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안마을 방문기] ① 산안마을 닭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조류인플루엔자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면서 많은 가금류가 살처분되고 있다. 2020년 12월 화성시에도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하여 많은 농장의 가금류가 살처분 되었지만, 화성의 산안마을은 살처분을 거부하고 있다. 산안마을을 방문하여 어떤 이유를 살처분을 반대하고 있는지 또 지금 상황은 어떤지 인터뷰하였다.

2020년 10월부터 최근까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전국에서 산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하는 경우 현행 가축전염병예방법은 전염병이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발생 농장뿐만 아니라 인근 3km 내의 농장 가금류도 예방적으로 살처분하도록 하고 있다. 이로 인해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할 때마다 살처분되는 가금류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여 작년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1,897만 마리가 살처분되었다. 이렇게 가금류를 획일적으로 살처분하는 것에 대해 생명을 존중하지 않는 방식이라는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산안마을 입구의 농장 안내판. by 박종무
산안마을 입구의 농장 안내판.
사진 : 박종무

경기도 화성시도 작년 12월 22일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하여 많은 농장의 가금류가 살처분 되었다. 그중 화성시 산안마을은 방역당국으로부터 살처분 명령을 받았지만 살처분을 거부하고 있다. 산안마을은 야마기시즘 공동체로 이루어진 마을이다. 2021년 1월 31일 산안마을을 방문하여 왜 살처분을 반대하고 있는지, 또 지금의 상황은 어떤지 산안마을의 유재호씨와 이경욱씨를 만나 인터뷰를 하였다. 인터뷰는 가축살처분과 야마기시즘을 중심으로 한 산안마을의 삶에 대한 내용으로 이루어졌다. 인터뷰 글은 ①가축살처분과 ②산안마을의 삶 두 꼭지로 나누어 연재하고자 한다.


박종무(이하 박) : 안녕하세요. 저는 생명생태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 생태적지혜연구소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데요. 지금 산안마을의 가축살처분이 이슈가 되고 있어서 생명과 생태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에게 널리 알리면 좋겠다는 생각에 인터뷰를 하려고 합니다. 이곳에 살처분 명령이 언제 떨어진 거예요?

산안마을의 닭들. 산안마을 제공.
산안마을의 닭들. 산안마을 제공.

유재호(이하 유) : 2020년 12월 23일에 떨어졌어요.

: 여기서 얼마나 떨어진 곳에서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했나요?

: 1.8Km 될 거예요.

: 그러면 인근의 농장은 이미 전부 다 살처분이 진행된 건가요?

산안마을 양계장 전경. by 박종무
산안마을 양계장 전경. 사진 : 박종무

: 예. 주변에 열두 개 농가가 있는데 닭이 들어있던 농가는 일곱 개 농가가 있었어요. 여섯 개 농가는 살처분했죠.

: 그러면 인근에 있는 농가는 다 살처분이 진행되고 산안농장만 남게 된 거네요. 마을 입구에서 보니까 규모가 좀 커 보이더라고요.

: 케이지 방식으로 쌓아놓고 사육하지 않아 면적이 넓죠. 전부 산란계로 마리 수는 3만7천 수 사육해요.

: 하루에 계란이 얼마 정도 나와요?

: 하루에 이만 개 정도 나와요.

: 그러면 언제부터 계란이 출하가 안 되는 거예요?

: 12월 22일 확진된 날부터 출하가 안 되고 있죠. 그때부터 한 달 하고도 거의 18일 동안 출하가 안 되고 있으니까 70~80만 개 정도 쌓이고 있어요.

: 그 계란들 어떻게 해요?

: 쌓아 놓고 있습니다. (헛웃음) 일단은 예전에 계란을 선별하던 시설이 농장 안쪽에 있었는데 지금은 새로 시설을 지어서 안 쓰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안에 있는 집기를 정리하고 그곳에 쌓아 놓고 있습니다. 거기도 거의 다 쌓고 또 다른 창고에 쌓고 있는데요. 얼마나 더 쌓을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 농장에서 계란을 보관하고 있을 수 있는 한계치는 며칠이나 되요?

