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기후위기는 여태 해결이 안 되고 있는가 -CCC의 비밀을 찾아서] ① 나의 커뮤니케이션 여행기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서는 사람들의 행동을 바꾸는 것이 중요한데, 어째서 기후활동가나 기후전문가들조차도 편향 등 실질적인 사람들의 행동유무에 영향을 주는 ‘커뮤니케이션’관련 영역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을까? 기후과학처럼 많은 학자들의 연구결과가 있음에도 말이다. 이에 대해 필자가 고민하면서 만난 책들에 대해 하나씩 소개하는 전체 연재글의 도입글이다.

CCC는 ‘Climate Change Communication’의 약자로, 기후변화 커뮤니케이션을 의미한다. 부제에서 신비감을 주려 했는데, 벌써 암호를 풀어버린 것 같은 기분이….

‘Oxford Languages’(옥스포드 영어사전 온라인판)에 따르면,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이란 “인간이 서로 의사·감정·사고를 전달하는 일. 언어·문자, 그 밖의 시각·청각에 호소하는 몸짓·표정·소리 등의 수단으로 행함. 순화어는 ‘의사 전달’, ‘의사소통’.”으로 정의된다.

우리말로 ‘소통’이라고 번역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나라 정서에서 ‘소통’이란 표현은 ‘커뮤니케이션’이란 의미를 담기에는 조금은 다른 어감, 다른 의미로 사용되고 있기에, 앞으로는 커뮤니케이션이란 단어를 사용하려고 한다.

커뮤니케이션과의 인연은 시민단체 활동 중 만난 책 한 권을 통해서 시작되었다. 나의 첫 시민사회단체 활동은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을 목표로 하는 단체의 활동이었는데, 당시 뭐 하나 제대로 성공시킨 사업이 없다 보니 ‘대체 어디에 문제가 있는 거지?’라는 의문을 품게 되었고, 그러다 우연히 『로빈후드 마켓팅』이란 책을 만나게 되었다.

캐티야 안드레센 (박세연 역) 『로빈후드 마케팅』(나남, 2015)
캐티야 안드레센 (박세연 역) 『로빈후드 마케팅』(나남, 2015)

『로빈후드 마케팅』의 저자 캐티야 안드레센은 베테랑 마케터로, 다양한 공익단체 활동의 경험을 살려 로빈후드 마켓팅 법칙을 고안했는데, “‘로빈후드 법칙’이란 기업의 성공전략에서 훔쳐낸 비영리단체를 위한 열 가지 마케팅 전략이다.”라고 한다. 이처럼 공익활동에 마케팅 개념을 활용하는 것을 ‘소셜마케팅’이라 부른다.

많은 활동가들은 이런 의문을 품는다. “이처럼 숭고한 일을 하는데, 왜 번거롭게 마케팅까지 해야 하죠?”, “우리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이해한다면 사람들은 당연히 참여하려고 할 겁니다.”라고 말이다. 필자 역시 그랬었다. 책을 읽기 전까지는….

책의 부제는 ‘기업전략에서 발견한 10가지 공익마케팅 법칙’인데, 핵심은 첫 번째 챕터에 등장하는 다음 문장으로 알 수 있다. “마케팅의 핵심은 조직의 목표가 아니라 청중에게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그래서 10가지 법칙 중 가장 중요한 첫 번째 법칙은 “우리의 거대한 목표가 아닌 청중의 구체적인 행동에 주목하라.”이다.

바로 여기서 필자는, 필자를 포함하여 많은 시민사회 활동가들이 빠져있는 중대한 오류 하나를 깨닫게 되었는데, 그건 바로 (시장에서는 고객이라 불리는) ‘시민’의 입장이 아닌, 우리 ‘활동가’의 입장에서 모든 활동(캠페인 등)을 기획하고 시작했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늘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지 않고, 거대한 목표만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과녁이 제대로 그려지지 않았으니 우리가 쏜 화살은 아무 데나 가서 꽂힐 뿐이었다.

