매개 질병이 증가하고, 정신 건강 문제가 발생합니다. 나아가 기후 변화는 생계, 평등, 의료 및 사회적 지원 구조에 대한 접근성과 같은 건강에 대한 많은 사회적 결정 요인을 훼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후에 민감한 건강 위험은 여성, 어린이, 소수 민족, 빈곤 지역 사회, 이주민 또는 실향민, 노인 및 기저 질환이 있는 사람을 포함하여 가장 취약하고 불우한 계층이 불균형적으로 더 많이 느낍니다.”(WHO)

시민건강연구소에서 펴낸 『몸은 사회를 기록한다』라는 책 제목처럼, 건강 상태는 한 존재의 삶을 반영한다. 이를 고려할 때, 기후위기의 불평등한 영향은 건강 결과도 더욱 불평등하게 만든다.

건강추구 행위의 기후위기 영향

한편, 기후위기가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이야기들은 많은데, 건강을 추구하는 행위가 기후위기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없을까?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니 그 원인을 개선해야 한다’는 논리는 건강하다는 상태가 어떤 완전한 이상향처럼 생각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게 되면, 건강이라는 상태에 도달하거나 혹은 건강이라는 상태를 ‘만들기’ 위해서 행해지는 과정에서의 실천을 간과하게 된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지구상 생명체들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생태환경적 조건을 개선하는 것 또한 사회적 접근에 포함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geralt

건강을 향상하기 위한 과정은 크게 의료적 접근과 사회적 접근, 두 가지로 구분된다. 의료적 접근은 주로 질병의 치료를 목적으로 하며, 사회적 접근은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조건을 개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사회적 조건 개선에는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차별 해소, 노동환경과 주거환경 개선, 사회적 관계 형성과 유지, 생활습관 개선 등이 모두 포함된다. 달그렌과 화이트헤드(Dahlgren & Whitehead)가 제시한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Social Determinants of Health)’ 모델에서는 생태 환경적 조건 또한 사회적 조건의 일부로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기후위기가 심각해지고 생태환경이 인간뿐 아니라 비인간 존재들의 몸과 건강 상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다면 사회적 접근과 생태적 접근을 구분하는 것이 더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지구상 생명체들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생태환경적 조건을 개선하는 것 또한 인간사회가 해야 하는 몫이라는 점에서는 사회적 접근에 포함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건강추구 행위가 기후위기에 미치는 영향을 의료적 접근과 사회적 접근으로 구분해서 탐색하고자 한다. 우선, 적절한 보건의료서비스 제공은 기후위기 적응 방법 중 하나로 고려되기도 하지만, 보건의료가 기후위기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다면, 보건의료서비스 제공 자체보다는 어떤 보건의료서비스가 어떤 방식으로 제공되어야 하는지가 더 중요할 것이다. ‘Health Care Without Harm’과 ARUP이 2019년에 발간한 《보건의료의 탄소발자국(Health Care’s Climate Footprint)》 보고서에 따르면, 보건의료 분야는 전체 탄소배출량 중 4.4%를 차지한다. 크게 직접 배출, 간접 배출, 공급망 배출 세 가지 범주로 구분되는데, 직접 배출의 경우 병원과 보건의료 시설에서의 탄소배출량을 포함하며, 보건의료 분야 탄소배출량 중 17%를 차지한다. 간접 배출의 경우 전기나 냉난방 등 에너지 사용량을 포함하며, 12%를 차지한다. 공급망 배출의 경우 71%로 가장 많은데, 여기에는 제약산업, 의료기기 산업, 운송 및 폐기 과정에서 발생하는 배출 등을 포함한다. 사회적 접근의 경우는 인간의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한 사회정책적 접근들을 다수 포함하므로 탄소배출량을 직접적으로 산출하기는 어렵다.

건강추구 행위의 생태적 전환

위 보고서에서는 보건의료의 탄소배출량을 산출하고, 이에 따라 에너지를 절약하거나 공급망의 탈탄소화를 하는 것이 권고사항으로 제시된다. 그러나, 보건의료 시스템 자체를 그대로 두고서 탈탄소화만 하는 것은 보다 더 거시적인 측면을 간과하는 것이다. 보건의료는 정부가 신성장동력으로 삼을 만큼 경제성장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전세계적으로도 보건의료 산업은 자본주의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 실질적 필요를 해결하는 것보다는 이윤을 위한 상품과 서비스가 개발되고 제공되고 있다. 즉, 보건의료의 생태적 전환은 단순 보건의료 부문에서 에너지 소비를 줄이거나 폐기물을 감축하거나 운송 거리를 줄이는 것을 넘어서 불필요하게 비대해진 보건의료 산업을 감축하고 실질적 필요를 중심으로 재구성하는 일을 포함하는 일이다. 여기에는 건강과 질병에 대처하는 방법을 의료적 접근 중심에서 사회적 접근 중심으로 이동시키는 일도 포함된다. 병원에서 마을로, 치료에서 돌봄으로, 보건의료에서 사회정책 중심으로 건강보건실천의 방향 전환은 오랫동안 논의되어 왔지만, 기후위기에 대처하기 위해서도 이런 방향 전환은 여전히 필요하고 더 필요하다. 다만, 사회적 접근에는 더 좋은 주거환경, 더 나은 소득, 더 나은 노동조건, 불평등과 차별 해소 등이 포함되는데, 무조건적으로 더 나은 사회적 조건을 구축하는 것은 여전히 탄소배출량 증가에 기여할 위험이 있다. 따라서, 생태적 지속가능성 안에서 건강을 위한 사회적 접근도 같이 고려되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건강향상을 위한 접근 방법에서 생태적 지속가능성을 고려하는 것은 완전한 건강을 추구하지 않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완전한 건강을 추구하는 과정은 필연적으로 더 많은 보건의료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하며, 보건의료 산업을 확장시킴으로써 탄소배출량을 증가시킨다. 아프고 나이 드는 몸을 존중하며, 질병권 운동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완전하지 않은 몸을 가지고도 일상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기후위기 적응 방법일 것이다.


참고자료

Dhalgren, G., & Whitehead, M. (1991). Policies and strategies to promote social equity in health. Institute for Future Studies, Stockholm.

Health Care Without Harm & ARUP. (2019). Health Care’s Climate Footprint.

WHO. (2025.01.03.). Climate Change. https://www.who.int/health-topics/climate-chan ge#tab=tab_2

이도연

보건학 석사, 보건학 박사수료, 탈성장 석사과정 중. 건강돌봄의 생태적 전환에 대해 공부하고 활동하고 있다.

댓글

댓글 (댓글 정책 읽어보기)

*

*

This site uses Akismet to reduce spam. Learn how your comment data is processed.


맨위로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