이경욱(이하 이) : 원래 선별 포장장에 설비 자체는 3~4일 정도치만 보관해요. 계란을 마냥 오래 가지고 있을 수는 없잖아요. 저희가 온수로 세척(온세척)을 해서 납품을 하면 보통 4주를 유통기한으로 잡는데, 건세척이라고 해서 온수 안 쓰고 공기로 세척하는 경우에는 45일을 마지노선으로 생각해요.

: 쌓여 있는 계란은 어떻게 해요?

: 지금은 저희도 이게 언제 나갈 수 있을 거라는 예상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그걸 어떻게 유통한다 라는 계획을 할 수 없는 입장이에요. 또 저희가 주로 두레생협이라든지 한살림 같이 소비자단체에 직접 가는 형태가 많은데, 좀 오래된 것들은 그 쪽에서도 받기가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으니까 가공용 쪽으로 유통을 해요. 그렇게 하더라도 많은 손해를 보는데 그마저도 언제 출하를 할 수 있는지 알 수 없으니 너무 답답해요. 당장 내일 나가도 이미 많은 손해를 본 상태예요.

: 지금 관공서에서는 계속 살처분하라고 압박하고 있는 상황인가요?

: 작년 12월말부터 1월 초까지 네 번 정도 계고장이 나오고 그 다음에 뭐 압박이라고 할까 뭐 회유와 설득이라고 할까 그런 일들이 있는 거죠.

: 방역담장 과장이나 그런 분들은 다 아시는 분들이죠?

: 그렇죠. 예전에 AI가 몇 번을 왔을 때에도 살처분 하지 않고 살려서 지금까지 같이 협조한 경험들도 있으신 분이고, 저희가 여러 가지 관이랑 같이 하는 사업들도 있고 연락을 했던 관계이기 때문에 잘 아시는 분들이죠. 이런 일로 척지지 말자고 하죠. 근데 뭐 좀 더 도와주시면 좋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어요.

: 익산 참사랑 농장은 잘 아시죠? 그쪽 농장은 상황이 종식되고 나서도 계속 관련된 소송이 이어졌는데, 여기는 어떨 것 같아요?

: 저희도 일단 고발은 당한 상황이에요. 그리고 지난주에 처음으로 주위 농가에서 연락이 왔어요. 다른 농가들은 이미 살처분이 끝나서 저희가 살처분 했으면 예찰 기간이 끝나 이제 이동 제한이 끝나 병아리를 받을 수 있는데 저희 때문에 병아리를 못 받는다는 연락이 온 거예요. 점잖게는 얘기 하시는데, 자기네도 돈 빌려서 하는 처지여서 빨리 병아리를 받아야 하는데 화성시에 연락해도 산안마을 때문에 자기네도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해요. 화성시를 고소하고 싶은데 그게 안 통하니 우리를 고소할 수밖에 없다고 전화한 거예요.

: 평택에 알고 있는 농장이 있는데 그곳도 20일 정도 살처분을 거부했대요. 1만수 정도 사육하는데 그쪽 농장은 더 일찍 주위 농가로부터 압박을 받아 그게 힘들어서 살처분을 했다고 하네요. 이게 관공서와의 문제 뿐만 아니라 주변 농가들 간의 문제까지 연결되어 있어요. 양계하는 입장에서는 그게 신경이 많이 쓰이죠.

마을 어귀에 게시된 살처분 반대 플래카드들. by 박종무
마을 어귀에 게시된 살처분 반대 플래카드들. 사진 : 박종무

: 사실 살처분 거부가 저희만 살자고 하는 게 아니에요. AI는 앞으로 매년 닥칠 일인데 친환경으로 하든 케이지에 키우든 생명의 가치는 다 똑같은 거고, 이렇게 업계 전체가 다 대상이 되는 것이니 그런 데서 같이 뭔가 좀 개선해보고자 하는 건데 당장 농가들이 눈앞에 피해로 다가오니 간극이 벌어지는 거 같아요. 우선 다음 주에 좋은 소식 들려주면 안 되겠느냐고 달래는 놨는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 여기 문제가 해결돼야 인근 농장까지 다 풀린다는 얘긴 거네요?

