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환경주의’ 주의(注意) -『위장환경주의』를 읽고

환경과 연관된 녹색 거짓뉴스는 명백하면 할수록 더 많은 사람이 믿게 된다. 기업과 정부는 교묘히 환경으로 포장한 것들을 많이 사서 쓰도록 유도한다. 우리는 언제까지 이렇게 속고 살아가야 할까. 전년에 이어 올해도 기후위기로 인한 이상 징후들이 속출하고 있고 더욱 심각하게 다가오고 있다. 더 이상 속아서는 안 되겠다.

황제가 입은 녹색 옷

카트린 하르트만 저, 『위장환경주의』(에코리브르, 2018)
카트린 하르트만 저, 『위장환경주의』(에코리브르, 2018)

네스프레소는 비싼 커피 중 하나다. 광고로 조지클루니와 커피 재배 농부가 서로 끌어안는 장면을 보여주며 친환경적인 이미지를 강조한다. 그걸 보는 사람들은 네스프레소 커피를 마시면 환경도 좋아지고 어려운 커피 재배 농가도 도울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전에 네스프레소 캡슐커피 메이커를 사고 싶어 며칠 검색을 하다 환경적인 이유가 아니라 경제적인 이유로 사지 않은 기억이 있다. 대안경제공부모임에서 『위장 환경주의』를 읽고 나누며, 환경에 치명적인 네스프레소 캡슐커피메이커를 사지 않은 것은 정말 잘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네스프레소 커피 캡슐로 인한 알루미늄 캡슐 쓰레기가 매년 최소 8,000톤이 나온다. 이로 인해 거대한 열대림이 사라지고 1톤의 알루미늄을 생산하려면 2인 가구가 5년간 사용하는 전기량이 들고 독성을 띤 빨간 진흙이 최대 6톤까지 나오는데 뚜껑도 없는 수조에 보관한다. 그런데 이 수조를 둘러싸고 있는 둑이 자주 무너지고 마을과 들판으로 흘러 들어가 납, 카드뮴, 수은 같은 중금속이 물과 땅을 오염시키고 사람들을 병들게 한다. 네스프레소는 사용한 알루미늄 캡슐을 100% 수거할 거라고 하며 노란색 수거통에 넣거나 재활용 수거함에 넣으면 자사가 재사용할 거란다. 교묘하게 환경에 대한 책임을 고객에게 떠맡기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얼마나 재사용 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런 기업이 네스프레소 뿐만이 아니라 비일비재 하다는 것이다.

환경오염 주범들의 신분 세탁

세계 굴지의 석유 채굴기업들은 자신들이 환경오염의 주범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나려고 친환경적인 에너지로의 전환을 위해 많은 투자를 한다고 선전한다. 광고도 녹색과 친환경적인 이미지를 보여주는데 광고일 뿐이다. 오히려 석유 생산을 더 늘렸다고 한다. 석유 운반선의 석유유출 사고와 석유시추선의 폭발사고, 정유공장의 폭발사고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큰 재앙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중 가장 큰 석유유출 사고는 2010년 4월 멕시코만에서 일어난 석유 대기업 BP가 운영하는 석유시추선 딥워터 호라이즌이 폭발한 사고다. 이 사고로 7억 8,000만 리터의 석유가 멕시코만으로 흘러 들어갔다. BP는 모든 것이 정상화되었다고 하고 2014년 청소작업을 중단했다. 환경단체에서 이에 문제 제기를 하고 증거를 제출해도 기업과 정부는 묵살한다.

그린워싱의 역사는 1960년대부터 시작되었는데 미국에서 반핵운동과 환경운동을 펼치던 시기다. 환경운동이 사람들에게 산업에 대한 비판적 의식을 심어주면 줄수록 산업계는 더 강력하게 녹색광고로 대응했다. BP는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이미지 관리를 위해 포털사이트에 매일 1만 달러의 비용을 지불한다고 한다. 이런 방식으로 BP는 역사상 가장 규모가 컸던 석유유출 사건을 하찮게 만드는데 성공했다. 그런데는 규제철폐, 부패와 로비, 대기업의 권력, 정치권의 관리부재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2007년 12월 삼성중공업에 의한 태안 앞바다 기름 유출 사고가 있었다. 삼성과 정부는 기름유출로 인한 해양 파괴, 어부들의 생계와 그로 인한 자살에는 꿈적하지 않고 사고 수습에 대한 국민들의 단합에 대한 국민성을 강조하고 그런 기억으로 남게 했다.

더 많이 구매하면 바다를 살릴 수 있다는 거짓말

패션브랜드 G스타는 바다에 떠다니는 1억 4,000만톤의 플라스틱 중 9톤을 건져 옷을 만든다고 선전한다. 아디다스도 바다에서 건진 플라스틱으로 운동화를 만드는 프로젝트로 유엔의 축복까지 받고 많은 혜택을 누렸다. 출퇴근길 대형 백화점에 내걸린 플라스틱으로 만든 티셔츠를 입고 있는 대형 브로마이드 광고를 보며 ‘플라스틱 재활용 옷을 만들어 팔아서 다행이다. 나도 저 옷을 사서 입어야겠다.’라는 생각을 했었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것을 구매하면 할수록 바다를 살릴 수 있다고 하는데 과연 그럴까. 티셔츠 한 장을 생산하는 데 2,700리터의 물이 들어가고 청바지 한 장을 만드는 데는 8,000리터의 물이 필요하다.