우리는 보통 피켓팅을 할 때, ‘우리의 주장을 잘 요약하고 시민들이 이해하기 쉽게 표현하면 설득할 수 있을 거야’라는 전제를 가지고 할 때가 많은데, 그 전제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현재 시민들의 관심은 무엇일까, 그렇다면 우리의 메시지를 시민들의 관심 주제와 어떻게 연결해야 할까?’ 같은 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후에도 계속 이 주제(영역)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 ‘소셜마켓팅’, ‘심리학(사회심리학, 행동심리학, 인지심리학 등)’, ‘과학 커뮤니케이션’ 등으로 불리고 있다.

시민사회단체 활동을 정리하고 녹색당 활동을 시작하면서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게 되었는데, 아무래도 이 영역은 초짜인지라 여러 책들을 찾아보게 되었다. 추천 받은 책들은 대부분 대기과학자나 저널리스트들이 저술한 책들이 많았다.

조지 마셜 (이은경 역) 『기후변화의 심리학』 (갈마바람, 2018)
조지 마셜 (이은경 역) 『기후변화의 심리학』 (갈마바람, 2018)

어느 날 기후변화 강연을 듣다가 기후위기를 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 잘 설명하고 있는 『기후변화의 심리학』이란 책을 알게 되었다. 기후변화 관련 공부를 하면서 알게 되긴 했지만, 이 책을 통해서도 기후변화 문제는 역사상 어떤 큰 이슈보다 가장 풀기 어려운 난제이며, 인간 자체가 가진 편향 등의 여러 내재적 메커니즘의 오류로 정말 해결이 어려운 문제임을 알게 되었다.

저자 조지 마셜은 25년이 넘게 기후변화 활동을 해온 전문가인데, ‘사람들은 이러한 명백하고 심각한 문제를 왜 받아들이지 않을까’라는 의문을 품고 이 책을 저술하게 되었다고 한다. 저술을 위해 여러 해 동안 심리학, 경제학, 위험 인식, 언어학, 문화인류학, 진화심리학 분야의 세계적 전문가들과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과 만났다고 한다.

이런 과정에서 결국 저자가 깨닫게 된 사실은, “기후변화는 과학 대 이권 혹은 진실 대 허구의 미디어 싸움이 아닌, 세상을 이해하는 우리의 능력에 대한 궁극적인 도전”이며, “내 의문에 대한 진짜 답은 우리를 가르는 차이점에 있는 게 아니라, 오히려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것들, 즉 공통적 심리, 위험에 대한 인식, 가족과 종족을 지키려는 강렬한 본능에서 찾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첫 번째 챕터에서 밝히고 있다. 이 부분은 정말 인상적이었는데, 『기후변화의 심리학』은 다음 연재글에서 좀 더 자세하게 소개하려고 한다.

기후활동을 하면서, 많은 기후활동가들이 정치나 정책, 사회운동의 측면에서는 나름의 고민과 실천들을 하고 있지만, 커뮤니케이션 영역에서는 관심이 별로 없거나 매우 낮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바로 이 지점에서 필자는 의문이 생겼다.

조효제 『탄소사회의 종말』 (21세기북스), 2020)
조효제 『탄소사회의 종말』 (21세기북스), 2020)

우리가 자주 반복해서 언급하게 되는 1.5도 이내로 탄소예산을 아껴 사용해야 한다거나, 그린란드가 모두 녹으면 해수면이 6~7미터 상승한다는 사실들은 과학자들의 연구결과로서, 우리는 아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사람들에게 경고하기도 한다.

