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굳어져 움직일 수 없었다
물속 느린 걸음이 멈추어 지고
레일 잡은 손에서
힘이 빠져갔다
수영장 동료들 부축으로
간신히 물 밖으로 나왔지만 고집을 부렸다
조금만 쉬면 돼
나 좀 내버려 둬
탈의실에서 가까스로 옷을 갈아입고
또 고집을 부렸다
조금만 쉬면 나아질 거야
날 내버려 둬
그 사이 얼굴 한쪽이 내려앉았나 보다
달려온 앰뷸런스
자꾸만 쏟아지는 잠결에
응급 대원이 계속 물었다
이게 몇 개예요
이름이 뭐예요
응급실에서 눈 뜨니
이유는 경미한 뇌출혈
일주일의 병원입원과 병실생활
가을과 겨울이 지나 새해 봄이 왔고
조깅을 시작했다
사십 대 초면 아직 젊지 하며
다들 회복이 빠르다고 했다
현업에 복귀해 과외 마치고 돌아오던 더운 날
뙤약볕 아래 발밑이 빙글빙글
당장이라도 주저앉을 듯
버스정류장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밭은 숨 내쉬며 일상도 멈추었다
분당 서울대병원
피검사 결과를 받아 들고 서야
실체를 마주하게 되었다
이름도 낯선 병명
흔히 불치병 혹은 희귀난치병
사람들이 물으면 니체가
매독이 아니라 이 병으로 죽었지 답했다
산정특례 대상이라는 것도
당시 병원에서 알려 주지 않았다
마비가 오기 전까지
식사도 휴식도 안중에 없이
스트레스 푼답시고 내 몸을 혹사했다
수 없이 보내온 몸의 이상 신호를 묵살하며
결국 나 자신을 사랑하지 않고서는
아니 나 자신에 대해 참 무관심 했구나
깨닫지 않고서는 알 수 없었던 그 시간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