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전쟁의 진짜 기반은 우주다 – ‘우주산업’이라는 이름의 군사화와 지구 식민화

우주 개발의 역사는 흔히 낭만적으로만 그려지지만, 로켓 기술의 출발점에는 일찍이 전쟁이 있었다. AI 기반 표적 선정과 위성·정찰 인프라가 결합한 현대전은 구조적으로 민간인 희생을 낳고 있으며, 그 책임은 시스템과 국가, 기업 사이에서 분산된다. 최근 한국 정부 또한 한화 등 민간 기업과 손잡고 안보와 미래라는 명목으로 우주 산업을 확장하고 있다. ‘친환경 미래 산업’이라는 포장과 달리, 우주산업은 하늘과 땅 양쪽 모두에서, 보통의 삶을 위협하고 기후 붕괴를 가속화한다.

죽은 것은 어린이와 민간인이었다

2026년 2월 28일, 이란 남부 미나브의 한 초등학교가 폭격을 맞았다. 학교 이름은 ‘좋은 나무’였다. 그날 아침반 교실에 있던 170명 이상의 이들이 목숨을 잃었고, 그중 150명 가량이 학생이었다. CNN과 뉴욕타임스, 가디언 등은 미군의 예비조사 결과를 인용해, 인접한 혁명수비대 기지를 공격하는 과정에서 갱신되지 않은 표적 정보 탓에 학교가 잘못 타격됐을 가능성을 보도했다. 유엔 인권 전문가들은 독립 조사를 요구했고, 국제사회에서는 전쟁범죄 여부까지 거론됐다.1

AI 기반 표적 선정과 위성·정찰 인프라가 결합한 현대전은 구조적으로 민간인 희생을 낳고, 그 책임은 시스템과 국가, 기업 사이에서 분산된다. 사진 출처 : FATİH

공식 발표는 이를 ‘오류’라 불렀다. 어린이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 사건에 오류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도 문제지만, 또 다른 문제는 이것이다. 스스로를 ‘정밀’하다 자랑하는 현대 전쟁이 초래하는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다는 것.

목표를 겨냥해 정확히 제거한다고 자랑하는 이 ‘정밀’ 공격은 거의 매번 수많은 민간인의 희생으로 끝난다. 가자지구는 이 문제를 한층 더 선명하게 드러낸다. 탐사보도 매체 +972 매거진과 로컬콜의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라벤터라 불리는 AI 시스템으로 개인을 표적 후보로 분류했다. 통신 기록과 이동 패턴, 네트워크 연결을 근거로 무장조직 연루 확률을 계산해 최대 3만 7천 명 규모의 표적 후보를 만들었고, ‘아빠 어디야(Where’s Daddy)?’라는 도구는 표적이 집에 들어간 순간을 포착해 가정 내부를 공격할 타이밍을 잡는 데 쓰였다. 같은 보도에는 저급 표적 한 명당 민간인 15~20명의 희생까지 허용됐다는 증언, 그리고 병사가 표적 하나를 승인하는 데 20초 가량밖에 쓰지 않았다는 증언이 담겨 있다.2

여기서 끔찍한 것은 사람이 데이터로 환원된다는 사실이다. 삶과 관계와 개인 서사는 사라지고 패턴만 남는다. 얼마나 자주 전화를 껐는지, 누구와 연결돼 있는지, 어디로 이동했는지와 같은 조각난 데이터가 한 사람의 생사를 결정한다. AI는 그가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묻지 않는다. ‘이 패턴은 무장세력과 얼마나 닮았는가’를 계산할 뿐이다. 그 순간 사람은 이름과 얼굴을 잃고 제거 가능한 붉은 표적이 된다.

그런데 AI가 표적을 추천하고 지휘관이 그것을 승인하는 절차가 반복되면, 인간의 독립적 판단은 약해지고 시스템에 대한 신뢰는 맹목이 된다. 데이터 수집, 알고리즘 분류, 표적 추천, 몇 초 만의 승인과 타격. 이 흐름 속에서 인간은 판단자에서 서명자로 물러난다. 시스템이 만든 결과에 결재 도장을 찍는 역할 말이다. 이러한 체계는 가속을 낳는다. 가속은 맥락을 삼키고, 맥락이 사라진 자리에서는 책임도 흩어진다. 지휘관은 시스템이 추천했다 하고, 개발자는 중립적 모델을 제공했을 뿐이라 하고, 정치인은 군사적 필요였다 한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자리에 무수한 죽음과 고통이 남는다.

