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밀아이들1의 작은 텃밭은 정말 작은 텃밭입니다. 지름 1m가 안 되는 패브릭 화분에 열무, 상추, 루꼴라가 자라고 있습니다. 며칠 전 열무와 상추를 뜯어 두동작은집2에서 커다란 양푼이에 넣고는 비빔밥을 해먹었답니다. 작년 가을에는 이 텃밭에서 난 루꼴라로 피자도 만들어 먹었지요. 피자파티를 하던 날에는 음악회도 열어 멜로디언, 실로폰, 오카리나, 우쿨렐레를 연주하며 노래도 불렀답니다. 아이들과 같이 가꾸는 텃밭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시장에 갑니다

다밀아이들의 텃밭 농사는 언양시장에 모종과 씨앗을 사러 가면서 시작됩니다. 무엇을 살지는 시장에 가봐야 알 수 있습니다. 온갖 작물이 풍성하게 자라는 커다란 밭을 상상했는데 막상 시장에 도착하니 푸릇푸릇한 모종보다는 알록달록한 꽃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식물선생님(분명히 아이들에게 선생님 이름을 알려줬는데 식물이야기 해준다고 식물선생님이라고 불러요)과 함께 한참을 꽃구경하고 못 먹는 꽃보다 먹을 수 있는 수박, 참외를 심고 싶어집니다.
아이들은 요즘 많이 심는 고추, 가지, 깻잎에는 관심이 없고 비빔밥, 샐러드,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것으로 고릅니다. 열무씨앗, 상추씨앗, 빨리 먹을 수 있게 상추 모종 3개, 샐러드에 빠질 수 없으니 방울토마토 모종 노란 거 3개, 빨간 거 3개, 정말 조롱박을 만들 수 있을지 궁금하니 조롱박 3개를 삽니다.

꽃은 못 샀지만 학교 화단을 정리합니다. 수선화가 거의 져서 꽃이 말라가고 있고 민들레보다 작은 노란꽃(고들빼기꽃)이 있고 아직 꽃이 안 핀 제비꽃이 있다고 식물선생님이 알려주셨습니다. 꽃은 두고 쑥은 뽑기로 했어요. 아이들이 쑥떡 해먹으면 된다고 했는데 그 정도로 많지는 않았어요.
“선생님, 뭐 뽑아요? 이거 뽑으면 돼요?”
조금 전에 뽑아도 된다고 한 풀인데 자리만 달라도 다른 풀처럼 보여 자꾸만 물어봅니다.
매일 물을 줍니다
작년 가을 만들어둔 깻묵거름을 흙에 섞어서인지 날씨가 따뜻해서인지 3일이 지나자 열무싹이 텄습니다. 아이들이 매일 와서 들여다보며 물을 줍니다. 같이 심지는 않아도 같이 가꿉니다.
1주일이 지나자 떡잎이 소복이 났습니다. 학교버스 운전사 선생님도 텃밭을 보며 도와주셨는데요 벌써 싹이 났다는 기쁜 소식을 전하니,

“이레(이렇게) 맨날 들다보고(들여다보고) 물 주는데 안 나고 배기겠어요!(버티겠어요) 나야지!!”
하십니다.
3주가 지나니 모종을 심은 상추는 잎이 제법 커졌고 열무도 연한 잎이 되었습니다. 엄마들의 모임이 있던 날 점심으로 비빔밥을 해 먹었답니다. 보통은 식당에 가서 사먹는데 밥, 계란, 고추장, 참기름을 나눠서 가져왔지요. 남은 밥은 오후에 아이들이 싹 해치웠어요. 학교버스 출발 15분 전이었는데 열무랑 상추 뜯어서 씻고 밥이랑 고추장 슥슥 비비고 숟가락 챙기는 일을 착착 나누어서 하더군요. 큰 양푼이를 놓고 신나게 먹어 눈 깜짝할 사이 없어졌어요.
작은 텃밭에는 열무가 더 있고 상추잎도 엄지손가락만큼 자랐고 루꼴라도 나고 있어서 다음 메뉴는 샐러드와 샌드위치라며 기대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하고 다음을 기대합니다
텃밭체험을 할 때면 농부가 잘 가꾸어놓은 밭에 가 상추를 뜯거나 감자를 캐고 단감을 따는 수확을 했습니다. 수확의 기쁨은 아주 크고 신비로운 힘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도 작은 텃밭을 해볼까 하고 시작했는데 모종과 씨앗을 준비하는 것부터 시작해 텃밭과 거름을 만들고 매일 물주며 가꾸는 수고를 하니 과거와 미래가 현재에 깃들어 있는 것이 느껴집니다. 이런 순간은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