: 화성시는 일단은 그런 대답을 했어요.

: 그럼 익산시 참사랑농장은 어떻게 됐어요?

: 익산 참사랑농장은 일단은 풀어줬죠. 예찰지역으로 전환시켜 줬고 이동제한도 풀어줬거든요.

: 참사랑농장은 그대로 버텼는데…

: 그렇죠. 살처분 안 하고 버텼는데. 그렇지만 화성시의 대답은 행정심판 구술심리 갔을 때 심의위원들이 집행정지가 풀어지면 어떻게 되냐 물어보니 집행정지는 집행정지일 뿐이고 최초의 살처분명령이 바뀌거나 취소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방역대는 유효하다고 이야기했어요. 그런 원론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화성시와 얘기해보면 화성시가 할 수 있는 것들이 결국은 없더라고요. 주무부처인 농림부는 말이 안 통하고 많이 답답한 상황이에요. 일단은 비공식적으로는 다음 주 월요일에 방역대라든지 어떻게 해보겠다고는 하는데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 지금 여기에 한 달에 사료가 얼마나 들어가요?

: 저희가 kg당 400원씩에 받고 있고 한 달에 27톤 사용해요. 어림잡아 계산해서 한 달에 4천5백만 원에서 5천만 원 정도 사료 값으로 들어가네요.

: 사료는 먹여야 하고 계란은 팔 수 없으니 그만큼 손해가 늘어나는 거겠네요. 여기 농장과 다른 농장의 가장 큰 차이는 뭐라고 생각하세요?

야마기시 양계는, 마을 사람들과의 연찬을 통해 모아진 최선의 생각으로 시도해보고 그 방법이 옳은지 계속 검토해 가면서 어떤 것이 닭을 키우는 사람과 계란을 사서 먹는 사람과 그리고 알을 낳는 닭들도 가장 존중 받을 수 있는 방식일지 고민하면서 운영하는 양계방식이다. 산안마을 제공.
야마기시 양계는, 마을 사람들과의 연찬을 통해 모아진 최선의 생각으로 시도해보고 그 방법이 옳은지 계속 검토해 가면서 어떤 것이 닭을 키우는 사람과 계란을 사서 먹는 사람과 그리고 알을 낳는 닭들도 가장 존중 받을 수 있는 방식일지 고민하면서 운영하는 양계방식이다. 산안마을 제공.

: 어떤 부분이 다르다고 기술적인 것도 얘기 해 드릴 수도 있는데요. 그건 그거대로 있고 기술적인 것보다는 저희는 우선 농장이라고 할까 마을을 이루게 된 목표 자체가 수익창출을 목표로 이룬 것이 아니에요. 쉽게 얘기하면 누구도 한 사람 빠짐없이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일단은 그런 마을을 한 번 만들어보고 싶은 사람들이 모였어요. 그런 사람들이 모여서 생업을 해야 하니까 양계를 한번 해볼까 하고 양계란 산업을 하고 있는 거예요. 산업이라는 것이 어떤 사회를 구성하는 요소인데 꼭 경제적인 역할만 하는 건 아니잖아요? 그런 산업을 구성하고 또 실제로 하면서, 직장 속에서 뭐라고 할까 행복한 사회 만들기라고 할까요. 그리고 그것들을 닭을 대해가면서 닭도 존중하고 같이 하는 사람들도 존중하고 그리고 이것들이 이런 계란을 사서 드시는 분들도, 저희는 그분들을 ‘활용자’라고 부르는데 그런 활용자분들도 존중할 수 있는 그런 양계는 어떤 것일까 하고 계속 고민해요. 저희가 하는 것을 야마기시 양계라고 하는데 야마기시 양계는 풀을 준다, 햇빛이 들어가야 된다 그런 부분도 있지만 어떤 것을 정해 놓지 않고 매순간 혼자가 아니라 같이, 저희는 이것을 ‘연찬’이라고 표현 하는데요. 함께 하는 사람들과 생각을 나누고 그때 모아진 최선의 생각으로 일단은 한번 해 보고 또 그것도 꼭 정해진 게 아니라 계속 검토해 가면서 어떤 것들이 가장 존중 받을 수 있는 방식일까 고민하면서 하는 거예요. 닭을 키우는 데도 그렇고 같이 하는 사람들과도 그렇고 현행 사회체제의 자본주의 사회 안에서도 그렇고…

