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도교에서 진행되고 있는 ‘기후폭동’ 행동 전략

기후폭동, 기후위기, 온난화, 기후재난, 기후붕괴… 어떻게 불리든 이것은 문명의 위기, 문명과 인류 붕괴의 총체적 난국을 일컫는 말이 되었다. 그래서 천도교 한울연대는 탈핵, 새만금 해수유통, 설악산 케이블카 반대 현장으로 간다. 혼자, 또는 종교환경회의와 함께, 또는 천도교 교단의 이름으로. 모든 환경문제, 생명문제는 기후위기로 귀결되고 있다.

1. 해와 달도 사람처럼 먹고 마시고 자야 한다.

4월 17일은 토요일이었다. 오전 9시부터 부안 해창 개펄에 사람들이 모였다. 〈해창 장승의 꿈, 바닷물이 들고 나는 날. 새만금 생명평화 장승문화제〉가 열리는 날이었다. 아름드리 통나무를 다섯 개나 트럭에서 내리고 걸터앉아 장승을 깎기 시작했다. 글을 새기고 먹을 칠했다. 오후에 문화제가 시작되었다. 말갛게 연분홍 속살을 드러내면서 새로 만들어진 장승들이 2005년도였던가. 도법스님이랑 생명평화 탁발순례를 시작할 즈음 세워졌던 회색의 선배 장승들 사이로 세워졌다. 종교환경회의 이름으로 ‘천도교 한울연대’가 이 행사에 참여했다.

〈해창 장승의 꿈, 바닷물이 들고 나는 날. 새만금 생명평화 장승문화제〉에서 생명평화의 염원을 담아 세운 장승. 천도교 한울연대 제공.
〈해창 장승의 꿈, 바닷물이 들고 나는 날. 새만금 생명평화 장승문화제〉에서 생명평화의 염원을 담아 세운 장승. 천도교 한울연대 제공.

새만금 해수유통을 촉구하는 한울연대의 활동은 2월에도 있었다. 2월 24일, 전라북도 도청 앞이었다. 〈새만금 해수유통 공동결정 촉구 기자회견 및 생명평화 기도회〉였다. 국무총리와 국토부 장관까지 참석하는 새만금위원회가 그곳에서 열리는 날이었다.

여기서 ​한울연대는 기도 형식을 빌려 절규했다. “해월 선생께서는 일찍이 말씀하셨습니다. 산짐승, 날짐승, 물고기도 입고 덮고 자고 먹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해와 달과 별도 마찬가지라고 했습니다. 물고기와 나는 새들이 입고 덮고 먹는다는 게 뭐겠습니까. 우리는 그들의 잠자리를 빼앗았고 그들의 밥그릇과 그들의 옷을 빼앗았습니다.”라고.

4월 15일, 〈체르노빌 35년, 후쿠시마 10년 핵 사고 답 없다〉는 행사를 명동성당 앞에서 했다. 방사능 오염수 해양방출 계획을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매주 월요일은 서울에서 세종시까지 가서 환경부 청사 앞에 자리 잡고 아침 출근길과 점심 식사시간에 피켓 시위를 한다.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설치계획 중단하라고. 천도교 한울연대다. 2월 23일 이후 계속하고 있다.

2월 23일, 원주지방환경청장은 사업 시행이 환경적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유로 2019년 9월 양양군에 ‘부동의’를 통보했으나 양양군이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중앙행정심판위원회가 양양군의 손을 들어준 직후였다.

기후폭동, 기후위기, 온난화, 기후재난, 기후붕괴. 어떻게 불리든 이건 뭐 날씨 얘기가 아니다. 문명의 위기, 문명과 인류 붕괴의 총체적 난국을 일컫는 말이 되었다. 그래서 천도교 한울연대는 탈핵, 새만금 해수유통, 설악산 케이블카 반대 현장으로 간다. 혼자, 또는 종교환경회의랑 같이. 또는 천도교 교단의 이름으로. 모든 환경문제, 생명문제는 기후위기로 귀결되고 있다.

2. 하늘과 사람은 당연하고 물건도 공경해야지

기후위기, 기후폭동은 다시 환경문제와 생명문제와 사회문제로 악순환한다. 오죽하면 전쟁난민을 본따서 기후난민이라는 말이 생겼을까.

