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듦의 긍정성-『거북의 시간』을 읽고

코로나바이러스가 지구촌을 강타하던 때 미국 동부 매사추세츠주에 있는 비영리단체인 ‘거북구조연맹 본부’에서 인턴으로 일한 2년간의 기록물이다. 우리는 현재를 코로나 팬데믹을 경험하면서 역병과 폭력의 시대, 기후를 위기에 몰아넣는 오염의 시대, 탐욕과 인구 폭발의 시대에, 자연 생태계와 인류의 정신을 회복시킬 수 있는 대안으로, 느림을 통해 역경을 이겨내고 있는 거북에게서 삶의 지혜를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사이 몽고메리 저, 『거북의 시간』, (돌고래, 2025)

책『거북의 시간』을 쓴 사이 몽고메리는 세계적인 동물 생태학자이며 논픽션 작가이다. 그녀는 젊어서 세상을 언제나 더 높은 곳으로 이어지는 사다리와 계단의 연속으로 보았기에, 어린 시절 자신은 서둘러 정상에 오르는 것만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나 60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비로소 자신은 거북을 통해 시간이란 선을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현재를 코로나 팬데믹을 경험하면서 역병과 폭력의 시대, 기후를 위기에 몰아넣는 오염의 시대, 탐욕과 인구 폭발의 시대라고 정의하며, 이처럼 황폐해진 자연 생태계와 인류의 정신을 회복시킬 수 있는 대안으로, 느림을 통해 역경을 이겨내고 있는 거북에게서 삶의 지혜를 배웠다고 말한다.

이 책은 코로나바이러스가 한창 지구촌을 강타하던 때 미국 동부 매사추세츠주에 있는 비영리단체인 ‘거북구조연맹 본부’에서 인턴으로 일한 2년간의 기록물이다. 저자는 거북구조연맹의 식구들과 함께 거북의 구조, 치료, 재활, 그리고 방류까지의 다양하고 수많은 활동과 그들이 거북과의 강한 유대감을 갖는 과정 등을 생생히 전하고 있다.

우리는 거북에게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먼저 우리는 거북을 통해 시간을 사유할 수 있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시간이 나란히 존재하는데, 하나는 주간고속도로의 차들처럼 광란에 휩싸인 채 내달리다 순식간에 강탈당하는 시간이 있다. 또 다른 하나는 계절의 순환처럼 영원히 반복되며 갱신되는 시간이 있는데, 거북은 두 세계를 자유롭게 넘나들고 있는 생물체로, 이처럼 거북은 느리게 살아가며 시간을 우리들처럼 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다. 따라서 시간과 사이좋게 지낼 방법을 알려주는 스승으로 거북만큼 좋은 대상은 없다고 한다.

일상에서 서둘러야 할 때가 있고 기다려야 할 때가 있는 법인데, 인간이라는 종에게 기다림은 몹시 고통스러운 일이다. 왜냐하면, 기다린다는 것은 어떤 일이 일어날 때까지 행동을 보류하는 행위를 말하는데, 이는 무엇인가가 일어나기를 재촉하는 초조한 상태를 말한다. 하지만 저자는 거북구조연맹에서 거북과 함께 생활하며 ‘기다림’에는 다른 사람이 따라잡을 때까지 멈추는 것 또는 휴식의 상태라는 좀 더 차분하고 친절하고 현명한 의미도 있다는 것을 거북으로부터 배웠다고 한다. 또한 저자는 느리게 오래 사는 거북에게서 인간은 나이 듦에 대해 긍정성을 배울 수 있다고 말한다. 나미비아의 산족은 삶을 쇠하는 것이 아니라 쌓아가는 과정으로 보았는데, 우리도 거북처럼 많이 경험할수록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과 오래된 것이 새것보다 낫다는 것을 저자는 거북을 통해 다시 한번 체험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느리게 오래 사는 거북에게서 인간은 나이 듦에 대해 긍정성을 배울 수 있다. 사진 출처 : Rutpratheep Nilpechr

저자가 거북에게 관심을 두게 된 또 다른 이유로는 아마도 거북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듯이 장수하는 존귀한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핍박받는 생물이기도 하기 때문이리라. 예를 들면, 미국 북동부 해안 지역의 거북 서식지에 건설된 수많은 고속도로와 간선도로에서 해마다 대량의 거북이 교통사고로 죽임을 당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은 거북이가 거위나 다른 동물들을 먹어 치우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이들을 박멸하기 위해서 거북알을 찾아서 파괴하는 행동까지 벌이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거북은 ‘위해 동물’이 아니라 ‘청소동물’이라는 사실이다. 어린 거북은 벌레, 유충, 작은 물고기를 많이 잡아먹지만, 다 큰 거북은 주로 사체를 먹으며, 연못을 깨끗하게 청소까지 해준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잘못된 편견을 지적까지 해주고 있다.

거북은 인내심이 뛰어난 존재이다. 거북들은 화산 폭발, 빙하기, 해수면이 상승과 하강, 심지어 소행성 충돌을 포함한 수많은 난관을 견디며 살아남은 존재들이다. 그에 비해 우리 인류는 어떠한가? 적은 양의 지구 평균기온 변화만으로도 인류는 생존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는 존재이다. 우리에게는 거북만큼의 인내심이 없어 보인다. 이제라도 성장이 아니라 지속을, 빠름이 아닌 느림으로, 소유제가 아닌 공유제로, 개인주의가 아닌 공동체주의로의 전환이 이루어져야 하지 않을까?

이환성

공학계 앤지니어로 10여년간 인간중심주의가 지배하는 현장에서 근무하면서 인문학에 목말라했다. 지금은 현장을 떠나 자유로이 독서와 함께 인문학에 빠져 있으며 철학과 공동체에 관심을 갖고 다른 삶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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