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와 의미 사이 : 놀이와 배움

아이들에게서 발현되는 재미있는 놀이와 이야기들은 교사의 관점에서 가치있다고 포착되는 배움의 장면에 대한 기록작업(documentation)으로 의미가 부여된다. 유치원 교실에서 재미와 의미사이는 아이의 놀이~선생님~시간~공간~노래~이야기~웃음~즐거움~재미~배움 등으로 서로 연결되고 얽혀 끊임없이 차이 생성된다.

“들뢰즈와 가타리의 ‘아이되기’ 개념은, 우리 모두가 고정관념을 버리고 아이들의 자유로운 상상력과 호기심으로 돌아가자는 제안을 담고 있다. 이것은 퇴행이라기보다는 역행(involution)이다. 아이로 돌아간다는 것은 유치해지는 것이 아니라 생명의 다채로운 상상력과 영감, 창조성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개념어사전 아이되기

나는 인생의 절반을 아이들과 함께 살았다. 아이들의 엄마로서, 교사로서, 원감으로서, 유아교육을 공부하는 학자로서 난 그 삶을 사랑한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삶을 사는 사람에게 행복한 점은 아이들의 상상력, 영감, 창조성을 늘 곁에서 지켜보며 나의 유년기로 역행하는 순간순간의 짜릿함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이다. 들뢰즈와 가타리가 이야기한 ‘아이되기’를 고민한다는 것은 교사로서의 놀이와 배움에 대해 사유하고 실천하는 운동과 실험과 연결된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매일 매일의 삶에는 재미있는 이야기와 놀이가 펼쳐진다. 그리고 그 놀이는 그 자체가 배움이며 교사는 그 배움을 관찰하고 기록하며 의미를 찾아주는 사람이지 않을까? 조금 더 욕망해본다면 세상 사람들에게 아이들의 놀이와 배움을 드러내 주어 그들의 마음에 그들 자신이 아이였을 때의 상상력과 영감, 창조성을 회복할 수 있도록 연결해 주는 사람이지 않을까? 나름의 바램으로 아이되기를 소망하는 누군가를 회복시킬 수 있는 놀이와 배움의 보따리를 풀어보려 한다.

아이들의 일은 놀이이다. 놀이 중에 재미있는 소재로 수수께끼가 있다. 아이들은 수수께끼를 좋아하고 재미있어하고 끊임없이 만들어 낸다. 선생님은 그들의 끊임없는 창조성에 말이 노래가 되는 음악되기로 연결시켜 본다.

수수께기 놀이

찬찬이: 선생님 4빼기 빼기 영은 뭘까요?

선생님: 글쎄. 뭘까?

찬찬이: 보세요(화이트보드에 글자를 쓴다)

찬찬이: 똥이에요 똥

▪말이 노래가 되다.

선생님: 찬찬아 너가 낸 수수께끼, 노래로 불러보렴.

찬찬이: 4(사)빼기 빼기 0(영)은 똥.

말을 읊조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장단이 표현되고, 몸의 움직임과 함께 리듬을 표현하고 말의 고저에 따라 멜로디를 붙여 부르면서 노래가 되었다.

짧은 노래가 긴 노래가 되다.

콩콩이: 이건 뭘까요?

콩콩이: 4(사)빼기빼기 0(영)은 똥, 4(사)빼기빼기 0(영)은 똥, 0(영) 1(일)이 만나면 똥똥이

선생님: 긴 노래가 될 것 같은데, 노래로 불러보면 어떨까?

유아들의 생각과 표현이 담겨진 다양한 노래가 만들어지다.

자유놀이시간에 있었던 찬찬이와 콩콩이의 재미있는 이야기를 전체 유아들과 공유한다. 찬찬이와 콩콩이의 똥노래를 들은 유아들은 재미있어하고 자신들도 똥노래를 만들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자기만의 악보를 만들어 볼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악보를 그려 친구들에게 노래를 소개하는 음악발표회를 하자고 제안한다.

