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적지혜연구소 공동저작 『돌봄의 시간들』

-도서출판 모시는 사람들, 2023년 7월 20일 발간
-저자(글) : 권범철김미정신승철이무열전형민이준용조기현조명아
-기획 : 생태적지혜연구소협동조합

*책소개

누구나 돌봐야 하는 사람-동물-사물이 있거나, 머지않은 장래에 나에게도 돌봄이 필요하다고 예감하며 살아가는 돌봄의 시대에, 돌봄의 다양한 얼굴-‘돌봄들’을 가시화하며, 편중이나 불평등을 해소하고, 생명력을 활성화하는 다양한 접근법을 담고 있다.

정동의 관점으로 돌봄을 이해함으로써, 누구나 돌봄의 주체가 되고 또 동시에 돌봄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놓는다. 돌봄에 대한 편향적, 편파적인 시각을 걷어내고, 번아웃이나 감정 파산을 야기하는 독박 돌봄을 방지하며, 국가나 사회적 돌봄이 미치지 못하는 돌봄 소외지대 해소를 기획한다.

절대돌봄(유년기)-자기돌봄(청년기)-서로돌봄(커플기)-배치돌봄(장년기)-절대돌봄(노년기)의 생애 전 과정에 걸쳐 사랑과 돌봄과 연대가 어우러질 수 있는 방안, 나아가 인류문명이 야기한 기후위기나 생명위기까지를 돌볼 근거와 방법을 모색한다. 돌봄의 현장성, 구체성, 다양성을 도외시하지 않으면서도 거기에 매몰되지 않고 미학화, 사회화하고 지속가능성과 확장가능성을 열어낸다. 이를 통해서, 다양한 돌봄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돌봄력’이 충만한 사회-세계를 기약하고 전망한다.

*출판사 책소개

-돌봄 속에서 자라나서, 돌보며 살다가, 돌봄 속에 죽는다
-누구나 돌봄의 주체이며, 누구나 돌봄의 대상

돌봄의 시대다. 어느 날 눈떠 보니, 우리는 그동안 숱하게 다양한 돌봄 속에서, 돌봄을 주고받으며 살고 있었다. 돌봄이 필요한 처지든 돌봄을 감당하는 경우든 우리 모두는 돌봄 문제에 직면해 있다. 하다못해, 누구나 자기돌봄을 필요로 하는 시대다. 최근 돌봄은 탈성장 전환사회의 마중물로 간주되거나, 거대한 기후위기에 대한 적응과 대응의 방법이거나, 정동을 순환시켜 커뮤니티를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활동으로도 간주된다.
전통적으로 돌봄은 여성의 일로 간주되어 왔다. 가정 내에서든 노동시장에서든 여성들이 주로 돌봄을 수행해 왔기 때문이다. 많은 개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돌봄의 헤게모니(hegemony of care), 즉 이상적인 돌봄자는 대개 중년의, 육아 경험이 있는, 여성으로 고착화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관념은 유효하지 않고 자의든 타의든 많은 부분 이미 파괴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대체할 돌봄의 철학, 사상, 양식, 제도가 자리 잡지 못한 데서 많은 현대사회의 비극이 발생한다.

자기돌봄에서 생명돌봄까지, ‘돌봄들’의 시대

사회학적으로 돌봄이 부각되는 시대 흐름은 돌봄이 사회화 되는 측면과 핵가족화 등으로 ‘개인’ 영역이 확장되면서, 개인에게 돌려지는 부담이 증가하는 측면의 양 측면이 공존한다. 돌봄과 관련하여 말하자면, 이제 본격적으로 개막된 포스트코로나 시대, 코로나19 팬데믹을 경유하면서 우리가 깨달은 진실은 우리가 서로 연결된 존재라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을 경유하여 우리가 도달한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가정/사회/지구는 ‘돌봄의 세계’이다. 돌봄 속에 태어나, 돌봄 속에 돌아가는 것이 인생이다. 이 인생의 기본요건을 충족하는 삶이 행복한 삶이다. 우리 세계는 생산과 성장 위주의 시대에서 돌봄 하기, 돌봄 받기의 시대로 이행하는 중이다. 거기에 값하는 윤리, 도덕, 철학, 사상, 상식과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인 까닭이다.
이처럼 우리 삶의 한가운데에는 다층적이면서도 필수불가결한 요소로서 돌봄이 순환하고 있다.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돌봄 부자도 있고, 돌봄의 소외에 직면한 돌봄 약자나 시민도 있다. 그런가 하면 돌봄으로 말미암아 번아웃에 빠져 허우적대는 사람도 있다. 이런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보편적으로 인간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돌봄을 주고받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의 생애주기에 따라 절대돌봄(유년기) – 자기돌봄(청년기) – 서로돌봄(커플기) – 배치돌봄(장년기) – 절대돌봄(노년기)으로 흐르는 돌봄의 이야기 구조는 우리 삶의 또 다른 궤적을 그려낸다.