AI 무기는 혼자 작동하지 않는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AI를 통한 학살에 관한 것이었다. 그런데 AI만이 문제이고 핵심일까. 그렇지 않다. AI는 혼자 작동하지 못한다. 그 시스템을 뒷받침하는 훨씬 거대한 인프라, 즉 GPS, 위성 통신, 정찰 자산, 실시간 데이터 연결망이 필요하다.

AI가 아무리 정교하게 분석해도 실시간 위치 정보가 없으면 표적을 추적할 수 없고, 위성 통신이 끊기면 전장 정보를 주고받을 수 없으며, 정찰위성이 없으면 광대한 지역을 지속적으로 감시할 수 없다. 드론이 ‘눈’, AI가 ‘분류하는 머리’, 미사일이 ‘손’이라면, 위성은 이 셋을 잇는 ‘신경’이다. ‘AI가 문제’라고만 하면 해결책도 ‘AI 규제’로 좁아진다. 진짜 문제는 AI가 기대고 있는 우주 인프라인 위성, 군사 통신망, 정찰 시스템인데 말이다. 그리고 이를 키우는 국가와 기업이다. 오늘의 AI 전쟁은 아주 새로운 전쟁이 아니다. 예전부터 있어왔던 ‘위성에 기반한 전쟁’이 더 빠르고 자동화된 형태로 진화한 것이다.

이것은 이미 국가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사실이기도 하다. 미국은 2019년, 육군·해군·공군·해병대·해안경비대에 이어 여섯 번째 군대로 ‘우주군(Space Force)’을 만들었다. 창설식에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우주는 이제 전쟁터”라고 말하기도 했다. 우주가 전쟁을 위한 인프라라는 것을 한 나라의 공식 입장으로 내세운 것이다.3

우주는 평화로운 곳이었던 적이 없다

우주 개발의 역사는 흔히 낭만적으로만 그려지지만, 로켓 기술의 출발점에는 전쟁이 있었다. 인류 최초의 탄도미사일(장거리로 날아가 목표를 타격하는 미사일)인 독일의 V-2는, 2차 대전 때 나치가 런던 시민을 학살하는 데 쓴 무기였다. 2차 대전이 끝난 뒤 미국은 ‘페이퍼클립 작전’이라는 이름으로 독일 과학자 1,600여 명을 몰래 데려왔다. 그중 대표 인물이 나치 친위대(SS) 장교 출신 폰 브라운이다. 그가 만든 V-2는 강제수용소에서 약 2만 명을 살상해가며 만든 무기였다. 미국은 그러한 과거를 덮고 기술만 받아들였다. 그 기술은 미국의 미사일 개발에 쓰였고, 아폴로 우주선을 달로 보낸 로켓(새턴 V)에도 적극 활용되었다.4

사진 속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독일 페네뮌데에서 V-2 로켓 개발에 참여한 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으로 왔다. 미국에 머무는 동안 그들은 익스플로러 1호 우주 로켓과 NASA의 새턴 로켓 등 다양한 로켓 개발에 참여했다. 사진 출처 :  미국 항공 우주국 (NASA)

정작 중요한 시기는 그 뒤인 1960~70년대다. 오늘 우리가 쓰는 우주·위성 산업과 GPS가 모두 이때 태어났다. 1960년대의 진짜 주인공은 달로 향한 유인 우주선이 아니라 정찰위성이었다. 미국의 ‘코로나’ 위성은 1960년부터 소련 상공을 돌며 핵기지와 군사시설을 몰래 찍었고, 소련도 같은 방식의 위성으로 미국을 감시했다. 궤도에 오른 위성이 가장 먼저 한 일은 통신도 날씨 관측도 아닌, ‘적을 몰래 들여다보는 일’이었다.5

