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 협동조합, 공제조합의 관계맺기 방식의 차이

최근 플랫폼 노동이 늘어나면서 전통적인 노조방식의 조직화가 한계에 부딪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공제회가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이에 노동조합, 공제조합 나아가 협동조합의 관계맺기 방식의 차이를 살펴보고 각 조직의 연대 방안도 찾고자 한다.

원고 청탁을 받고 매우 망설였다. 주제에 관해 깊이 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먼저 이야기하고자 한다. 그간 몇 군데 협동조합의 설립과 운영에 관여를 하였고 현재도 협동조합 이사장과 감사,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곳이 5군데이다. 하지만 이것으로 협동조합을 온전히 이해하고 있다고 하는 것은 거짓말이다. 그리고 세대별 노동조합 ‘청년유니온’ 10년 차 조합원이기는 하지만 노조활동가로 일을 하지는 못했다. 그래서 노동조합을 깊이 안다고 할 수도 없다. 다만 현재는 노동공제연합 풀빵의 상근 일꾼으로 일하고 있어서 공제에 대해 깊이 관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아무튼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이렇게 장황하게 밑밥을 까는 이유는 앞으로의 글이 한없이 부족한 글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건강한 토론을 위해 질문을 던진다는 의미로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몇 가지 이야기하고자 한다. 향후 다양한 비판과 토론을 환영하는 바이다.

우선 토론에 앞서 각각 조합의 법률적, 사전적 정의를 짚고 가고자 한다.

“노동조합”이라 함은 근로자가 주체가 되어 자주적으로 단결하여 근로조건의 유지ㆍ개선 기타 근로자의 경제적ㆍ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조직하는 단체 또는 그 연합단체를 말한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협동조합”이란 재화 또는 용역의 구매ㆍ생산ㆍ판매ㆍ제공 등을 협동으로 영위함으로써 조합원의 권익을 향상하고 지역 사회에 공헌하고자 하는 사업조직을 말한다.

협동조합 기본법

노동조합과 협동조합은 각각 법률에 의거하여 분명히 정의되고 있다. 그러나 공제조합은 기본법이 아직 없고 개별 조직에 따른 사업으로 정의되어 있다.

전기공사공제조합을 설립하여 조합원에게 필요한 보증과 자금의 융자 및 자재의 구매알선 등을 하게 함으로써 공사업계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고 조합원의 자주적인 경제활동과 경제적 지위향상을 꾀하여 국민경제의 균형있는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

경찰공제회를 설립하여 경찰공무원에 대한 효율적인 공제제도를 확립ㆍ운영함으로써 이들의 생활안정과 복지 증진을 도모하고 경찰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경찰공제회법

과학기술인공제회를 설립하여 과학기술인에 대한 효율적인 공제제도를 확립함으로써 과학기술인의 생활안정과 복지증진을 도모하고 아울러 과학기술활동을 활성화하며 과학기술 분야의 국가경쟁력 제고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과학기술인공제회법

군인공제회를 설립하여 군인 및 군무원에 대한 효율적인 공제(共濟) 제도를 확립함으로써 군인 및 군무원의 생활안정과 복지증진을 도모하고 국군의 전력(戰力) 향상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군인공제회법

조합원이 상부상조하기 위하여 자주적으로 만든 상호부조 단체

공제조합, 출처 : 두산백과

몇 가지 개별 공제회법과 백과사전을 통해 유추하면 공제조합(또는 공제회)은 상부상조를 통해 조합원의 생활안정과 복지증진을 도모하기 위한 결사체라고 할 수 있겠다. 각각의 정의에서 노동조합과 협동조합, 공제조합 관계맺기 방식의 같은 점과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노동조합, 협동조합, 공제조합은 모두 조합 또는 회로 구성되어 있다. 즉 불특정 다수를 위한 것이 아니라 소속되어 있는 회원(조합원)의 지위 향상을 첫 번째 목적으로 하는 것이 공통점이다. 그것이 노동조합이 단결권을 행사하여 근로조건을 개선시키는 것이든, 협동조합이 생산과 소비 등을 통해서 수익을 분배하는 것이든, 공제조합이 상부상조를 통해 생활을 안정시키는 것이든 모두 사람이 모여서 목적한 것을 행하는 것이다. 즉 조직화(관계맺기)가 필수적인 요소라는 것이다. 각각 조합의 관계맺기의 핵심이 여기에 있다.

