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와 탈성장 – 『지속 불가능 자본주의』를 읽고

지금의 기후위기에 처할 때까지 자본주의는 그 역할이 막대했다. 그런데 이 자본주의도 더는 지속이 힘들다. 아무리 자본주의라 하더라도 인류 없이 가능하겠는가. 기후위기는 자본주의뿐만 아니라 인류도 종료시킨다. 인류가 생존하려면 성장을 외치는 자본주의 말고 다른 방법도 고려해 봐야 한다. 성장을 고집하면 기다리는 건 대멸종뿐이다.

사이토 고헤이 저, 『지속 불가능 자본주의』(2021, 다다서재)
사이토 고헤이 저, 『지속 불가능 자본주의』(2021, 다다서재)

책 제목이 주는 의미는 간결하고 뚜렷하다. 『지속 불가능 자본주의』. 하지만 이야기를 이어가기 위해 제목이 주는 의미를 간략히 두 가지로 생각해 보자. 첫 번째, 제목 그대로 자본주의는 지속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것을 논하는 것은 그렇게 낯설지도 않고 새롭지도 않다. 자본주의가 위기에 빠져 있다는 이야기는 19세기 이후로 계속되고 있다. 물론 두 세기란 시간이 비교적 최근이라고 할 수도 있고, 최근이 아니라고도 수도 있다. 어찌하였든 자본주의의 위기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이에 관한 정보와 서적들이 예전부터 많이 있다는 것을 안다.

제목에서 두 번째 의미를 얻으려면 우리는 제목 옆에 부제목을 참고해야 할 것이다. ‘기후위기 시대의 자본론’. 지속 불가능한 자본주의뿐만 아니라 기후위기를 논하고 있으며, 게다가 자본론까지 더했다. 뭔가 복잡하지만 시의적절한 의미를 던져주는 단어들이 포함되어 있다. 기후위기는 국지적인 것이 아니다. 전 지구적이다. 이는 모든 인간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뜻도 포함할 것이다. 자본주의의 위기만 말한다면, 이 위기를 피할 수 있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혹은 새로운 체제의 등장으로 다수든 소수든 특정 권력 집단이나 이익집단이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기후위기는 다르다. 이에 매우 적합한 유행어가 있지 않은가. “이러다가 다 죽어.”

일단 지구를 살려야 하지 않겠는가. 뭐 엄격히 이야기하자면 저 표현도 적합하지 않다. 지구는 인간이 사라져도 안 죽는다. 행성이 폭발하거나 완전히 우주의 먼지가 돼야 지구가 죽는다는 표현이 어울릴 것이다. 지구에게는 초신성 폭발이어야 죽음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것이다. 하지만, 초신성 폭발까지는 아직 충분한 시간이 남아있다. 지구가 사라지려면 이렇든 저렇든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 시간은 인간이 체감할 수 있는 시간 단위가 아니다. 그러니 지구를 살리자는 헛소리는 그만 좀 하자. 아이들한테도 사기 좀 치지 말자.

위기인 것은 인류다. 대멸종 앞의 인류. 지구가 위기가 아니라 인간이 위기다. 누가 누구를 위한 건지 똑바로 알자. 인류는 지구 껍데기에 기생하는 생명체임을 잊지 말자. 인간이 있든 없든 지구가 슬퍼할까. 그렇게 생명이 소중했다면 인류 이전에 지구 위에 등장한 생명들을 지구가 싫어했음이 틀림없다. 대충은 들어봤을 만한 다섯 번의 대멸종들 이후도 어김없이 새로운 생명은 다시 등장했으며, 종들도 매우 다양하게 진화하였다. 인류가 멸종하더라도 지구에 생명체가 사라질 걱정은 안 해도 좋을듯하다. 그러니 착각하지 말자. 불똥이 튄 쪽은 우리 인간이다.

책 제목으로 다시 돌아가 보자. 『지속 불가능 자본주의』. 지속 불가능 자본주의는 단순히 자본주의만을 뜻하는 게 아님을 알 수 있다. 부제에 기후위기가 추가됨으로써 지속 불가능한 것은 자본주의뿐만 아니라 인류도 포함됨을 알 수 있다. 인간이 없는데 무슨 주의가 필요할까. 그런데 지금은 자본주의 세상이다. 자본주의로 돌아가는 세상. 자본이 증식해야, 이윤이 남아야 살아남는다고 ‘믿는’ 세상이다. 세상은 그 이윤을 성장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 책의 저자는 살아남으려면 자본주의적 성장을 멈춰야 한다고 말한다. 탈성장하자는 것이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유해 물질을 덜 배출하지만, 생산과정에서 환경에 영향을 주고 있다. by andreas160578 출처: https://pixabay.com/images/id-4381728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유해 물질을 덜 배출하지만, 생산과정에서 환경에 영향을 주고 있다.
사진 출처 : andreas160578