GPS도 마찬가지다. 원래 GPS는 미 해군이 핵미사일 잠수함의 위치를 알아내려고 만든 군사 기술이었고, 1973년 국방부가 이를 정식 사업으로 통합했다. 한동안 정확한 신호는 군대만 쓰고, 민간에는 일부러 오차를 섞어 흐릿하게 내보내기도 했다. 그리고 이 오차는 2000년에야 풀렸다. GPS는 길 안내 기술이기 전에, 미사일을 정확히 유도하는 기술이었던 것이다. 1991년 걸프전은 이 흐름을 상징한다. GPS로 무기를 정밀하게 유도한 첫 전쟁이자, ‘위성 없이는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을 각국 군대에 심어준 전쟁이었다.6

우주는 평화롭게 시작했다가 뒤늦게 군사화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우주 기반 기술은 애초부터 군사 목적으로 만들어졌고 나중에야 민간으로 흘러나왔다는 사실을. 스마트폰 지도, 항공 관제, 카드 결제 시각 기록이 모두 이 군사 기술에 뿌리를 두고 있다. 흔히 ‘1967년의 우주조약이 있으니 우주는 평화롭게 관리된다’고 하지만, 그 조약은 핵무기 같은 대량살상무기만 금지했을 뿐 일반 무기나 군사위성은 막지 않았다. 우주에서 핵은 빠졌을지 몰라도, 군사적 이용이 사라진 적은 한 번도 없다.

한국의 얼굴: 한화, 그리고 고흥과 제주

이제 이 무대의 중심에는 민간 기업이 조명을 받으며 등장해 있다. ‘민간’이라고 하면 평화로워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오히려 국가 간 전쟁 역량의 상당 부분은 이제 사기업의 위성 및 통신망과 계약에 얹혀 돌아가는 시대가 됐다는 의미로 읽어야 한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는 미국 정보기관과 18억 달러짜리 계약을 맺고 수백 기의 정찰위성망(스타실드)을 짓고 있다. 로이터는 2026년 이란 공습 때 이 위성망 단말기가 드론에 실려 실제 작전에 쓰였다고 보도했다. 이 글 첫머리에서 언급했던, 좋은 나무 초등학교에 가해진 폭격이 바로, 민간 기업의 위성망 위에서 이뤄진 셈이다.7

한국에서는 한화를 빼놓을 수 없다. 한화시스템은 군사 정찰위성에 들어가는 두 종류의 기술을 만든다. 낮과 밤을 찍는 광학·적외선 카메라(EO·IR)와, 구름이 끼거나 캄캄해도 레이더로 땅을 찍어내는 장비(SAR) 둘 모두를 국내에서 유일하게 만드는 기업이다. 한반도와 주변을 거의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우리 군 정찰위성의 핵심 장비를 대고 있어, 이 위성은 ‘한국형 킬체인(북한이 공격하려는 낌새를 보이면 먼저 찾아내 타격하는 체계)의 눈’으로 불리기도 한다. 2025년에는 영국의 대형 방산기업 BAE 시스템스와 손잡으면서 “위성이 모은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지휘관의 결정을 빠르게 돕는다”고 설명했는데, 이는 가자지구에서 사람을 표적화해 공격하는 방식과 똑같은 논리다.8

전쟁과 위기의 시대는 누군가에게는 성장의 기회가 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4년 매출 11조 2천억 원, 영업이익 1조 7천억 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냈고, 그 배경으로 ‘세계 안보 환경 악화’를 꼽았다. 발사체·항공·무기·정찰위성·군 통신을 한 기업집단 안에 모두 갖춘 이 기업이 바로 곧 오늘날의 군산복합체다.

2026년 1월, ‘우주군사화와로켓발사를반대하는사람들’이 마련한 워크숍의 일환으로 제주 한화우주센터 앞에서 사람들이 최성희 활동가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제공 : 희음

그런데 이 모든 성장과 이익은 지구와 지구의 삶을 빨아들인 결과다. 전남 고흥의 나로우주센터(우리나라 유일의 발사기지)는 소음, 진동과 해안 생태계 훼손 문제를 안고 있다. 제주 서귀포 하원마을 옛 탐라대학교 자리에 들어선 한화우주센터(위성 공장)는, 한라산 중산간의 ‘지하수 특별관리구역’ 위에 세워졌다. 위성을 만들 때 쓰는 화학물질(용제, 접착제, 세척제)이 지하수를 오염시킬 수 있다는 우려, 공장이 매달 약 2만 톤의 물을 쓸 것이라는 예측, 2030년이면 제주 농업용수가 하루 33만 톤 부족해질 수 있다는 경고, 게다가 환경영향평가가 끝나기도 전에 공사부터 시작한 절차 문제가 겹쳐 있다. 우주산업은 ‘발사–제조–시험–데이터 처리’로 이어지는 거대한 사슬이고, 그 부담은 늘 규제가 느슨하고 국가적 관심이 덜한 지역에 먼저 부과된다.9

