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사회에서 다시 연결되는 법 -『코끼리도 장례식장에 간다』를 읽고

코끼리를 연구하는 연구자인 저자는 야생동물을 관찰한 결과, 야생동물의 세계에서도 의례가 존재하는 것을 목격한다. 동물들은 삶의 모든 면에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고 정교한 의례를 행하며, 이 덕분에 험난하고 복잡한 세상에서 기어코 살아남는다. 또한 야생동물과 인간이 공통으로 하는 의례 10가지를 소개하고, 이로부터 관계와 공존을 배울 수 있다.

주변을 살펴보면 우리 사회 곳곳에는 행해지는 의례들을 귀찮아한다. 하지만 이러한 의례들이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의 각 구성원을 이어주는 접착제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닐까? 코끼리를 연구하는 연구자인 저자는 나미비아의 에토샤 국립공원에서 코끼리를 비롯한 각종 야생동물을 관찰한 결과, 야생동물의 세계에서도 의례가 존재하는 것을 목격한다. 동물들은 삶의 모든 면에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고 정교한 의례를 행하며, 이 덕분에 험난하고 복잡한 세상에서 기어코 살아남는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또한 야생동물과 인간이 공통으로 하는 의례 10가지-인사 의례, 집단 의례, 구애 의례, 선물 의례, 소리 의례, 무언 의례, 놀이 의례, 애도 의례, 회복 의례, 여행 의례-를 소개하며, 이로부터 관계와 공존을 배울 수 있다고 말한다.

야생에서 발견한 의례의 세계

저자에 따르면, 인간이 더 발달하거나 우월한 존재라라는 생각은 그릇된 것이며 의례는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문화가 아니며, 오히려 야생동물로부터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면, 나이 많은 암컷 코끼리에게는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시간이 공정하게 주어지는 것을 목격했다고 한다. 즉, 코끼리들은 다른 코끼리의 소리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소리를 내지만, 인간이 말다툼을 벌일 때는 여러 사람이 동시에 목소리를 높이며 불협화음을 만들어내며, 흥분했을 때는 차례를 지켜 교대로 이야기하는 일이 불가능한 것이다. 또한, 인간만이 죽음을 애도하는 애도 의례가 있는 것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예를 들면, 코끼리나 돌고래, 침팬지도 장례를 치른다고 한다. 이들은 또한 사랑하는 누군가가 죽었을 때 인간처럼 시신을 옮기고 묻으면서 깊이 슬퍼하고 위로하는 의례를 행한다고 지적한다.

이 외에도 소리 의례를 살펴보면, 인간은 의사소통을 위해 언어를 발명하였는데. 이것을 두고 우리는 인간이 다른 동물보다 우월한 존재임을 확신하는 듯하다. 하지만 동물들은 인간보다 소리를 분별하는 능력이 뛰어나 언어 없이도 우리처럼 복잡한 작업을 해내고, 연합하고, 협력해서 사냥한다는 것이다.

케이틀린 오코넬 저, 『코끼리도 장례식장에 간다』 (현대지성, 2023)

동물들은 계절의 변화에 따라 주거 환경이 바뀌면 생존을 위해 여행을 떠나는 여행 의례를 행한다. 1만 2천 년 전부터 기후가 안정되면서 농경을 시작으로 정착 생활을 하게 된 인류는 여행하지 않게 되었다. 이에 따라 인간은 정신적·심리적 스트레스는 쌓여만 갔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 우리는 돈을 들여서라도 여행하기에 이르렀는데, 이처럼 여행 의례는 생각의 관점을 바꾸고 우리의 마음을 치유하는 소중한 것이기에, 여행을 사치스러운 것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이처럼 번잡하고 틀에 박힌 의례들이지만, 각종 의례를 중시해야 하는 이유는 인간은 첨단 기술이 발달한 오늘날에도 우리는 여전히 사회적 동물로 가족, 연인, 동료, 이웃, 심지어 낯선 사람과도 진정한 관계를 맺으려고 노력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결국 뿌리까지 거슬러 올라가 보면 인간의 마음은 결국 야생동물의 마음과 같기에, 야생동물의 의례를 탐구하는 과정은 결국 우리를 행복한 길로 안내하는 것이기도 하다.

인간은 여전히 사회적 동물

의례는 상호 간에 더 원활한 소통을 가능하게 하며, 서로를 잘 보살핌으로써 공동체를 단단하게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최근 우리 사회는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주변에서는 돌봄을 필요로 하는 노인 인구가 늘어나는 추세이며, 한편으로 다문화 가족이 늘어나면서 이들에 대한 교육적·문화적 차원의 돌봄이 시급하다. 이들에 대한 공식적인 돌봄 의례가 만들어지면 어떨까? 또한 우리 인류는 과학과 기술이라는 커다란 힘을 양손에 들고 있다. 이 힘을 이용하여 우리는 지구 생태계를 구원할 수도, 파멸시킬 수도 있다. 지구상에서 인류는 다른 동식물과 함께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되는 존재이기에, 지구 생태계를 구하는 것은 인류뿐만 아니라 지구상의 동식물 모두를 구원하는 것이기도 하다. 인류는 과학 기술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활용하여 인류를 포함한 다른 종들까지도 구할 수 있는 의례를 습관화해야 할 것이다.

이환성

공학계 앤지니어로 10여년간 인간중심주의가 지배하는 현장에서 근무하면서 인문학에 목말라했다. 지금은 현장을 떠나 자유로이 독서와 함께 인문학에 빠져 있으며 철학과 공동체에 관심을 갖고 다른 삶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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