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 속에서 함부르크 여행하기

함부르크로 떠난 친구에게 그곳 사진을 보내달라고 무작정 부탁했고, 도착한 사진 5장을 가지고 나의 상상 속 여행이 시작되었다.

친구에게 무작정 사진 5장을 보내 달라고 부탁했다. 친구가 지내는 독일에 함부르크라는 동네가 궁금해서 한 말이었다. 친구는 작년에 6개월 바짝 준비하더니 갑자기 독일로 떠났다. 돌아오고 싶지 않다며 떠났는데 진짜 안 돌아올까 모르겠다.

친구가 보내온 사진 중 한 장. 필자 제공.
친구가 보내온 사진 중 한 장. 필자 제공.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계절이 바뀌고 언어가 바뀌는 마법을 경험해 본 적이 있다. 이런 마법에 홀려 돌아오지 못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2019년 통계를 보면, 전 세계적으로 하루 11만5천 건 정도 상업비행이 이뤄졌다. 연간 4200만 번 45억 명의 인구를 태웠다. 하지만 전 세계 인구 중 1%의 인구가 항공 배출량의 절반을 차지하고 90%의 사람들은 비행기를 거의 타지 않거나 타 본 적이 없다. 45억 명이 아니라 몇몇 사람들이 자주 타기 때문에 45억이 된 것이다.

친구가 보내온 사진 중에는 함부르크 정경 사진은 없고, 남친 사진과, 밥 먹는 사진, 그리고 수업(?) 중인 사진들 뿐이었다. 먼 타국에서 외롭지 않게 매우 바쁘고 잘! 살고 있다고 말하는 것 같다.

친구는 혼자서도 잘 노는 사람이라서 그런 점이 부러웠다. 혼자 노는 것을 잘하는 사람이 외국에 나가니 같이 놀고 싶어진 것 같다.

어떤 여행가는 365일 중 200일을 해외에 나가 있고 싶다고 했다. 이 친구는 365일 중 200일 혼자 있어도 괜찮은 사람처럼 보이는 사람이었다. 역시 혼자 잘 놀 줄 알아야 같이도 잘 노는 건가.

예술을 하면 참 잘할 것 같은 사람이 있다. 어떤 예술이 잘한 예술인지는 도통 모르겠다. 하지만 예술을 하면 참 잘할 것 같은 사람은 예술 작품보다 더 알기 쉽다. 이 친구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이다. 친구는 예술을 해서 집세 내고 밥도 사 먹고 비행기까지 타고 다니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독일에 유학을 다녀온 A에게 들은 이야기다. 본인이 다니던 대학교의 교수는 커리어를 유지하기 위해 70살에 가까운 나이에도, 어제는 뉴욕, 오늘은 베를린, 내일은 홍콩을 오가면 산다고 했다. 구글에 치면 500만 개의 검색결과가 나오는 유명작가였다. A는 살면서 일주일도 휴가를 다녀와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교수님은 70살 먹고도 하루를 쪼개서 사는데 내가 어떻게 놀러 다니겠냐며 한숨이 쉬었다. 그래도 A의 유일한 취미였던 자전거를 타고 반포까지 다녀온 이야기는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다.

친구가 보내온 사진 중 한 장. 필자 제공.
친구가 보내온 사진 중 한 장. 필자 제공.

해외여행을 하다 보면 힘든 점이 음식인 경우가 많다. 먹어도 먹은 것 같지 않은 그런 기분… 20분 만에 배에 ‘박아 넣고’ 포만감 그득하니~ 바로 공부나 일하러 출발하는 식습관을 10년 반복했다. 이런 식습관으로 인해 배는 음식을 생각하고 감사하고 향유하는 무언가로 대하지 않는다. 그러니 외국 나가서 힘든 건 음식의 문제가 아닌 내 태도의 문제일 수 있겠다.

가끔 기분 좋은 날에는 이미 아는 맛인데 감동하면서 먹을 때가 있다. 식당에서 파는 짬뽕이나 순두부찌개 같은 흔한 MSG 맛인데 감동하면서 먹는다.

신당역 중앙시장에서 아르바이트할 때 맛있는 게 너무 많아서 좋았다던 친구는 서양 음식을 매일매일 만들어 먹을 수 있을까.

코로나 백신 이슈로 유럽 곳곳에서 시위가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엊그제 뉴스에서 함부르크 이야기가 나왔다. 시위 참가자들이 인터뷰하는 모습을 보니 친구랑 잘 어울릴 것 같았다. 고집이 세고 덩치가 큰 사람들.

“한국말도 잘 못 하는데 어떻게 외국말을 배우겠니.” 친구에게 이렇게 말했었다. 늘 신중한 단어를 선택하느라 오랜 시간이 걸리는 모습에 답답했기 때문이다. 말은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기에 적합한 수단이 아닌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좋은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 서로 가늠만 할 수 있다는 지점이 이제 좋다.

김준형

작년에는 작업도 많이 하고 샘솟는 아이디어에 껴있었는데 올해는 작업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습니다. 작년 과부하 현상인 것 같습니다. 노동을 통해 돈을 벌며 국내 여행을 다니고 인터넷을 많이 하는 중입니다. 예술가이자 노동자의 경계에서 잘 지내는 방법을 모색 중입니다.

댓글

댓글 (댓글 정책 읽어보기)

*

*

이 사이트는 스팸을 줄이는 아키스밋을 사용합니다. 댓글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아보십시오.


맨위로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