: 제가 활동하고 있는 생태적지혜연구소에는 가축살처분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은 분들도 있고, 또 이 마을이 지향하는 삶의 방식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도 있어요. 그 부분은 조금 있다가 더 많은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할게요. 우선은 양계와 관련해서 다른 농장에서는 살처분을 하고 있는데 여기는 왜 살처분을 하면 안 된다는 거예요?

: 예전에는 살처분을 이렇게까지 하지 않았어요. 2018년 12월에 개정된 예방적 살처분 지침이 3km로 확대되면서 살처분을 결정할 때 여러 가지 요소들을 고려하여 결정해야 하는데 그런 고려의 여지없이 무차별적으로 살처분을 실시하고 있어요. 그게 잘못 됐다는 거예요. 그런 게 중요한 부분이죠. 살처분을 결정할 때 고려해야 할 중요 요소 중 하나는 다른 농장으로 전염병을 전파할 가능성이 있는가 하는 거예요. 저희 농장은 교차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백신도 저희가 직접 접종하고, 계분도 AI기간이 아닌 때에 밭에만 반출하고, 소독 같은 것을 포함하여 모든 사육 과정들을 저희가 직접 하고, 유통도 GP센터를 거치는 게 아니라 저희 전용차량으로 매장으로 직접 가기 때문에 다른 양계 업자와 겹칠 일들이 없어요.

: 거꾸로 일반 농장들이 어떻게 하는지를 말씀드리는 게 나을 것 같은데, 이런 상황에서 저희가 버티겠다 라고 하는 이유 중 하나는 농장의 전 과정의 인프라를 저희가 다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판단을 하는 거예요. 다른 농장은 외부에서 노동자가 오고 수의사가 오고 물류차가 오는데 저희는 모든 것을 내부에서 하기 때문에 교차 오염의 가능성이 없다는 거예요.

: 같이 일하시는 분이 몇 분이세요?

: 영농조합법인 직원이 스물 다섯 명인데 실제로 스무 명 정도가 유통 과정을 포함해서 다 하고 있어요.

: 농장의 일이 많아요. 중병아리를 데려올 수도 있고 계분을 빼내줘야 되잖아요. 계속 가스가 많이 나오니까. 백신도 시시때때로 해야 하는데 초생추부터의 육성, 백신접종, 닭 먹이로 사용하는 풀을 기르는 일, 계분을 수확하고 발효시켜 풀밭에 뿌리는 일 모두를 농장에서 자체적으로 소화해요. 또 매일 알 반출도 해야 하고 운송에 필요한 차량 운행도 해야 하고, 이런 일들이 많다보니 일반 농장에서 대부분 외주를 줘요. 그런데 거기에 일하러 오시는 분들이 이 농장 저 농장 농장들을 돌며 일을 하시는 분들이에요. 그렇게 외부인이 농장으로 들어 오다보니 농장 사이에 전염병이 쉽게 퍼질 수 있는 거예요. 저희는 그런 것들 모두를 저희가 다 하는 거죠.

