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사태, 조선산업노동조합공제가 있었다면…

대우조선해양 사태를 통해 산업노동조합의 필요성을 다시 상기하고 산별노조에 공제를 탑제한 방식으로 조직한 사례를 소개한다. 이를 통해 조선산업이 정의로운 전환을 이루는 데 역할하기를 제안한다.

‘부산에서 월급 220만원 받으면 많이 받는 기라.’

이번 여름휴가에 부산 본가로 내려갔었다. 저녁 식사 후 친형과 맥주 한잔하면서 대우조선해양 이야기가 나왔다. 형은 전기설비 노동자로 해운대에 위치한 대형백화점 전기설비 용역업체, 하청 직원이다. 형도 전기 밥만 20년 넘게 먹었다. 형 입에서 튀어나온 이야기다. 수 년째 노동조건은 비슷한 수준이다. 1차 용역업체로 전환된다는 말만 몇 년째 뒤풀이한다고 한다. 인력교체가 빠르게 되어 노동조합 결성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간 배운 것이 도둑질이라고 전기설비 업계를 쉽게 버리지는 못하겠다고 한다. 이 하청 전기설비 노동자의 노동권은 어디서 보장받을 수 있을까. 대우조선해양 사내 협력업체 노동자 투쟁은 그런 의미에서 매우 중요하다.

원청노조는 100% 하청노조는 4%?

대우조선해양 하청지회 파업 51일 만에 협상이 타결되었다. 4.5% 임금인상, 상여금 140만원 지급, 고용계약 최소 1년 단위 체결, 폐업한 하청업체 노동자 최우선 고용 노력 등이 협상 내용이다. 이를 두고 반쪽짜리 협상이라고 폄하하는 집단도 있지만, 이 협상은 6년 만에 이루어낸 집단교섭의 성과이다. 이 협상을 통해 하청노동자의 처우를 공론화시킨 것만으로도 사회적으로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무수히 많은 이름 없는 하청 노동자에게 한 가닥 희망을 주었다.

그러나 이번 대우조선해양 하청지회 파업국면에서 가장 고민해야 하는 장면 중 하나는 대우조선해양 원청노조의 금속노조 탈퇴 여부를 묻는 투표다. 이 투표의 결과는 휴가로 인하여 개봉이 되지 않았지만 하청지회의 목숨 건 파업의 국면에서 매우 실망스러웠다. 원청노조와 하청노조의 차이는 어디에서 나올까? 원청노조의 노조 조직률은 100%이다. 이는 생산직 입사 시 노동조합 자동가입이 원칙으로 단체협약을 맺은 결과이다. 이는 그간 노조건설을 위한 열사들의 피나는 투쟁으로 얻은 결과일 것이다. 이 자체를 부정해서는 안된다.

노동조합 안에 공제를 탑제하여, 조합은 정부 정책을 보완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사진출처 : Victor Barro
노동조합 안에 공제를 탑제하여, 조합은 정부 정책을 보완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사진출처 : Victor Barro

다만, 하청지회 조합원은 약 500명으로 전체 사내협력사 노동자 약 12,000명 중에 노동조합 조직률은 약 4% 내외밖에 되지 않는다. 이는 한국 사회 노동운동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주는 현장이다. (참고로 2021년 기준 300인 이상 사업장의 노조 조직율은 약 50%, 30명 미만 사업장 0.2% 이다.) 나는 진심으로 금속노조 탈퇴가 부결되기를 희망한다. 만약 대우조선지회가 금속노조를 탈퇴한다면 그간 한국 노동운동이 쌓아 올린 빛나는 투쟁의 결과를 무너뜨리는 충격적인 사건이 될 것이다. 또한 대우조선해양을 싼값에 매각하려고 하는 산업은행의 조치에 누가 함께 연대할지 의문이다. 보수언론에서는 노노 갈등으로 프레임을 잡아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기 어렵게 하여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들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 문제의 핵심은 원청노조 100%, 하청노조 4%가 아니라 그 전반의 기후위기에 따른 탄소중립 산업 변화와 그에 따른 조선산업 노동자의 정의로운 전환이 가장 큰 문제이다.

기업별 노조에서 산별노조로

대우조선해양 사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조선산업노동조합이 필요하다. 원청 노조냐 하청 노조냐를 이분법적으로 나누기보다 조선산업의 지속가능 운영을 위해서라도 하나의 조합으로 합치길 제안한다. 같은 산업에 있으면서도 원청 정규직 노동자와 하청 노동자의 이해관계는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매번 갈등으로 문제 해결을 어렵게 만들어 왔다. 이런 문제는 과거 노동운동의 경험에서 무수히 많이 겪었던 문제 아니던가. 기업별 노조를 벗어나 산업으로 묶어 내는 방식으로 산업별노동조합 ‘산별노조’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번 대우조선해양 사태에서도 대우조선해양은 협상 파트너로 나서지 않았고, 사내협력사 협의회 대표와 협상에 그칠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대우조선해양의 최대 주주인 산업은행은 모르쇠로 일관하지 않았던가. 또한 원청과 하청 노동자의 문제는 대우조선해양에만 있지 않고 조선산업 전반에 깔려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조선산업은 여러 차례 위기가 왔지만 지금 전지구적인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중립이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전환은 조선산업에 매우 중요한 의제이다. 이 국면에 조선산업노조는 정부의 산업정책에 파트너로서의 역할도 해야 한다. 다만 과거 노동교섭만을 위한 산별노조는 한계가 분명하다.