독박 돌봄을 방지하고, 돌봄 소외를 소거한다

‘돌봄의 시대’에 돌봄은 사회 일각에서, 특정한 상황에 놓인 사람에 국한된 일이 아니다. 누구나 돌보거나 돌봄 받는 처지에 놓여 있는 일상적이며 보편적인 흐름이 되었다. 더 이상 시혜적이거나 예외적인 행위가 아니게 된 것이다. 정동(affect)이라는 활력과 생명력의 입장에서는 돌봄은 능동/수동이 아니라, 둘 다 강렬한 상호작용 속에 있게 된다. 돌봄의 생명력이 살아나는 것이다. 정동으로서의 돌봄을 발견하고 발휘하고 발전함으로써 우리는 돌봄을 받는 상황에서도 돌봄의 대상으로만 방치되지 않고 다시 타자를 사랑하고 돌보는 주체자로서, 타자와 연대할 수 있다. 돌봄에 종사하는 상황에서도 독박 돌봄에 갇히지 않고 사랑하고 돌보고 연대할 수 있다. 모두가 연쇄적인 돌봄의 관계망 속에 존재할 때 돌봄 관계를 일방향적인 관계로 규정하지 않게 된다. 이렇게 함으로써 돌봄의 정의와 평등, 돌봄의 지속 가능성, 돌봄의 돌봄까지를 내다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돌봄력’ 강화로 돌봄 지속가능성 사회로 간다

우리는 돌봄 없이 살 수 없다. 따라서 돌봄 없이 사회가 지속될 수 없다. 자기 스스로를 돌보고 서로 돌보는 관계를 회복시키지 못하는 위장 돌봄(Care Washing) 같은 복지 정책과 시장에서의 돌봄 상품을 내려놓고 생각해보자. 그러면 누구도 서로 돌봄 없이는 식의주(食衣住)와 같이 나를 살아가게 하는 생활을 혼자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또 공기, 물, 나무 등 자연의 돌봄 없이도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이 책은 돌봄에 대한 안이한 생각과 오해를 바로잡고 돌봄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 가야 하는 시대, 누구나 돌보아야 하고, 돌봄을 필요로 하는 시대를 여는 인문학적인 지혜를 담고 있다.

돌봄에 관한 9가지 정동적 시선

『돌봄의 시간들: 돌봄에 관한 9가지 정동적 시선』은 총 3부 9장으로 구성된다. 1부-1장은 사건으로서의 돌봄으로 ‘나’와 ‘나’ 사이에 일어나는 자기돌봄을 살펴본다. 1부-2장은 제도로서의 돌봄으로 한국사회의 제도가 돌봄을 어떻게 규정하고 제한을 두는지 살펴본다. 1부-3장은 관계로서의 돌봄으로 개인이 다양한 관계 내에서 주고받는 돌봄을 살펴본다. 2부-1장은 세대로서의 돌봄으로 최근 자주 언급되는 영 케어러에 대해 논의한다. 2부-2장은 젠더로서의 돌봄으로 돌봄의 젠더 불평등뿐만 아니라 교차성의 관점에서 젠더, 연령, 혼인 여부, 계층 등 확장된 돌봄자 스펙트럼을 소개한다. 2부-3장은 가치로서의 돌봄으로 사회구조의 기반에 있는 자본주의 시스템에 갇혀 있는 돌봄의 불평등, 부정의(不正義)의 문제점을 적시하고 시사점을 제시한다. 3부-1장은 지역과 돌봄으로 말 그대로 인간에게 필수불가결한 돌봄이 지역에서 돌봄 공동체로서 재구성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3부-2장 공유지(Commons)와 돌봄에서는 생태 위기를 시작으로 오늘날 한국사회에 ‘우리’라는 존재 문제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고, 이를 저지하는 게 무엇이 있을지 고민한다. 3부-3장은 가정과 돌봄으로 필자가 영 케어러로서 20대부터 30대인 현재까지 아버지 돌봄을 수행해 온 경험을 자전적이고 회고적으로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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