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눈길을 끄는 책과의 만남 – 『책에 취해 놀다』 를 읽고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양 문화권에서는 인간관계를 매우 중시하는 풍조로 사물 또는 사람과의 ‘우연적 만남’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런데도 현재 우리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얼마나 많은 우연적 만남을 경험하고 있을까. 내가 책을 인터넷이 아니라 서점을 통하여 구입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우연히 눈길을 끄는 책과의 만남, 이것이야말로 심심하고 재미없는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자양제가 된다.

서양 철학의 근간이 인간 존재에 대한 물음이었다면, 동양 철학의 근간은 인간을 포함한 자연 전체와의 관계론이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양 문화권에서는 인간관계를 매우 중시하는 풍조로 사물 또는 사람과의 ‘우연적 만남’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런데도 현재 우리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얼마나 많은 우연적 만남을 경험하고 있을까. 내가 책을 인터넷이 아니라 서점을 통하여 구입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우연히 눈길을 끄는 책과의 만남, 이것이야말로 심심하고 재미없는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자양제가 된다.

김화성 저, 『책에 취해 놀다』 (생각의 나무, 2007)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책에 취해 놀다』는 헌책방에서의 우연한 만남의 결과물이다. 저자는 스포츠 기자 출신으로 이 책을 소개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예를 들면, 한국 사회는 ‘단일 민족’을 강조하는 경향이 강한데, 전 세계적인 고인돌 존재 경로의 연구를 소개하면서 우리나라는 ‘잡종 민족’이라고 말하며, ‘잡종 민족’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다.

“한민족은 분명 잡종이다. 여러 민족의 피가 마구 섞인 완전 혼혈이다. 그게 뭐가 어때서 난리인가. 문제는 핏줄이 아니라 돈이다. 돈푼깨나 있다고 동남아시아 사람들을 마구 무시한다. 돈 좀 있다고 조선족들을 사람 취급조차 하지 않는다.”

또한 저자는 지식인들의 만용과 위선을 지적하며 배우는 것은 자신을 낮추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말하며 권정생 선생과 장일순 선생을 그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권정생 선생의 말씀이 귓전을 때린다. ‘말은 하면 할수록 자꾸 문제가 생긴다. 말이 무슨 소용이 있나. 다소곳이 시골에 내려와 일하면 된다. 위대한 사람이 없는 세상이 정말 훌륭한 세상이다. 한여름 저 태양 속에 있는 감이 언제 뜨겁다고 하던가. 겨울에는 춥고 여름에는 덥게 사는 게 사람의 도리다. (중략)

장일순 선생은 논리를 펴지 않는다. 일의 흐름에 거스르지 않았다. 자신이 행한 일을 결코 드러내지도 않았다. 그는 늘 참된 인간적 가치와 그것의 사회적 실천을 삶의 지고한 가치로 삼았다. 인간은 동물이기에 속일 수도 버릴 수도 없는 자연의 속성이 있고, 인간은 동물이 아니기에 지켜야 할 덕성이 있다는 사실을 늘 염두에 두고 살았다.”

왜 우리는 두 분의 선생님처럼 살 수가 없을까. 오늘날 우리나라를 대표한다는 지식인들은 실천 없는 자신의 주의 주장만을 시끄럽게 남발하고 있다. 하지만 조용히 자신의 목표를 향해 험난하고 고된 길을 묵묵히 걸어간 멋진 인물이 있다. 바로 님 웨일즈의『아리랑』의 주인공인 김산-본명은 장지락-이 그런 인물이다. 김산은 11살 때 집을 떠나 34세 때 중국 공산당으로부터 일제 스파이라는 누명을 쓰고 처형당한 독립운동가였으며, 그는 어려운 시절 속에서도 시끄럽게 주의 주장만을 펼치지 않았다.

“나에게 환상이라는 것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 그렇지만 나는 사람에 대한 신뢰와 역사를 창조하는 인간의 능력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고 있다. (중략) 개개인과 집단들은 큰 소리로 고함을 지른다. 그러나 진실은 아주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되는 것이지 큰 소리로 얘기되는 것이 아니다.”

지금도 우리 사회는 일명 지식인이라고 하는 부류들이 매스컴을 통해 내뱉는 시끄러운 소리에 어지럽다. 언제가 되어야 평화로운 후천개벽의 시대가 도래할 것인가. 저자는 이 땅의 먹물들이 가장 낮아질 때 비로소 후천개벽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지적한다.

기자 출신다운 정곡을 찌르는 주장은 시대의 아픔을 느끼게까지 한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책에 취해 놀다』는 절판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제는 도서관 혹은 헌책방에서만 만날 수 있다. 이제 코로나로 인한 규제가 완화되었으니 주변의 서점 혹은 헌책방 나들이를 적극적으로 권한다. 혹시 아는가?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는 만남이 기다리고 있을

이환성

공학계 앤지니어로 10여년간 인간중심주의가 지배하는 현장에서 근무하면서 인문학에 목말라했다. 지금은 현장을 떠나 자유로이 독서와 함께 인문학에 빠져 있으며 철학과 공동체에 관심을 갖고 다른 삶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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