천도교의 기후폭동 대응은 필자가 창립 때부터 8년 동안이나 공동대표를 맡았던 한울연대(상임대표 이미애)가 하고 있다. 기후 문제를 모든 지구적 문제들의 총화로 보는 것은 과장이 아니다. 인류 위기는 자연(생태), 마음(정신), 사회(국가) 위기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심에 기후변동이 자리하고 있다.

환경부에서 후원하고 한울연대가 주관한 5대 종단 교류 협력 행사가 2020년 5월의 코로나 정국에서 철저한 거리 두기를 준수하며 천도교 중앙총부가 곁에 있는 수운회관에서 열렸다. 기후위기의 원인과 현상을 이해하고 종교적 실천을 통한 해법을 찾고자 하는 대화 마당이었다. 이 자리에서 발표를 맡았던 임형진 천도교 종학대학원 원장은 천도교 경전을 인용하면서, 동학사상의 천지부모 일체 설은 동학의 대표적인 생명 사상이라면서 동학에서는 하늘과 땅, 아버지와 어머니의 낱말은 비록 넷이지만 이것은 모두 하나로 볼 수 있어서 천지가 곧 부모요, 부모가 곧 천지라고 하였다. 인간 중심주의적 사고가 아닌 지구적 차원의 이런 사고가 바로 천지부모 일체설이라고 발표하였다.

경전에서처럼 오곡이 천지부모가 주시는 젖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참 불효막심한 짓을 맹렬하게도 하는 셈이다. 부모인 천지의 가슴팍을 짓이기고 속을 뒤집어 놓으며 하지 말라는 짓만 골라서 한다. 이는 천도교 경전인 ‘천지부모’편이나 ‘삼경’, ‘이천식천’에 잘 나온다.

한울연대 8주년 행사 기념품. 일회용 안 쓰기 운동의 손수건. 새겨진 글귀는 ‘오곡은 천지의 젖, 땅은 어머니의 살, 밥 한 그릇의 이치’. 천도교 한울연대 제공.
한울연대 8주년 행사 기념품. 일회용 안 쓰기 운동의 손수건. 새겨진 글귀는 ‘오곡은 천지의 젖, 땅은 어머니의 살, 밥 한 그릇의 이치’. 천도교 한울연대 제공.

동학은 사람이 곧 하늘이라고 했다. 그래서 하늘(한울)을 공경하라고 했는데 하늘은 사람을 떠나 따로 있는 게 아니라면서 아무리 조상과 하늘을 공경한답시고 법석을 떨어도 사람을 공경하지 않는다면 물을 쏟아버리고는 해갈을 바라는 것과 같다고 했다. 씨앗을 놔두고 바라보기만 하고 심지 않는 것과 같다고도 했다. 사람이 곧 하늘이기 때문이다. 여기까지는 동서양의 경전과 성현들 말씀에도 나오는 것으로 우리 귀에 익숙하다 하겠다.

그 다음에 동학 천도교에서만 볼 수 있는 천지자연 생명사상의 핵심이 나온다. “사람을 공경한다고 해도 도를 이루었다고 할 수 없다. 물(物. 물건. 자연)을 공경해야만 도의 완성이라 할 것이다”(해월법설. ‘삼경’)

이 대목은 2020년 9월 22일 원불교 소태산 기념관에서 열린 〈종교인 기후행동 선언식〉에서 한울연대가 내놓은 발표문에 그대로 나와 있다. 천도교에서는 종교 간 대화와 ‘환경종교회의’에 모인 5개 종단을 통해 이런 입장에 입각한 활동을 펼쳐 나가고 있다.

3. 지구온난화 대응 실천 추진단과 해월 순도 120주년 사업

천도교의 본격적인 기후 비상행동 시작은 한울연대의 〈지구온난화 대응 실천 추진단〉으로 봐야 할 것이다. 2018년 7월에 전 공동대표인 전희식을 단장으로 결성되었다. 추진단원이 되려면 활동비를 받기는커녕 10만 원 이상씩 기금을 내야 했다. 기상천외한 발상이었다.

첫 활동은 그해 8월 14일의 해월 최시형 기념일에 천도교 이름으로 환경선언문을 발표하는 것이었다. 이때 기후폭동이라는 이름이 한국 사회에 처음으로 등장했다. 제임스 러브록의 가이아이론처럼 한울연대는 기후를 유기체로 본 것이다.

