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협동조합은 1인 가구의 증가에 따른 가공식품 확대에 대해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1인 가구 증가에 따라 확대되는 가공식품은 간편함만큼 건강과 환경을 위협하고 있다. 1인 가구를 늘려 시장을 넓히고 입맛과 의식까지 지배하는 자본주의의 이면을 들여다보고 생협은 조합원과 지혜를 모아 어떻게 건강과 환경을 지키고 공동체를 회복할 것인지 고민해본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1인 가구는 전체 가구 수의 31.7%로 2015년에 비해 27.5% 증가했다. 2022년인 지금은 더 늘어났을 것이다. 산업화사회에서 미세해지는 건 플라스틱만이 아니다. 자본이 독점화될수록 노동은 분절되고 그에 따라 가족도 해체된다. 혼자 사는 삶에서 외로움은 자유로움으로, 유대가 사라진 사회는 프라이버시가 보장된 사회로 포장된다.

사회가 공동체가 되어야 하는 중요한 이유는 의식주를 비롯한 삶의 문제를 혼자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인데, 자유롭고 프라이버시가 보장된 사회에서 공동체 개념은 점점 흐려진다. 가족이 혈연 공동체이자 경제 공동체였던 시절 생산 터전인 자연과 노동은 선명하게 드러났다. 내가 먹는 한 끼 식사는 헤아릴 수 없는 자연의 에너지와 다양한 인간노동이 결합한 관계의 산물임을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산업화사회에서 자연은 우리 삶과 동떨어진 풍경으로 존재하고, 노동은 분절되어 감추어져 잘 보이지 않는다. 현대인의 식사를 간단하게 해결하는 가공식품은 밥상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과정을 거쳤는지 알 수 없다. 대량 생산을 위해 유전자변형농수산물(GMO) 작물이 원재료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물론 여러 국적의 재료가 섞이고 분절된 노동을 거쳐 엄청난 탄소발자국을 남기며 우리 식탁까지 온다. 가공식품은 이렇게 1차 생산물에 비하여 생산에 이르는 과정이 훨씬 복잡해졌다. 안전성이 의심되는 물질이 첨가되고 포장재는 환경을 위협하지만 그저 한 끼를 간단히 해결하기 위해 미각을 자극하는 맛을 내며 편의성의 이름으로 식탁에 오른다.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삶에 필요한 생산과 소비가 있다. 그 곳에서 많은 이야기가 생기고 쌓여서 문화가 만들어진다. 음식도 그렇다. 자연환경에 따라 지역 특산물이 생기고 고유의 요리법이 발달한다. 바닷가와 내륙의 생산물이 다르고 기후에 따라 요리법과 보관방식이 다르니 미각 또한 경험에 따른 지역 차와 개인차가 생긴다. 음식문화는 그렇게 생성된다. 그런데 요즘 각 가정의 식료품을 보관하는 냉장고 안은 어떨까? 아마도 지역과 계절을 초월한 음식물과 가공식품으로 가득할 것이다. 풍성해 보이지만 사실 비슷한 내용물과 획일화된 맛의 보급일 것이다. 그야말로 풍요 속의 빈곤이다.

조합원들은 채식과 환경에 대한 관심이 있다.
사진 출처 : silviarita
조합원들은 채식과 환경에 대한 관심이 있다.
사진 출처 : silviarita

최근 채식과 환경에 관심 있는 젊은 조합원들의 모임에서 가공식품 소비에 관해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주로 1인 가구인 이들은 건강과 환경을 지키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가공식품이 품고 있는 문제를 알고 있었다. 그래서 가급적 1차 농산물을 이용하려 하지만 출퇴근에 쫒기며 당장의 먹을거리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공식품이나 배달음식에 기댈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환경과 건강에 관심이 있고 해결하고 싶은 의지가 있더라도 고단한 일상에 치인다면 가공식품에서 벗어나기란 참으로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생협은 협동으로 생활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곳이다. 우리나라에서 생협이 처음 출발할 당시에는 생산성을 위하여 오남용되는 농약이 문제가 되었다. 농약으로 범벅이 된 농산물은 소비자의 건강을 해칠 뿐 아니라 생산과정에서 땅과 물이 오염되어 생산자와 주변의 동식물도 안전하지 못했다. 이에 대한 자각으로 유기농법을 도입한 것이 지금까지 생협 물품의 기반이 되었다. 지금도 끊임없이 생활의 문제를 잘 살피고 해결해 나가는 것이 생협이 해야 할 일이다. 먹을거리, 돌봄, 환경 등 산적한 문제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고도화된 자본주의는 1인 가구를 늘려 시장을 넓히고 1인 가구는 간편식을 즐겨 가공식품이 늘어나고 가공식품은 GMO작물을 늘리고 탄소발자국을 남기며 첨가물로 건강을 위협하고 포장재로 환경문제를 일으킨다. 시간이 갈수록 악순환은 거듭될 것이다. 1인 가구가 점차 늘어나는 사회구조 속에서 생협이 독자적으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기는 어렵다. 그러나 환경과 건강에 관심이 많은 조합원들이 모여 먹을거리 문제를 함께 하나하나 해결해 나간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본다. 예를 들면 직장인의 경우 주말이나 저녁 모임에서 1주일 분량의 식재료를 밑손질하고 소분하여 집에서 간단하게 요리할 수 있도록 준비한다면 혼밥의 부담을 많이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모임을 자주 가질 수 있다면 모임에서 함께 식사도 해결하고 생활의 어려움을 나누어도 좋겠다.

생협에도 이미 조합원의 편의성에 부응하는 가공식품이 넘쳐난다. 물론 일반적인 가공식품과는 달라서 GMO 작물 사용은 배제되고 수입품이나 첨가물도 거의 쓰지 않는다. 수입물품이나 첨가물 사용이 불가피할 경우라면 안전성 검증을 원칙으로 한다. 그러나 환경을 위협하는 포장재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포장을 가급적 단순화하거나 플라스틱을 종이나 유리로 바꿔가고는 있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 무포장도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 시스템을 전환하기에는 생협 내 공감과 합의를 이끌어 낼 시간이 필요하다.

대한민국이 요원하기만 해 보이던 선진국에 진입한 후 맞는 첫 해이다. 실감이 나지 않아 ‘선진국’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았다. “고도의 산업 및 경제 발전을 이루어 국민의 발달 수준이나 삶의 질이 높은 국가”를 말하는데, 주로 경제적 기준으로 잡으니 1인당 GDP가 높은 국가를 선진국이라 말하기도 한다. 복지의 수준, 자연환경의 보존, 그에 따른 국민 행복지수도 기준으로 잡는지는 의문이 든다. 산업이 고도화되고 경제가 풍요로워질수록 공동체는 무너지고 가족은 해체된다면 과연 선진국 국민은 행복할까? 공동체가 무너진 사회는 안전하고 지속 가능할까? 사람은 사람의 온기가 삶의 동력이다. 예전처럼 혈연 공동체가 아니더라도 서로 의지할 수 있는 새로운 관계 속에서 소통과 공감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협동으로 생활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생협에서 혼자서는 가공식품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끼니도 함께 해결하고 삶의 어려움도 나누는 새로운 문화를 창출할 수 있을 거라 꿈꾸며 오늘도 나는 조합원을 만난다.

꼼지

학교 다닐 때 꼼지락거린다고 붙은 별명인데 남편이 30년째 부르는 애칭이 되었음. 지금도 여전히 꼼지락거리며 한살림 조합원과 함께 지역활동을 펼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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