그런데 같은 과학자들인 사회심리학자, 진화심리학자, 행동심리학자, 언어학자, 문화인류학자들의 연구결과는 왜 잘 모르거나 관심이 없는 것일까? 대기과학자들보다 심리학자들의 급이 낮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또는 심리학이란 것 자체가 수치로 측정되지 않는 것이라 별로 과학적이지 않다고 생각해서일까, 아니면 심리학은 자신도 경험으로 알고 있기에 그리 대단한 학문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가장 최근에 만난 『탄소사회의 종말』이란 책은 지금까지의 고민들을 종합적으로 설명해 주는 책이어서 너무 반가웠다. 정리가 안 되는 부분들이 있었는데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었다. 『기후변화의 심리학』과 연결되는 부분들도 있고, 여기서 담지 못한 연관된 영역에 대한 일목요연한 설명들이 인상적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믿고 있는 거대서사(Meta Narrative)가 바뀌어야만 문제해결이 가능하다는 지적을 하고 있는 『작은 행성을 위한 몇 가지 혁명』이란 책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시릴 디옹 (권지헌 역) 「작은 행성을 위한 몇 가지 혁명」 (갈라파고스, 2019)
시릴 디옹 (권지헌 역) 「작은 행성을 위한 몇 가지 혁명」 (갈라파고스, 2019)

서론이 좀 길었는데, 앞으로 몇 번의 연재를 통해 ‘왜 기후위기가 해결이 안 되고 있는가?’를 조명해 보려 한다.

사실 뭔가 답을 발견해서 이 글을 쓰는 건 아니다. 여전히 풀리지 않은 문제이고, 그로 인해 기후활동을 하면서도 마음이 복잡할 때가 있다. 어떤 때는 사회운동 쪽에 강조점을 두다가도, 어떤 때는 커뮤니케이션 차원의 고민을 다시 이어가기도 하고. 두 가지가 모순되어 보이는 상황에 이르면 멘붕에 빠지기도 한다.

그래도 글을 쓰면 무언가 정리되는 것들이 있다고 믿기에, 평소 잘 해보지 않은 글쓰기지만, 글쓰기 과정에서 발견할지 모르는 해결점을 기대하며 써보려 한다. 원인을 하나씩 발견하고 파헤치다 보면 언젠가 기후위기 문제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이렇게 쓰고 보니, 마치 ‘내가 만난 책들’ 같은 느낌이 되어버렸는데, 사실 많은 실마리를 책에서 얻었기 때문에 글의 일정 부분은 책 소개가 될 것이다.

대략의 연재 글 제목은 다음과 같다.

1. 나의 커뮤니케이션 여행기

2. 마켓팅, 기후위기 대응에는 불필요한 것일까?
『로빈후드 마케팅』 : 기업전략에서 발견한 10가지 공익마케팅 법칙

3. 기후위기 해결에 심리학이 중요한 이유는?
『기후변화의 심리학』 : 우리는 왜 기후변화를 왜면하는가?

4. 기후변화의 인간화
『탄소 사회의 종말』 : 인권의 눈으로 기후위기와 팬데믹을 읽다.

5. 인류의 시작을 열었던 ‘이야기’를 바꾸어야 인류의 종말도 막을 수 있다.
『작은 행성을 위한 몇 가지 혁명』 : 지구를 구하기 위한 행동 지침서, 세상을 바꾸는 이야기와 전략

이제 커뮤니케이션 여행은 시작되었다. 함께 CCC의 비밀을 찾기 위해 떠나보자.

김영준

- 다양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때론 제가 누군지 헷갈릴 때가.. ^^

- 예술가(음악가)
1인조인디밴드 ‘하늘소년’이란 별명으로 오랫동안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해 왔고, 밴드앨범을 제외하고 여섯 장의 개인 앨범을 발매했습니다. (EP앨범, 싱글앨범)

- 종교인
모태 신앙으로 어릴때부터 교회생활을 했습니다. 물론 평범한 기독교인은 아닙니다.

- 정치인
녹색당에서 20대 총선 후보로 뛰었고, 서울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으로 활동한 후, 현재는 기후정의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기후위기비상행동’에서 활동했었고, 현재는 ‘기후위기 기독인 연대’를 만들어 기후활동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 기후환경강사
청소년, 성인 등 다양한 대상과 기관에서 기후환경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 남편과 아빠
아내와 두 아들(6세, 3세)이 있고,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게 된 후로는 아이들에 대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라도, 남은 인생을 여기에 걸어야겠다고 마음먹게 되었습니다.

댓글

댓글 (댓글 정책 읽어보기)

*

*

이 사이트는 스팸을 줄이는 아키스밋을 사용합니다. 댓글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아보십시오.


맨위로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