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콜로키움 『트러블과 함께하기』, 『인류세』 읽기


문제제기들

  1. 홀로세의 온화한 기후를 넘어, 인류세, 자본세, 쑬루세를 어떻게 볼 것인가?
  2. 인간주의는 재건되어야 하는가? 혼종적 주체성 양상으로 퇴각되어야 하는가?‘
  3. 생태와 종과 반려하는 인간, 꾸물꾸물 지상을 기어다는 인간의 상을 어떻게 볼 것인가?
  4. 인류세의 이중구속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가? 신인간중심주의는 가능한가?

모시는 글

혹자는 홀로세의 온화한 기후로부터 벗어난 인류세의 상황에서 더 이상 인간에게 전망이 남아 있지 않다고 말한다. 에코파시즘적인 발언들은 “모든 것이 끝났다. 더 이상 아무것도 하지 마라, 하려면 더 망가진다.”, “인간은 지구의 벼룩이며 암이다” 등의 비탄과 절망을 말한다. 이러한 발언은 인류세를 목전에 두고서 무기력함을 토로하는 바라고 생각된다. 다른 한편으로, 인간 종에게 더 이상 할 일이 남아있지 않으며 인간 이후의 종을 고민해야한다는 포스트휴먼담론과 같은 발언도 문제가 있다. AI와 인공지능이 인간을 넘어서 모든 것을 더 잘 해결할 것이라는 기술결정론적 시각인 것이다. 르네상스 시기의 인문주의는 인간을 자연, 사물, 생명, 기계를 다스릴 수 있는 교양 있는 존재로 봄으로써, 근대의 인간중심주의의 길을 활짝 열었다. 이에 더해 칸트는 신 중심의 초월적인(transcendental) 세계관을 넘어서서 인간 중심의 선험적인(transcendent) 세계관로의 이행하였다. 이 결과로 형성된 인간중심주의의 윤곽과 틀은 역사의 과정을 거쳐 결국 인류세라는 지층적인 실체로 드러나 버린 상황이다.

기후위기와 환경오염, 생물 종 대량멸종의 시기가 개막된 현존 인류는 무엇을 해야 할까? 또 어떻게 살아야 할까? 고민은 많지만, 인류세의 논의는 그것을 하나의 세기적이고 지층적인 구분을 할 정도의 빅히스토리적인 사유의 맥락으로 바꾸어 놓는다. 이런 상황에서 도나 해러웨이는 인류세, 자본세, 쑬루세에 대한 각각의 관점이 인간의 위치와 배치를 달리 설정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는 향후 기후위기 시대에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에 대한 귀중한 전거가 될 것이다. 쑬루세에서의 다양한 종과 더불어 살아가면서 가족을 만들지 않고 친척을 만들기 위한 혼종적 주체성으로서의 인류에 대한 해러웨이의 사유는 새로운 지평을 열 것이다.

또한 인류세에 대한 비관과 절망의 사유와 부활과 구성의 사유를 교차하면서 신인간중심주의로의 이행을 주장하는 클라이브 해밀턴의 사유도 주목된다. 물론 해밀턴 자신이 하나의 대답으로서 인류세를 맞이하고 있다고 생각되지는 않으며, 하나의 문제설정으로서 인류세를 대면하면서 다양한 맥락을 섭렵하고 진단하고 평가하면서 인간에 대한 질문을 이어가고 있다.

인류세는 기후위기에 직면하여 마음의 위기, 상상력의 위기, 인문학의 위기로 현현하고 있다. 마음의 위기는 마음의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정동과 돌봄에서의 위기이다. 상상력의 위기는 생태계의 회복탄력성을 통해 다양화될 수 있는 혼종적 주체성 형성의 위기이다. 인문학의 위기는 인문학적인 설명구조, 다시 말해 이야기구조의 설립의 주체성으로서의 인간의 위기이다.

여기서 도나 해러웨이는, 기후위기는 ‘상상력의 위기’라는 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다시 말해 다양한 종을 반려로 하여 혼종적 주체성 양상을 통해서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퇴비로서의 인간이다. 반면 클라이브 해밀턴은 기후위기가 ‘인문학의 위기’라는 점에서 접근한다. 인류세의 생태적 한계 앞에서 인문주의의 구성력 자체에 주목하면서 인간의 한계와 잠재력을 동시에 탐색하는 것이다. 이 두 입장 모두 우리 앞에 놓인 기후위기라는 거대한 문제설정 속에서 나름대로 설명력을 갖추고, 이야기구조를 설립하려 노력하고 있다. 우리는 거대한 이야기구조의 위기 속에 있는 이는 마음의 위기, 상상력의 위기, 인문학의 위기를 포괄하는 미래, 인간, 종, 생명에 대한 사유의 경로의 소멸과 생물 종 대량 멸종 중에 있으며, 이는 생태계의 회복탄력성의 소멸과도 관련되어 있다. 이러한 문제설정 하에서 해러웨이는 다음과 같은 아포리즘을 던진다.

“이 모든 이야기가 진행 중인 것을 위해, 트러블과 함께 하기 위해 중요한 것을 수집하는 데 필요한 세 번째 그물 바구니로서 쑬루세를 제안하는 일의 미끼이다. 땅 밑에 사는 것들은 사라진 과거에 갇히지 않는다. 그들은 이제 윙윙거리고 찌르며 삼키는 무리이고, 인간들은 별개의 퇴비 더미 속에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부식토humus이지, 호모나 인간이 아니다. 우리는 퇴비이지, 포스트휴먼이 아니다.”

99p

□ 주제 : 『트러블과 함께 하기』(2021, 마농지), 『인류세』(2018, 이상북스) 읽기
□ 일시 : 2021년 10월 21일(목) 저녁 7시 줌(Zoom)으로 링크 공유
□ 발제 : 박비봉 (컴퓨터 과학자, 글 쓰는 사람), 임혜영(산호가 되고픈 N잡러)
□ 논평 : 서화니 (바람을 노래하는 아이들의 친구), 우수경(꿈꾸는 경계인, 교사)
□ 사회 : 신승철(생태적지혜연구소 소장)
□ 대상 : 인류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들과 생명들
□ 주관 : 생태적지혜연구소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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