인터뷰에 응해주신 산안마을의 유재호 씨와 이경욱 씨. by 박종무
인터뷰에 응해주신 산안마을의 유재호 씨와 이경욱 씨. 사진 : 박종무

: 실제로 저희 농장은 외부에서 어떤 검사라든지 시찰 이런 거 아니면, 질병 발생이 없고 계절이 좋을 때 어린아이들 농장 체험, 또 자기 먹는 먹거리가 어떻게 만들어 지는지 생협에서 보러 오시는 분들 같이 저희가 의도적으로 보여드리는 경우 아니고서는 아무도 양계장 안을 들어 올 수 없게 되어 있어요. 또 그런 시스템을 강화하려고 최근 몇 년 동안 많은 준비를 했거든요. 예를 들어 선별포장 시스템 같은 거요. 예전에는 포장시설이 농장 안에 있어 계란이 모여서 농장 안의 시설로 들어갔다 밖으로 나왔는데 이제는 포장시설을 외부에 설치해서 계란이 자연스럽게 한 방향으로만 흐르게 했어요. 방역과 위생에서 그런 동선을 무척 중요하게 여기니까 말이에요. 또 저희 선별포장 시설이 외부에서 계란 선별을 위탁 받을 수 있는 시설인데, 그러다보면 전염병 전파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외부 농장의 계란 선별 작업은 하지 않고 있어요. 방역에 취약해질 수 있다는 생각에 수익을 포기한 거예요. 저희는 지금 안전하게 운영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또 동물복지형 방역 선진화사업의 지원을 받아서 여러 가지 방역시설, 차량소독기, 대인 소독실, 관리동을 마련하고 농장에 들어갈 때에는 방역을 하고 들어갈 수 있게 샤워하는 시설까지도 갖췄어요. 쥐도 못 들어가게 하고 참새도 못 들어가게 하고.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저희 안에서도 방역에 대한 의식이 자연스럽게 많이 올라갔어요. 다른 농장들을 보면 최첨단 시설을 갖춘 곳에서도 AI가 많이 터지잖아요. 그런 거를 보면 뭔가 첨단 시설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 같지는 않아요. 차단방역 시스템을 갖추어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영하는지가 더 중요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게 또 저희의 장점이라는 생각이 있고요. 과학적인 증거가 없다고 해서 주목 받지는 못하지만 결국은 닭을 건강하게 키우는 거는 사실은 이게 정말 이야기하고 싶은 건데 닭을 정말 건강하게 키우기 위해서는 닭을 매일 가까이서 관찰하는 거라고 봐요. 저희는 계군을 동별로 나누고 또 칸으로 나눠 키워서 닭 한 마리 한 마리를 볼 수 있는 환경이에요. 양계를 시작할 때부터 해 오고 있는 방식인데 매일매일 닭들의 건강 상태를 살펴요.

: 하루에 폐사가 어느 정도 돼요?

: 제가 한 달 정도 평균을 내보니까 하루 한 마리 정도 폐사되는 것 같아요. 3만 7천수를 사육하니까 그 정도면 엄청 적은 거예요.

: 이런 식으로 저희는 전염병이 전파되지 않도록 관리를 하고 또 닭들을 건강하게 키우려고 하고 있어요. 살처분의 결정은 이런 것들을 고려하여 선별적으로 적용 되어야지 않나 하는 생각해요. 우리만 잘났기 때문이 아니라 이게 양계업계를 위해서도 또 생명에 대한 존중 입장에서도 그래요. 그런 것들이 전혀 반영되지 않는 지금의 살처분 정책은 바람직한 정책이 아니라는 생각이에요. 이곳 축산과장 같은 경우에는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라며 살처분을 하자고 하는데, 이렇게 살처분 하는 방식으로 어떻게 전진을 할 수 있을지가 잘 안 보이더라고요. 이게 쉽지 않은 길이지만 저희라도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끝이 없겠다는 생각에 시작한 거예요. 좀 더 생각을 해보면 인터넷에 고양이 학대나 다른 동물 학대 동영상이 올라오면 몇 십만 명이 쉽게 청원에 참가하고 그러는데 수천만 마리의 닭이 죽는 문제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왜 이렇게 둔감할까 라는 생각도 들어요. 그런 것이 정말 먹거리와 우리 삶이랑 농사가 일반 도시민들이랑 떨어져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많이 들어요. 또 여러 가지 정책들이 농사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그냥 산업의 교환가치로만 생각해버리고, 필요 없는 노동으로, 소외된 노동으로 효율성만 따지다 보니까 농업이 존중 받지 못하는 것 같아요.