저자는 그린뉴딜 같은 정책으로는 기후위기를 막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대표적인 예가 전기차다. 전기차의 생산과 보급 둘 다 늘어나고 있다. 이제 내연기관 자동차는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 매연 없는 전기차를 몰고 다니면 친환경적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지속 불가능 자본주의』는 그런 생각에 옐로카드를 날린다(난 완전히 동의하지 않기에 레드카드 말고 옐로카드라고 하련다). 완성차 기준에서 봤을 때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유해 물질을 덜 배출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자동차는 지구 밖에서 배달되는 크리스마스 선물이 아님은 알아야 한다. 대량 생산된 물건들은 공장에서 생산되고 자동차도 마찬가지고 전기차도 마찬가지다. 생산과정을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전기 자동차의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배터리다. 문제는 이 배터리 생산을 위해 리튬이 필요한데, 이 리튬은 리튬을 함유한 지하수에서 얻어지기 때문에, 그것을 얻으려면 막대한 지하수를 끌어 올려야 한다. 그 과정에서 리튬이 매장된 지역은 담수가 마르게 되고, 이것은 또 다른 생태계 파괴로 이어진다. 전기차 배터리의 또 다른 원재료인 코발트도 마찬가지다. 채굴 과정에서 주변 토양 오염과 농작물 파괴 그리고 노예 노동과 아동 노동 등의 문제들이 다발적으로 발생한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석유 대신 전기를 쓰더라도 환경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친환경적이라는 그린 뉴딜 정책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비슷한 환경문제를 발생시킨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가 주장하는 바는 명확하다. 성장을 하지 말자는 것이다.

저자는 탈성장을 이야기하면서 마르크스를 불러온다. 부제목에 등장하는 책의 저자다. 마르크스는 진보와 성장을 따르는 생산력 지상주의를 주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저자는 마르크스가 후기에 이 생산력 지상주의를 버리고 탈성장과 생태주의를 모색했다고 추측한다. 저자는 이에 대한 근거들을 모아 이야기해 준다. 마르크스를 불러오든 그렇지 않든 저자는 성장은 멸종, 탈성장은 멸종 회피라는 프레임을 우리에게 던져준다.

맞는 이야기이면서도 선뜻 동의할 수 없는 건 다만 나뿐일까. 다 쉽게 동의했다면 지금 이 책을 읽고 고민하는 일도 없으리라. 늘 그렇듯 경험하지 못한 길을 가는 건 매우 어렵다. 아니, 경험한 일을 다시 경험해도 현명한 선택을 ‘피해’ 가는 게 보통 인간인데, 경험하지 않은 길을 잘 간다는 것은 상당히 힘들지 않겠는가. 더 심각한 문제는 길이 하나로 보이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는 매우 복잡한 체계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본인이 친환경적인 결정을 해도 그렇지 않은 결과를 발생하는 일이 빈번하다. 개인도 이럴진대 집단, 더 나아가 종 차원 선택과 실천은 묘연하다.

이 책의 저자처럼 단 하나의 길만을 외칠만한 믿음이 나에겐 없다. 설령 있다 해도 혼자만으론 바꿀 수 있는 게 많지 않다는 걸 안다. 설령 진리를 부여잡고 여기저기 이야기하고 다니면 요즘 사람들이 잘도 공감하겠다. 잘난 척하는 꼴밖에 안 된다. 나는 내연기관차 살 바에 전기차 사라고 권하고 싶다. 지구를 위한다고 당장 차 버리고 다닐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저소득층이고 물류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면 보유하는 차량은 대부분 경유차일 것이다. 연식이 오래된 차량이면 교체 비용을 의미 있게 지원할 수도 있다. 이런 데다 돈 쓰라고 만든 게 정부일 테다. 지원금 몇백 주고 생색내지 말고, 구입비를 충분히 보조하면 된다. 그리고 신차를 내연기관차로 선택한다면 환경부담금 명목으로 세금을 충분히 부과하면 된다. (제조사에는 더 충분히 세금을 부과하면 된다. 못하는 게 아니라 하지 않는 거다.)

일단 기후위기를 이해하고 위기 극복에 동참하는 1인이라도 같이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하면 된다. 그나마 간단히 동의를 얻을 수 있는 것 하나부터 해보자. 그린뉴딜을 찬성하는지 그렇지 않은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자본주의든 탈성장 코뮤니즘이든 뭐든 기후 위기만 극복된다면 이즘은 뒤로 치워두자. XX소아병은 언제까지 달고 다닐 텐가. 일단 살고 보자.

김영진

어떻게 살 것인가 고민만 하다가 2, 30대가 지나가 버린 아저씨. 살다가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보니 아내와 아이들이 옆에 있는 경기도에 사는 지구인. 행복을 찾아 아직도 고민 중인 호기심 많은 호모 사피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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