눈에 보이지 않는 청구서

우주산업은 로켓과 위성만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스페이스X의 팰컨 9 로켓은 한 번 발사에 약 5만 갤런의 연료를 태우고, 그을음(블랙카본)을 최소 5톤씩 높은 대기층(성층권)에 곧바로 뿜어낸다. 이 그을음은 같은 양이라도 지구를 데우는 효과가 지상에서 나오는 그을음의 약 500배에 이른다. 위성이 늘어날수록 이를 뒷받침할 지상 시설과 데이터 처리, 전력, 냉각수도 함께 늘어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데이터센터가 쓰는 전기가 2030년이면 지금의 두 배를 넘어 일본 한 나라의 전체 전력 소비량에 맞먹을 것으로 내다본다.10

하늘도 이미 비좁다. 유럽우주국(ESA)이 추적하는 우주 쓰레기만 약 4만 개다. 위성 충돌이 파편을 낳고 그 파편이 다시 충돌을 부르는 연쇄 반응, 이른바 ‘케슬러 신드롬’의 임계점에 다가서면 통신과 GPS 인프라가 흔들리고 금융, 물류까지 영향을 받는다. 우주 환경 파괴는 먼 과학 이야기로 들리지만, 실은 지상 인프라가 무너질 수 있는 문제다. ‘친환경 미래 산업’이라는 인상과 달리, 우주산업은 하늘과 땅 양쪽 모두에서, 보통의 삶을 위협하고 기후 붕괴를 가속화한다.11

시간에 따른 지구 궤도 추적 물체 수(ESA Space Environment Report 2025)

구조를 바꿀 힘은 결국 우리 모두로부터

우주산업과 군사화는 언제나 ‘안보’와 ‘미래’를 앞세운다. ‘안보’라고 하면 따져 묻기가 어려워지고, ‘미래’라고 하면 반대하는 쪽이 시대에 뒤처진 사람처럼 보인다. 대전(연구), 경남(위성), 전남(발사)으로 역할을 나눠 전국에 짓는 우주산업 클러스터도 이 말들로 정당화되는데, 그 과정에서 환경 문제와 주민의 목소리, 공개 토론은 배제되고 무시된다. 민주주의는 투표만으로 굴러가지 않는다. 질문하고, 목소리를 교환하고, 서로의 구석진 자리를 살필 때에야 살아 움직인다. 그런데 우주 군사화는 그 모든 질문하고 살피고 돌볼 권리부터 갉아먹는다.

이 구조는 저절로 생긴 게 아니다. 어디에 예산을 쓸지, 무엇을 안보라 부를지, 전부 사람이 내린 정치적 선택이 쌓인 결과다. 그러니 ‘어쩔 수 없는 미래’라 치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기술은 스스로 멈추지 않고 기업은 스스로 이윤을 포기하지 않으니, 그 방향을 바꿀 힘은 결국 사람에게서 나온다. 질문하고, 정보 공개를 요구하고, 정책을 바꾸려 함께 움직이는 우리 모두를 호명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GPS와 위성 통신에 기대어 살고 있다. 전쟁 역시 우리 삶과 이어진 구조다. 이 구조를 이해하기 위해 자꾸 모이고 자꾸 공부하고 무엇을 어떻게 바꾸어야 할지 자꾸 물어야 한다.


이 글은 우주군사화와로켓발사를반대하는사람들에서 기획한 연속 집담회 중 첫 순서(2026년 3월 31일)에 발제한 자료를 기반으로 작성되었다.

희음

기후-생태운동, 동물운동, 평화운동을 하면서 르포와 시를 쓴다. 우주군사화와로켓발사를반대하는사람들로 활동한 지는 3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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