: 사람들이 친환경 먹거리, 건강한 먹거리에 대해서는 관심이 엄청 올라갔잖아요. 거기에 맞춰서 농산물들도 유기농 인증이다 무슨 인증이다 스펙들이 올라가고 있어요. 그것을 원하는 사람은 수요는 늘고 있는데 진짜 그 과정들, 그것이 인증의 스펙이 올라가는 거지 정말 먹거리의 현장이 달라지는 건지는 알 수가 없어요. 이게 사실은 만드는 사람이 있어야 먹는 사람도 있고 서로 뭔가 소통이 되고 서로 서로 작용을 하고 그런 게 돼야 하는데 정말 너무 멀다는 생각이 들어요. 소비자들은 인증에 반응하게 마련이고 생산자들은 대부분 조건에만 맞추는 경우가 많아서, 저는 인증은 일종의 면죄부라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많아요. 동물복지 마크가 달린다 하더라도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 이미지랑 현실이랑은 많이 다르거든요. 누가 잘못 됐다고 얘기하기 전에 농촌과 도시는 떨어질 수 없는 관계인데 이제는 간격이 벌어져서 간격을 좁히기 너무 힘들다는 생각이 들어요. 거기에서 정부의 역할은 소비자에게만 가까운 거 같아요. 하지만 소비자가 있다 하더라도 생산자가 있어야 먹는 사람도 생기는데 생산자들을 어떻게 생각하나 보면 답답해요. 제가 정말 깜짝 놀랐는데, 농림부 홍보지에 올해 AI 방역을 잘했다고 되어 있는 거예요. 예방적 살처분으로 차단방역을 열심히 해서 최대 발생 건수가 340건에서 73건으로 줄었다는 거지요. 그런데 여기서 뭐가 빠졌냐하면요, 마릿수가 빠졌어요. 발생건수는 1/5로 줄었는데 이미 살처분 두수는 2/3에 도달했거든요. 이게 농림부가 축산업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드러내는 것 같아요. 생명을 죽이는 거는 정말 아무런 의미가 없는 거예요. 그냥 발생하는 건수가 적기만 하면 되는 거예요. 여기에 생명이라는 존재에 대한 배려가 없어요.

: 지금 참사랑농장이 겪는 고초는 다 아실 거고, 정부의 방역정책과 반하는 행동을 했을 때 지금도 지금이지만 이후로도 어떤 곤혹스러운 일이 발생될 수 있다는 것을 아시잖아요. 그런 상황에 대해 마을 공동체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 일단 고발당한 사실을 안 지는 얼마 안 됐어요. 그리고 축산 과장은 농림부에서 저희의 축산업 허가를 취소시킬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도 해요. 이거는 농장 문을 그냥 닫아 버릴 수도 있다는 이야기예요. 저희가 아직 그런 거에 대한 고민은 깊이 하지 않았는데 마을로서는 그렇게 되면 시련이죠. 경제적으로 보면 상당한 위협이 되니까. 시련이 있긴 하겠지만 망하면 망하는 대로 또 뭐든 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그런 곤조 같은 게 있어요. 오히려 더 큰 시련을 겪어 오신 앞 세대의 분들이 계시니까 저희도 뭐 하면 되지 않나 하는 그런 막연한 생각은 갖고 있어요. 그런데 AI가 또 오면 살처분을 반복할 텐데 이런 축산업을 계속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더 커요.

: 이 지역에서 AI는 처음이에요?

이 : 아뇨, 자주 있어요. 이전에 2014년도, 2018년도에도 근처 농장에서 발생한 적이 있어요. 그 때에는 800M 까지 왔었는데 그 때에는 3km 살처분이 의무가 아니었어요. 그러다 보니까 시에서도 살처분 하라고 권유하러 왔다가 우리가 안 하겠다고 하니 14년도에는 닭은 안 죽이고 알만 폐기 했어요. 2018년도에는 주 1회, 주 2회, 그런 식으로 그냥 계란 출하 제한만 있었고 그거 외에는 사실상 정상 운영을 한 거죠. 그리고 풀었어요.

: 그때랑 지금이랑 살처분 진행 방식이 다르네요.