(좌)3세 유아가 만들어 부른 악보 / (중)4세 유아가 만들어 부른 악보 / (우)5세 유아가 만들어 부른 악보
(좌)3세 유아가 만들어 부른 악보 / (중)4세 유아가 만들어 부른 악보 / (우)5세 유아가 만들어 부른 악보

아이들의 악보는 연령에 따라 차이가 나기도 하지만 악보를 그리는 상황과 맥락에 따라서도 다양한 악보와 노래가 만들어진다.

(좌)콩콩이 옆에서 악보를 그린 씩씩이 / (중)씩씩이 옆에서 악보를 그린 동동이 / (우)씩씩이 옆에서 악보를 그린 퐁퐁이
(좌)콩콩이 옆에서 악보를 그린 씩씩이 / (중)씩씩이 옆에서 악보를 그린 동동이 / (우)씩씩이 옆에서 악보를 그린 퐁퐁이

씩씩이는 자신이 만든 악보로 노래를 부른다. 4(사)빼기빼기 0(영)은 똥, 4(사)빼기빼기 0(영)은 똥, 4(사)빼기빼기 0(영)은 똥, 0(영) 1(일)이 만나면 똥똥이. 콩콩이가 표현하는 노래에서 재미있는 것은 세 번째 4(사)빼기빼기 0(영)은 똥을 아주 크게 부른다는 점이다. 동동이가 부르는 노래에는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씩씩이는 그림으로 표현한 이야기의 내용을 먼저 이야기 하고 ‘똥똥이이이’노래를 부른다. 이야기는 노래를 부를 때마다 바뀌기 때문에 가사로 옮겨적을 수 없지만 동동이는 늘 이야기를 먼저 소개하고 노래를 부른다. 그 모습을 보면서 판소리에서 ‘아니리’ 후에 ‘소리’를 하는 형식이 떠올랐다. 퐁퐁이의 노래는 왔다갔다 끝이 없는 노래이다. 도돌이표를 모르지만 퐁퐁이는 나름 끝나지 않는 노래를 만들어서 이 노래를 끝나지 않는 노래라고 이야기해주었다.

“배움은 단지 앎과 무지 사이의 중간단계, 무지에서 앎으로 이르는 그 활력에 찬 이행에 불과하다.”

질 들뢰즈, 『차이와 반복』(민음사, 2004) P.368

아이들에게서 발현되는 재미있는 놀이와 이야기들은 선생님에게 가치있다고 포착되는 배움의 장면에 대한 기록작업(documentation)으로 의미가 부여된다. 유치원 교실에서 재미와 의미사이는 아이~아이들~선생님~시간~공간~노래~이야기~웃음~즐거움~재미~배움 등으로 서로 연결되고 얽혀 끊임없이 생성된다.

* 다 다른 아이들, 다 다른 노래를 감상해보세요.

아이들이 만든 똥똥이 노래1
아이들이 만든 똥똥이 노래2

서풍

나의 이름은 서화니이다. 나의 이름을 누군가 받아 적을 때, 환희, 하늬, 하니 등으로 받아 적어 적잖이 난감하다. 재미있는 별명을 생각하면서 난감했던 상황이 떠올라 하늬바람의 뜻인 서풍으로 정했다. 더 재미있는 것은 하늬바람이 남풍도 동풍도 아닌 서풍이니, 우연이지만 이 얼마나 재미있는가?
‘하늬’는 뱃사람의 말로 서쪽이다. 따라서 하늬바람은 맑은 날 서쪽에서 부는 서늘하고 건조한 바람을 말한다. 습하고 무더운 ‘된마(동남풍)’에 상대되는 바람이다. 무더운 여름철에 부는 하늬바람은 말의 느낌만큼이나 실제로도 상쾌한 느낌을 주는 바람이다. 나도 누군가에게 상쾌한 느낌을 주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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