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 다섯 알이 담은 위로

일단 몇 년 몇 년 넘다 보면 뻣뻣한 몸에 열감이 돌고 조금 더 지속하면 마음이 리듬감을 얻는다. 사람도 점과 선과 면이라는 생각이 든다. 고독한 개별과 개별을 잇고 손아귀에 다섯을 꼭 쥐어본다.

공기라 하면 빈 그릇을 말하는 걸까. 공기놀이 행위는 어떤 마음을 주는가. 공기놀이는 초등학생 때 친구들과 즐겨하던 것이었는데 요즘엔 이만큼 위안되는 일이 없다. 왁스 칠 된 나무 바닥에서 가시 박히며 반 친구들과 했던 공기놀이, 지금은 내 방에서 홀로 한다. 공기놀이의 소용은 무엇인가? 몇몇 일화들을 열거해 공기놀이의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해 본다.

결혼식 가는 일은 점점 고난과 같은 일이 되어가고 있다. 축의금 마련하기도 힘에 부치지만, 마음이 무거워지는 거다. 같이 다니면 형제냐는 소리를 듣던 친구의 결혼식. 친구와 함께한 시간을 떠올리고, 나름은 지혜를 구한다며 좋아하는 사람에게 고백하지 못한 건들을 생각하기도 한다. 외로움의 크기는 나이 들수록 커질까? 질문을 해보고, 부모님 생각에 어깨가 처지기도 한다. 집에 돌아와 공기놀이를 한다. 하나에서 둘, 셋, 넷, 다섯, 그러모으고 다시 흩뿌린다.

입 한 번 벙긋하지 못했다. 일이란 그런 거다, 혼자 인내하고 넘겼는데 나를 위한다는 조언의 말을 듣고 엘리베이터 앞에서 눈물 참기가 어려웠다. 성질 다 죽었다, 되뇌면서도 연약한 자신을 타박했다.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는 걸 알면서도 그 입장이란 것과 관계, 성격 때문에 표현하지 못하는 일이 나만의 일은 아니다. 집에 돌아와 공기놀이를 한다. 공기 둘을 이어 잡고 다시 둘을 이어 잡는다. 뭘 하겠다고, 낙심도 들지만 공기 낱알들을 셋씩 넷씩 더 연결해 본다.

필요하다고 판단이 되면 나는 참 연기를 잘한다. 기뻐하고 축하하고 아무런 일 없던 것처럼, 편안한 것처럼. 진심도 아니면서 상대방을 위해 팡파르를 힘껏 불러주고, 술 사서 돌아온 집. 겉옷 대충 널브러트리고 술 따라놓고 공기놀이를 시작한다. 나는 늘 버려질까 두렵다. 심중이 어지럽고 몸에 진이 빠져 공기놀이가 원활히 되지 않는다. 그래도 의지를 갖고 계속한다. 아름다운 놀이를 해야지. 고운 곡선을 그리면서 나와 나를, 나와 너를 붙잡고, 버리고, 다시 안아봐야지.

그림 《공기놀이》 한승욱 acrylic on canvas 540x455mm 2025年 作

탄핵을 바라든 반대하든, 계엄령의 취지에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정권교체를 희망하든, 희망하지 않든, 나라는 두 쪽 난 것처럼 비춰진다. 며칠 만에 틀어본 뉴스에 속에서 천불이 나는 것 같다. 집회에 참가 한 번 하지 않고, 뉴스를 외면하고, 마음 회복에 만전을 기하면서 무엇이 답답하다고 공기놀이를 한다. 소망한다고 말해도 행동하지 않으면 무슨 힘을 기대할 수 있을까. 공연한 화를 달래며 당신과 당신을 이어본다. 슬픔에 찬 우리와 우리를 이어본다. 이것을 사랑할 수 없는가?

우리 집에서 파티를 열기로 하고 몇 주 기대하며 준비했는데, 한 친구가 몸이 아파 의논 끝에 당일 취소를 했다. 손님맞이 할 만반의 준비가 된 말끔한 바닥에 누워 마냥 있는다. 기대한 바가 이뤄지지 않을 때 기대한 만큼 당혹감도 커지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하루를 붕 띄운 채 두는 건 우스운 일이다. 뭘 할지 모를 때 공기놀이를 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공기 알 꺼내 바닥에 뿌릴 때 이걸 왜 하나, 생각이 들더라도 일단 몇 년 몇 년 넘다 보면 뻣뻣한 몸에 열감이 돌고 조금 더 지속하면 마음이 리듬감을 얻는다. 사람도 점과 선과 면이라는 생각이 든다. 고독한 개별과 개별을 잇고 손아귀에 다섯을 꼭 쥐어본다.

어떻게든 용서해 보려고 괴로운 일에 대해 더 애쓰고 표현하기 마련이다. 공기놀이를 하며 개별로 있는 존재들을 연결하고 연합해 보고 다시 흩어 놓으면서 연 단위를 센다. 몇 년 몇 년 공기놀이는 세월을 세는 놀이인 것 같고, 마음에 율동을 주면서, 누그러트리는 놀이인 것 같고, 별것도 아닌 인생이라 말하면서 그래도 붙여볼 생이다, 말하는 것 같다. 다섯 공기에 무엇을 담을까, 희망, 수용, 용서, 포용과 같은 사랑의 언어들을 담고 굳은 마음을 곰살맞게 펴보려 공기놀이를 한다. 공기놀이는 매번 썩 괜찮은 답을 준다.

노랑부리 승욱 유튜브영상 《개별에서 연결로 공기놀이의 우주 그리고 거품》

한승욱

회화를 중심으로 글쓰기, 사진, 영상, 도자, 등을 다루며 창작하고 있습니다. 예술강사 활동을 했고 동료 예술가들과 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종종 환경 활동을 하고, 탐조를 즐깁니다. 녹색서울시민위원회 간사로 일하며 창작과 직장생활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댓글 1

  1. 공기놀이는 혼자 말고 함께 해야죠. 주변을 둘러보면 기다리고 있는 사람 은근히 많을 겁니다. 삼삼오오 둥글게 둘러앉아 둥근 돌멩이를 허공에 띄우며 둥굴둥굴 어울렸던 어린 시절의 추억이 친구 얼굴처럼 알알이 박혀있는 공기놀이! 혼자 하지 말고 가지고만 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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