산별노조에 공제를 탑제하자 : 노동공제를 품은 노동조합

노동조합안에 노동공제를 탑제한 방식으로 원청, 하청 가릴 것 없이 노동복지를 함께 실현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서울봉제인지회의 봉제인공제회가 좋은 예이다. 봉제산업은 대부분 영세한 사업장으로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기란 매우 어려운 구조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노동공제’를 탑제하여 운영을 하고 있다. 조합원은 매월 일정금액의 공제비를 불입하고 이렇게 모인 기금으로 상호부조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또한 긴급한 생활, 운영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소액대출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부족한 임금을 다양한 노동복지 서비스를 연계하여 실질적인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는 봉제인공제회뿐만 아니라 라이더유니온의 공제사업, 제화지부 공제사업 등이 한창 추진되고 운영되고 있다.

조선산업은 자초자산이 될 것인가, 신 친환경산업으로 전환할 것인가?

기후변화 속 전 지구적 환경, 경제 위기 상황에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조선산업의 정의로운 전환이 필요하다. 사진출처 : Pavel Chernonogov
기후변화 속 전 지구적 환경, 경제 위기 상황에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조선산업의 정의로운 전환이 필요하다. 사진출처 : Pavel Chernonogov

기후변화 속 전 지구적 환경, 경제 위기 상황에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조선산업의 정의로운 전환이 필요하다. 이 정의로운 전환은 각자의 기득권을 조정하지 않는다면 절대 이룰 수 없고, 분쟁만을 하다 기회를 놓치고 위기를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조선산업노동조합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기존 환경파괴 조선업에서 탄소중립 선박건조, 해상풍력 플렌트 등 기술집약적인 신산업으로 전환하도록 견인할 수 있다. 이 전환이 정의롭게 이행되기 위해서 기존 노동자에게 새로운 기술을 교육하고, 교육과정에서 최소한 임금이 보전할 수 있는 노동복지안전망, 정의로운 일자리 매칭, 노동자의 주거안정과 보육, 교육, 여가, 의료 등 이 보장될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을 상대로 협상을 해야 할 것이다.

이런 자금이 확보되기 위해서 조산산업노동연대기금을 출연해서 만드는 방안도 필요하겠다. 좋은 예로 작년 9월 거제시 조선업 공동근로복지기금이 106억원 조성이 되었다. 이는 거제형 조선업 고용유지모델 사업의 하나로 경상남도, 거제시가 각각 6억원을 출연했고,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등 두 조선소 원청과 협력사, 고용노동부가 함께 출연해 조성한 기금이다. 이 기금을 통해 하청노동자들의 자녀학자금 지원, 생활안정자금 지원 등 노동자 복지 증진을 위한 자금으로 사용된다. 이를 더 확대하여 원청, 협력사 노동자가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조선산업노동연대기금’을 노사정이 함께 출연하여 만들고 노사정이 공동으로 운영을 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이 노동연대기금을 통해 조선산업이 탄소중립 산업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정의로운 전환 자금’으로 중앙정부 정책을 보완할 수 있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작년 7월 조선산업 탄소중립위원회가 발족하였지만, 노동자를 대변하는 조직은 배제가 되었다. 조선산업의 실질적인 이해당사자인 노동자가 배제된 것은 매우 심각한 일이다. 처음부터 배제할 것이 아니라 소통을 하기 위한 공간을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중요한 의사결정 거버넌스에 노동계도 참여를 해서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는 것이 필요하다.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시위도 매우 중요하지만 지금 전 지구적인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혜를 모야 할 것이다. 다만 정부와 기업은 이를 빌미로 노동권을 억압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해서도 안된다. 조선업계에 불고 있는 ESG경영1 이 문서로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경영에 실질적으로 도입을 해야할 것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전 지구적인 위기에 대응한다는 것은 과거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 할 수 없다. 조선산업은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 기후악당으로 자초자산으로 소멸될 것인지, 기후전사(?)로 미래 친환경 산업으로 거듭날지는 그 이해관계자 모든 구성원들의 의사결정에 달려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책임 있는 행동이 촉구된다.


  1. ESG는 환경(Environmental),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

한영섭

좋은 삶을 위한 생활경제금융을 연구하고 활동하고 있는 활동연구자입니다. 현재는 작은 1인 연구소와 노동공제연합 풀빵에서 공제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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