천도교 중앙총부 명의로 〈기후폭동을 헤쳐 나가자〉는 이름으로 발표되었는데 기후폭동의 원인을 인간의 탐욕과 물질주의로 진단하고, 생태적 삶을 추구하자면서 경천, 경인, 경물이라는 3경 가르침을 실천할 것을 천명했다. 후속 사업과 선언의 확산에 주력하기로 선언에 담았다.

이 추진단은 1) 기후폭동 현상들과 문제점 2) 국제 및 국내 기구들의 대응 3) 기후폭동의 책임소재 : 자연현상, 국가별, 기업, 개별 인간 등과 구체적 실천 사항을 담은 기후폭동 7대 쟁점을 정리해 발표했다.

한울연대 창립 8주년에 맞춰 〈기후폭동시대 우리의 대응〉 공개토론회 자료집. 천도교 한울연대 제공.
한울연대 창립 8주년에 맞춰 〈기후폭동시대 우리의 대응〉 공개토론회 자료집. 천도교 한울연대 제공.

그해 10월 14일에는 한울연대 창립 8주년에 맞춰 〈기후폭동시대 우리의 대응〉 공개토론회를 개최하는 한편 기후폭동 대응 10대 실천 강령을 채택했다. 10대 실천강령은 분야별 긴 토론을 거쳐 정리된 것으로 일회용품 안 쓰기 부문, 음식 부문, 에너지 부문, 에스엔에스(SNS) 부문 등으로 나누어 정리되었다. 재미있는 것은 전자쓰레기 문제를 언급한 것이다. 과도한 에스엔에스 활동과 단체 메일, 단체 카톡 등을 지적한 것이다. 이런 방침에 맞게 8주년 행사 기념품으로 손수건을 만들어 나눠주면서 냅킨이나 휴지 등 일회용을 안 쓰기로 했다. 자동차 안 타고 자전거 타기 등 탈핵을 넘어 탈 석유에너지 운동을 벌이기로도 하였다.

2018년은 해월이 순도한 지 120년 되는 해였다. 천도교 사회문화관(관장 정정숙)은 사업의 일환으로 위의 천도교 환경선언 외에도 11월 18일에 〈시천주 생태포럼〉을 한울연대가 실무 일을 맡아 개최하였다. 이 자리에서 실천 강목으로 개인 컵을 가지고 다닌다, 지역 유기 농산물로 식물식(채식)을 한다, 주거 공간을 줄이고 같이 산다(함께 살기), 외식을 줄인다(도시락 가지고 다니기), 조명, 난방, 에어컨 등을 낮춘다 등이 제안 되었는데 요즘의 코로나 정국을 떠올리면 이제 인간들이 어쩔 수 없이 과도했던 외부활동을 줄이는 꼴이 되고 있다.

4. 천도교 여성회와 천도교 청년회 그리고 한울환경지도사 양성 사업

생협운동의 효시라 할 ‘한살림’의 사상적 토대는 해월의 동학사상이다. 전 부산대 교수 임재택의 생태유아공동체 운동 역시 그렇다. 이들은 논외로 치더라도 천도교여성회와 천도교 청년회에서는 2000년대부터 기후위기라는 용어를 쓰지는 않았어도 생활환경운동과 지역사회 환경 활동을 해 왔다. 태안기름유출 방제활동 등이다.

올해는 환경부사업을 위탁받아 한울연대가 〈2021년 한울 환경 교육지도사 심화과정〉을 벌이고 있다. 이 사업의 부제는 이천식천(한울밥상)이다. 밥 한 그릇이 기후위기와 직결되는 사인으로 인식한 것이다.

이 사업의 구체적인 내용은 쓰레기 발생 없는 요리, 탄소중립 실천 현장실습, 지구와 공생하는 되살림, 나와 지구를 살리는 한울밥상 1-4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좋은 흙이 건강한 작물을 만들고 건강한 작물이 살아 있는 밥상을 보장한다는 땅 살림 밥상으로 이어가고 있다.

전희식

농부. 마음치유농장 대표. 건강한 노동, 깊은 마음 챙김, 이웃과 사회에 봉사, 모든 일과 공부를 놀이 하듯.

댓글

댓글 (댓글 정책 읽어보기)

*

*

이 사이트는 스팸을 줄이는 아키스밋을 사용합니다. 댓글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아보십시오.


맨위로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