: 예전에는 협의해서 진행했는데 지금은 일단 살처분하는 거죠. 살처분을 결정할 때 고려해야 될 사항들이 있기는 한데, 그것들이 실제 현장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거예요. 지방 정부의 역할도 명시되어 있기는 하지만 중앙정부에서 지침이 내려오면 거기에 다른 의견을 내기가 힘든 구조예요. 긴급하다고 하니까 말이에요. 시에서 입장을 정하려면 가축방역 심의회를 열고 그걸 중앙에 건의하고 그거에 대한 회답을 받고 해야 하니 긴급한 상황에 그런 시스템을 작동시키기 쉽지 않잖아요. 산안마을의 살처분 거부를 포함해 전국적으로 문제의식이 높아져서 시도 가축방역심의회의를 개최할 수 있는 분위기까지는 만들어지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시도에서 살처분 제외 건의를 해도 농식품부에서 정당한 절차적 내용적 검토에 대한 의심의 여지를 남기는 과정을 통해 건의를 반려했다는 답변이었습니다. 지방 정부도 재정적으로도 그렇고 여론도 그렇고 부담이 되어 가축방역심의위원회를 열어 결정하자고 건의를 했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식으로 시에서 도로 건의된 적도 없고 물론 개최된 적도 없습니다.

: 뭐 거기에는 거기대로의 논리가 있겠지만 결국은 자기네들이 내세운 논리가 맞다는 것을 증명하다 보니 살처분 규모는 더 커지고 피해도 커지는 것 같아요. 발생 건수는 줄었다며 방역 효과가 있었다고 얘기하지만, 살처분한 마릿수를 비교하면 실패한 게 맞는데 그거를 인정할 생각은 역시 없는 거 같아요.

: 참 쉽지 않은 일이네요. 오늘 인터뷰는 여기까지 마무리하고, 다음에는 야마기시즘 마을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게요.

인터뷰를 한 다음 날 경기도 관계자가 화성시에 가축방역심의 회의를 통한 해결방안을 전달했으나 화성시는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산안마을 양계장에 대해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산안마을을 방문하여 언덕 위에서 바라보니 양계장의 닭들이 부지런히 땅을 쪼고 있었다. 그렇게 건강하게 살아 있는 가축을 우리는 어떻게 대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일까? 현재 가축전염병이 발생할 때마다 진행되고 있는 살처분 정책은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기 때문에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의 살처분 정책을 언제까지 반복해야 하는지 우리 사회는 깊은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박종무

지구 생명의 근원은 해님이라고 믿는 생태주의자. 해님의 에너지를 받는 지구 모든 생태 구성원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희망한다. 특히 동물들이 생태구성원으로 존중받으며 살아갈 수 있기를 희망하며, 아픈 동물을 치료하고 동물을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

댓글 5

  1. 계란값은 계속 오르는데 AI관련 뉴스가 없어 ‘얼마나 무고한 생명이 사라지고 있을까?’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어려운 상황임에도 현장에서 버티고 계신 생산자분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 반갑네요. 매년 발생하는 AI 대응으로 살처분만 진행하는 것은 결코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데 동의하며, 생명을 살리는 정책이 만들어지길 고대합니다. 산안 마을의 활동들이 그 밑거름이 되길 바랍니다.

  2. 앞으로 또 다른 질병들이 종종 세상을 덮칠거라 예상 됩니다.
    이번 사태처럼 인간도 예외는 아니겠지요.
    이러다가 영화 ‘감기’ 처럼 인간도 살처분 하는건 아닌지.. 의심이 됩니다.
    인간에겐 양심이 있습니다.
    시킨다고 그냥 실행 하는것은 정의가 아닙니다.
    나치들중 1급 전범들은 지금의 모범 공무원 이였겠지요.
    육식을 하는 제가 자격이 있나? 생각해보지만,
    이제 합리적 소비 보다 현명한 소비를 지향할때 인것 같습니다.
    신속한 대책 보다, 미래를 내어보는 대책을 원합니다. 다양한 생명이 공존하는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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