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후드 마케팅』 : 기업전략에서 발견한 10가지 공익마케팅 법칙
‘마케팅’. 대체로 진보적 가치관을 지닌 활동가들에게 ‘시장’이란 단어는, 해결방안을 정부나 공공이 아닌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개념을 떠올리게 하는 좀 불편한 단어인 것 같다. 특히 기후활동가들에게는 더더욱.
그래서일지도 모르지만 마케팅이란 개념 자체도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같다. 꼭 이 단어를 사용하지는 않지만, 전략과 액션플랜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이런 내용들이 잘 언급되지 않는 것을 볼 때 단지 필자의 주관적 느낌만은 아닐 것이다.
어쨌건 이 글에서 ‘마케팅’이란 용어는, 인간 행동 매커니즘에 대한 하나의 표현으로 사용하고자 한다.
‘마케팅’이 물건을 잘 팔기 위해 소비자의 심리나 행동패턴 등을 연구하는 등의 활동이라면, ‘공익마케팅’은 캠페인의 대상들에게 물건 대신 가치를 파는, 다시 말해 우리가 원하는 공익적 행동에 나서도록 하는 활동일 것이다. ‘소셜마케팅’이라 불리기도 한다.
『로빈후드 마케팅』이란 책에서는 10가지 공익마케팅 법칙(로빈후드 법칙)을 소개하고 있지만, 사실 핵심적인 내용은 첫 번째 챕터에 압축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여기서는 1챕터의 핵심 내용과 마지막 장에서 로빈후드 법칙의 활용법에 대한 부분을 중점적으로 살펴보도록 한다.
거대한 목표보다, 구체적 행동에 주목하라
첫 번째 챕터에 등장하는 ‘로빈후드 법칙1’은 “우리의 거대한 목표가 아닌 청중의 구체적인 행동에 주목하라”이다.

사진 출처 : geralt
‘마케팅의 핵심은 조직의 목표가 아니라 청중에게 초점을 맞추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연간계획이나 전략세우기 워크숍, 캠페인 기획회의 등에서 우리는 청중의 고민에서 시작하기보다 우리의 목표나 메시지를 어떻게 전달할지부터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마케터들은 가장 먼저 소비자에게서 이끌어내고자 하는 행동에 초점을 맞춘다. 그리고 다음으로 이를 위한 구체적인 전략을 짠다. 그러나 공익단체들 대부분은 이와는 정반대로 일을 진행한다.’고 설명한다. 즉 행동을 이끌어내기 위한 전략을 짜라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행동은 ‘구체적’ 행동이다. ‘대강’ ‘대략’ ‘대충’ ‘어느 정도’의 행동을 염두에 두면,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 수가 없다. 그리고 결과에 대한 기대치도 활동가들마다 다를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캠페인이 끝나고 나서도 제대로 된 평가를 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평가의 기준을 구체적으로 세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패하더라도 구체적 기준을 세우면, 추후 그 부분을 보완해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다음 문장은 당시 필자에게 꽤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청중의 생각에 도전하지 말자!’.
사실 필자는 청중의 생각, 가치관을 바꾸고 싶었다. 그래서 시민들이, 당시 우리 활동의 주요 이슈였던 부동산, 집에 대한 이기적 생각이 아닌 좀 더 공익적 가치관을 갖기를 기대했었다. 하지만 잠시 생각해보자. 필자가 이런 생각을 갖기까지는 꽤 여러 권의 책과 강의, 활동, 경험을 통해 수년간 형성된 가치관이다. 그런데 단 한 번 거리에서 잠깐 만나는 시민들이 우리의 피켓과 브로슈어를 보고 이렇게 가치관을 바꾸길 기대할 수 있을까. 그건 너무 큰 기대이자, 허망한, 비현실적 기대일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우리의 세계관을 강요해서는 청중으로부터 행동을 이끌어 낼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정보를 제공할 필요는 없다. 사람들은 자신과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정보만을 원한다.’고 설명한다.
지금도 어려운 일이지만, 피켓팅을 준비할 때 시민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핵심메시지를 고르는 일은 늘 어렵다. 피켓 개수도 줄여야 하고, 피켓에 들어갈 문장도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많이 줄여야 한다. 하지만 늘 더 넣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이런 유혹을 뿌리치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중에서 줄이고 줄여 시민들과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정보와 연결시키는 고난도의 작업이 아닐까 싶다.
또한 저자는 ‘복잡한 상황을 최대한 단순화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마켓에서 팔리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단순화 작업은 효과적인 의사소통을 위한 전제조건’이라고 덧붙인다. 특히 기후변화 이슈는 많은 설명이 필요하다. 그래서 복잡하다. 이걸 최대한 단순화해서 설명할 수 있을까? 정말 어려운 과제이다. 한 번에 설명하려는 욕심을 버리고 여러 번 나누어 설명을 해야 할 것이다.
기후위대응 마케팅에서 할 수 있는 실수
그밖에도 여러 중요한 포인트들을 설명하고 있지만, 여기서는 마지막 챕터에 등장하는 <치명적인 세 가지 실수 피하기> 부분만 언급하려고 한다.
① 정보가 행동으로 이어진다는 착각
- <탄소사회의 종말> 편에서 다루게 되겠지만, 이는 ‘정보결핍 가설’을 뒤집는 ‘기후변화에 대한 정보와 지식이 늘어날수록 기후위기로부터 심리적 거리를 두려는 사람이 늘어나는’ 현상인 ‘심리적 기후 역설’과도 맞닿아 있다. 즉 사람들이 행동하지 않는 이유가 정보 부족은 아니라는 것이다.
② 우리가 청중이 아니라는 사실을 종종 잊어버린다는 점
- 따라서 우리의 메시지는 반드시 청중의 눈높이와 청중의 고민과 연결되도록 ‘번역’ 작업이 필요하다. 이는 ‘지식의 저주’라는 개념과도 비슷하다. 어떤 사실을 알고 나면, 그 사실을 알기 전의 상태가 어떠했는지 알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활동가들이 시민들에게 말을 걸 때는 반드시 ‘번역’ 작업이 필요하다.
③ 마케팅 작업은 뒤로 미뤄도 된다고 생각하는 안이함
- 기껏 잘 만든 메시지가 ‘유통’과정에 소홀한 나머지, 전달되지 않고 사장되는 경우가 많다. 기업들이 상품 자체 뿐 아니라 상품의 포장과 광고에 얼마나 신경을 많이 쓰는지, 우리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