옷의 절반은 면이다. 면을 생산하기 위해 많은 양의 농약을 쓰고 물을 끌어다 쓴다. 한때 세계에서 네 번째로 컸던 내해가 고갈된 것은 섬유산업에 희생된 인간이 초래한 엄청난 환경 재해 중 하나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섬유산업은 환경 파괴의 세 번째 주범으로 간주되고 있다. 입으면 입을수록 바다를 살리는 게 아니라 죽이는 것이다. 환경을 살리려면 옷과 플라스틱을 적게 생산해야 한다. 아울러 아껴 쓰고 최소한의 소비를 해야 한다.

삼류극장

종려유(팜유)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식물성기름이다. 값이 가장 싸기 때문이다. 인스턴트 스프와 냉동피자, 아이스크림과 초콜릿, 마가린, 차를 마실 때 사용하는 작은 초, 화장품과 세제 등등에 사용된다. 지난 20년간 사용량이 2배 넘게 늘었다. 그런데 종려유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열대지방의 산림을 벌채해야만 한다는 것과 노동자들을 착취한다는 것이다.

종려유 생산업체의 대표적 기업이 유니레버인데 환경보호에 책임을 다하겠다며 NGO단체나 UN과 협업한다. 그런데 이것은 ‘지속가능’인증서만 구입하려는 것일 뿐 실질적으로 사용하는 종려유의 출처가 불분명하다고 한다. 우리 주변의 물품들은 비슷한 형태로 우리에게 판매된다. 환경친화적인 제품으로 둔갑하여 우리의 눈을 속이고 많이 소비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만든다.

국가의 그린워싱

기후, 환경, 건강을 보호한다는 미명아래 독일은 남반구에 있는 나라에서 그 어떤 국가보다 인권침해를 많이 저지르고 있으면서 이를 합법화하고 심지어 재정 지원까지 해주고 있다. 경제가 성장하는 동안 독일의 하늘이 오염되지 않도록 하고, 겉으로 보기에 환경과 기후를 보호하는 것 같은 기술로 인해 발생하는 불이익은 모두 남반구로 전가한다. 이런 사례는 독일만이 아니다. 거의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고기와 피

환경을 살리려면 옷과 플라스틱을 적게 생산해야 한다. by Bicanski 출처 : https://pixnio.com/ko/media/ko-2164423
환경을 살리려면 옷과 플라스틱을 적게 생산해야 한다.
사진 출처 : Bicanski  

예전에 비해 경제력이 성장하여 고기를 많이 먹는다. 전 세계적으로 고기 소비량이 늘고 있다. 가축을 키우고 가축이 먹는 사료인 콩과 옥수수를 키우기 위해 많은 숲이 파괴되고 그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위협한다. 심지어 돈을 벌기 위해 작은 곳에 소를 가두고 사료에 항생제와 성장호르몬제를 투여한다. 그러면서 소를 빨리 키워 탄소 배출을 줄이고 가둬 키워 땅을 덜 차지한다고 말하면서 친환경적이라고 말한다. 공장처럼 소를 키우면서 말이다. 동물복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우유 1리터를 생산하는 데 물 1,000리터가 필요하고, 쇠고기 1㎏을 생산하는 데 물 1만 5,500리터가 들어간다. 소 한 마리가 거의 자동차 두 대와 맞먹는 온실가스를 배출한다고 한다. 또 엄청난 양의 배설물은 바다로 흘러가 해양 생태계를 파괴해 땅의 오염, 공기의 오염, 바다의 오염 그리고 인권 유린의 문제까지 복합적인 문제를 낳는다. 다행인 것은 채식주의자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식당에 가 보면 채식주의자가 고를 게 많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불편함으로 채식을 하려다가 포기하는 사람도 있다. 채식주의자들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고 이 기회에 채식을 할까 고민도 해 본다.

정의로운 모든 것

거대 자본에 맞서 싸우고 이와 연대하여 정의가 승리하는 사례를 얘기한다. 독자는 온갖 파괴와 불행에도 불구하고 정의를 위한 투쟁을 하며 용기와 희망을 주는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 희망이라는 메시지를 준다.

경제적이라는 효율적이라는 미명 아래 중요한 가치들이 파괴되고 기업과 정부는 환경을 위하고 사람을 위하는 것처럼 위장하며 돈을 벌기에만 급급하다. 그런데 이런 것들을 잘 구별하기 어려울 때도 많고 안다고 해도 실천하기까지는 노력이 필요하다. 불편함을 선택해야 하고 가난함을 선택해야 한다. 그래서 환경을 위한 삶이 쉽지 않다. 그러나 꼭 필요한 것이고 미룰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지금 당장 닥치지 않으니 무감각할 뿐이다. 먼저 안 사람들이 알리고 입법을 통해 바꾸고 함께하는 사람을 모아야 할 것이다. 먼저 내가 변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다.

달뜸

달이 뜨면 마음이 들뜬다고 그걸 달뜬다라고 표현도 했다네요. 그래서인지 어릴 때 달이 뜨는 날 밤에는 밖에 나와서 친구들과 그림자밟기도 하고 단체 숨바꼭질도 하며 즐겁게 놀던 기억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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