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픈 병실생활] ① 나 자신을 사랑하기까지 오랫동안

투병의 시간을 통과하며 비로소 나를 돌아보게 된 순간을 담은 시입니다.

몸이 굳어져 움직일 수 없었다

물속 느린 걸음이 멈추어 지고

레일 잡은 손에서

힘이 빠져갔다

수영장 동료들 부축으로

간신히 물 밖으로 나왔지만 고집을 부렸다

조금만 쉬면 돼

나 좀 내버려 둬

탈의실에서 가까스로 옷을 갈아입고

또 고집을 부렸다

조금만 쉬면 나아질 거야

날 내버려 둬

그 사이 얼굴 한쪽이 내려앉았나 보다

달려온 앰뷸런스

자꾸만 쏟아지는 잠결에

응급 대원이 계속 물었다

이게 몇 개예요

이름이 뭐예요

응급실에서 눈 뜨니

이유는 경미한 뇌출혈

일주일의 병원입원과 병실생활

가을과 겨울이 지나 새해 봄이 왔고

조깅을 시작했다

사십 대 초면 아직 젊지 하며

다들 회복이 빠르다고 했다

현업에 복귀해 과외 마치고 돌아오던 더운 날

뙤약볕 아래 발밑이 빙글빙글

당장이라도 주저앉을 듯

버스정류장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밭은 숨 내쉬며 일상도 멈추었다

분당 서울대병원

피검사 결과를 받아 들고 서야

실체를 마주하게 되었다

이름도 낯선 병명

흔히 불치병 혹은 희귀난치병

사람들이 물으면 니체가

매독이 아니라 이 병으로 죽었지 답했다

산정특례 대상이라는 것도

당시 병원에서 알려 주지 않았다

마비가 오기 전까지

식사도 휴식도 안중에 없이

스트레스 푼답시고 내 몸을 혹사했다

수 없이 보내온 몸의 이상 신호를 묵살하며

결국 나 자신을 사랑하지 않고서는

아니 나 자신에 대해 참 무관심 했구나

깨닫지 않고서는 알 수 없었던 그 시간들

몸이 굳어져 움직일 수 없었다. 사진출처 : rawpixel

다음 편은 나의 병실생활에서 빼 놓을 수 없는, ‘병실동지’ 선영언니에 대한 이야기다.

마이티

‘마이티’는 ‘힘센’이라는 뜻도 있지만,
내가 좋아하던 카드놀이의 이름이기도 하다.
나우누리 시절, 나의 아이디였다.

한살림 조합원 오 년 차.
녹색당원 육 년 차.
생태적지혜 연구소 조합원 이 년 차.

나는 스러지는 불처럼 살고,
흐르는 물처럼 글 쓰며,
상처입은 나무처럼 남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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