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을 읽고

편리한 문명의 도구인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편리함 이면에선 자신의 사고를 말살하는 야누스의 두 얼굴이 존재한다. 최근의 젊은이들은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경우가 많지 않다. 검색을 통해 책의 내용을 스캔하면 짧은 시간에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의 뇌는 더 이상 생각을 위한 것이 아닌 검색 기능을 수행하는 장기가 되어 버렸다.

니콜라스 카 저,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청림출판, 2015)
니콜라스 카 저,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청림출판, 2015)

영국의 역사가인 에릭 홉스봄은 19세기를 일명 계몽의 시대이며 진보의 시대라고 보았다. 계몽의 시대란 인간이 이성을 올바르게 사용한다면 무한히 진보할 수 있다고 순수하게 믿었던 시대를 말한다. 하지만 20세기에 들어서서 이성을 올바르게 사용할 줄 알았던 인류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겪었으며, 21세기에 들어서서는 환경파괴와 탐욕으로 인하여 인류 멸종의 위기에까지 이르고 말았다.

스스로 생각하는 존재인 인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었던 것일까? 이에 대한 물음에 조금이나마 답을 얻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청림출판, 2015)이다. 세계적인 IT 미래학자인 저자는 인류의 사고가 어떤 경로를 따라 변천하였는지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저자는 대중문화 평론가인 마셜 맥루한의 말을 인용하면서 미디어가 인간을 변화시킨다고 지적한다.

“미디어는 단순한 정보의 유통 수단에 그치지 않는다. 미디어는 생각을 전달할 뿐만 아니라 생각의 과정도 형성한다. 또한, 인터넷은 나의 집중력과 사색의 시간을 빼앗고 있다.”

편리한 문명의 도구인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편리함 이면에선 이처럼 자신의 사고를 말살하는 야누스의 두 얼굴이 존재한다. 최근의 젊은이들은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경우가 많지 않다. 검색을 통해 책의 내용을 스캔하면 짧은 시간에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더 이상 우리의 뇌는 생각을 위한 것이 아니라 검색 기능을 수행하는 장기가 되어 버렸다. 그렇다면 우리의 미래에는 절망적인가? 저자에 따르면 우리 뇌는 신경 가소성을 가지고 있기에 희망이 있다고 말한다.

“신경 가소성은 진화의 가장 중요한 산물이다. 타고난 게놈의 한계를 벗어나 환경의 압력, 생리적 변화, 경험 등에 적응하도록 한다. 이제 우리의 사고, 행동 방식은 전적으로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 뇌의 배선을 바꿀 수 있는 것은 반복적인 신체 행동만이 아니다. 정신적 활동 역시 신경 회로를 더 광범위하게 바꿔놓을 수 있다.”

이처럼 신경 가소성은 우리의 뇌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반면에 이러한 신경 가소성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도 나아갈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특정 회로가 육체적 또는 정신적 행동의 반복을 통해 강해질수록 회로는 해당 행동을 습관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신경 가소성의 역설은 이 가소성이 우리에게 허용하는 정신적 유연성이 결국은 우리를 고착화된 행동 속에 가둘 수 있다.”

나쁜 습관은 좋은 습관만큼이나 빨리 우리의 뉴런을 파고든다. 사진출처: Jessica Lewis Creative https://www.pexels.com/ko-kr/photo/4200824/
나쁜 습관은 좋은 습관만큼이나 빨리 우리의 뉴런을 파고든다.
사진 출처: Jessica Lewis Creative

저자에 따르면 뇌의 유연한 변화가 꼭 주어진 문제에 대한 행동적인 개선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한다. 달리 말하면 나쁜 습관은 좋은 습관만큼이나 빨리 우리의 뉴런을 파고든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지속해서 새로운 것을 학습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경험하지 않고 배우지 않는다면 우리의 정체성은 공허해질 것이다. 생각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처럼 현대인들은 편리한 기술 문명을 활용하면서도 언제부터인가 기술의 노예로 전락하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생각하는 것조차도 외부에 맡기는 존재가 되어 버렸다. 생각하는 동물이라는 의미의 호모 사피엔스는 사라지고 이제는 생각하지 않는 존재인 잉여물로 전락하고 말았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는 각종 사회적 생태적 문제는 우리의 노력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짐에 따라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점점 좁아지고 있다.

지구 생명체와 함께 인류의 멸종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저자는 인터넷과 스마트폰과의 거리를 두고 독서를 권장한다. 특히 스크린을 통한 독서가 아니라 종이책 독서는 시각뿐만 아니라 촉각까지 자극하며, 집중력도 증진할 수 있다고 말하며 종이책 독서를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우리의 밝은 미래 사회를 위하여 자신의 눈앞에 스마트폰이 아니라 종이책을 놓아보는 작은 습관의 변화가 큰 사회 변화를 유도한다는 것을 이 책은 제시해준다.

이환성

공학계 앤지니어로 10여년간 인간중심주의가 지배하는 현장에서 근무하면서 인문학에 목말라했다. 지금은 현장을 떠나 자유로이 독서와 함께 인문학에 빠져 있으며 철학과 공동체에 관심을 갖고 다른 삶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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