프리랜서, 비정규직, 플랫폼노동 등 고용관계가 불확실한 노동자의 노동조합 조직률은 현저히 낮은 수준이거나 포착되지도 못하고 있다. by RW Sinclair 출처 : https://www.flickr.com/photos/acetonic/47744473801
프리랜서, 비정규직, 플랫폼노동 등 고용관계가 불확실한 노동자의 노동조합 조직률은 현저히 낮은 수준이거나 포착되지도 못하고 있다.
사진 출처 : RW Sinclair  

노동조합이 조합원과 관계를 맺는 방식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근로조건 개선에 있다. 이를 위해 집단의 단결권을 행사하여 교섭력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 교섭력을 통해 노동조합이 조합원의 이익에 복무하여 개별 사업장의 임금수준을 높여낸 것은 분명한 성과이다. 그러나 이 ‘조합주의’ 혹은 ‘조합원 중심주의’가 오히려 노동조합의 확장을 가로막게 된다. 조합원 이익만을 위한 노동조합이라는 비판이 커지는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그래서 개별 기업별 노조가 아니라 산업별(산별)노조가 더 활성화 되어야 한다고 많은 주장을 하고 있지만, 현재 노동조합 조직율1은 약12% 내외 밖에 되지 않고, 그마저도 77%의 임금근로자가 있는 100인 이하 사업장의 노동조합 조직율은 1.8%이고, 300인 이상 대기업 노동조합 조직률이 54.8%라는 현실을 보았을 때 현재 노동조합이 누구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또한 여기에 프리랜서, 비정규직, 플랫폼노동 등 고용관계가 불확실한 노동자의 노동조합 조직률은 현저히 낮은 수준이거나 포착되지도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노동조합의 관계맺기는 조합원을 넘어 확장 될 필요가 있다. ‘잘 싸우는 노조에서 잘 연대하는 노조’로 확장이 필요하다. 즉 조합 내부의 단결 못지않게 사회와 연대할 수 있는 관계맺기가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관계맺기 중 외부적으로 드러나는 방식 하나는 연대기금 등을 조성하는 것이다. 조성된 노동연대기금은 노조와 노조 밖 노동자를 연결할 수 있는 통로가 될 수 있다. 이러한 고민 속에서 최근 새롭게 다시 등장하고 있는 것이 노동공제이다.

노동공제는 그간 노동조합의 치열한 고민 속에서 나온 하나의 대안이라고 볼 수 있다. 노동조합은 일상적인 관계보다 분쟁, 협상, 교섭 과정에 필요한 존재이다. 그러나 노동공제, 공제조합은 일상적인 생활의 필요로부터 출발 되고 상시적인 관계 맺기로 시작된다. 미래에 벌어질 수 있는 위험에 함께 대비하기 위한 일상의 구체적인 활동으로 돈을 같이 모으는 행위가 시작이다. 공제부금을 상시적으로 쌓아두고 결혼, 장례, 의료, 여행 등 특정 이슈가 생기면 공제부금에서 대출을 받거나 정해진 급부만큼 공제부금을 타가는 보험의 성격이 강하다. 노조가 전시라면 공제는 평시라고 할 수 있다. 매번 전쟁만 치를 수는 없는 일이다. 평상시에도 일상을 공유할 장치가 필요한 것이다. 그것은 단순히 여가, 동아리를 같이하는 수준이 아니라 구체적인 삶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함께 연대하는 실천적 행동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공제조합은 조합원의 구체적인 공통된 생활 필요에 집중해야 한다. 협동조합은 이를 더욱 발전시킨 형태라고 볼 수 있다.

협동조합은 미래의 불확실한 위험을 상부상조의 방식으로 해소하는 것을 넘어 생산, 소비, 유통 등 삶에 직접적인 필요를 공동이 조달하기 위한 조합의 방식이다. 물건을 함께 만드는 노동자회사(노동자협동조합)를 만들기도 하고, 소비를 함께 하는 생활협동조합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공제와 같은 금융조합이 발전하여 신용협동조합의 형태로 조직되었다. 협동조합은 앞서 정의에서도 나와 있지만 결사체의 방식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사업조직’이다. 여기서 큰 차이가 있다. 협동조합은 구체적인 사업체를 뜻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좋은 일을 한다가 아니라 구체적인 생산, 영업, 마케팅, 재무 등 경영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자칫 협동조합을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의 연대모임 정도로 보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협동조합의 조합원 욕구는 보다 분명하고(경제적이고) 조합은 그 분명한 (경제적, 사회적)욕구를 해소해 주어야 한다. 이는 협동조합이 조합원과 관계맺는 가장 중요한 열쇠이다.

각각 조합의 같은 점과 차이점을 어설프게나마 살펴보았다. 지면이 길지 않은 관계로 우선 여기서 마치고자 한다. 노동조합이냐, 협동조합이냐, 공제조합이냐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개별 노동자가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는지 무엇을 해소하려고 하는지가 중요하다. 우리에게는 더 많은 노동조합, 협동조합, 공제조합이 필요하다. 그것도 아주 많이…


  1. 출처, 풀빵 노동공제교실 교재, 고용노동부 2019년 전국 노동조합 조직현황

한영섭

좋은 삶을 위한 생활경제금융을 연구하고 활동하고 있는 활동연구자입니다. 현재는 작은 1인 연구소와 노동공제연합 풀빵에서 공제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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