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논쟁에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최근 기후운동진영 내에서 불거진 전기요금 논쟁의 주요 논점을 짚어보고, 에너지 전환과 전기화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전기요금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올바른 전기요금 책정을 위해 필요한 제도적 요건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알아본다.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논쟁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으로서 전기요금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지난 연말 한전은 예상되는 30조 적자를 이유로 2023년 1분기 전기요금을 kWh(킬로와트시)당 13.1원을 인상하였다. 한전 입장에서는 비싼 연료를 사용하는 만큼 전기를 생산하면 할수록 적자가 나는 구조이기 때문에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호소하였다. 전문가들 역시 기후위기 대응 측면에서도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분을 반영하여 요금을 인상하여야 한다고 지적하였다. 그래야만 연료비가 거의 없는 재생에너지로의 전환도 빠르게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전체 전기사용 비중이 15%에 불과한 주택용 요금까지 인상하는 것이 수요조절에 기여하는 바가 낮고, 전기화 과정에 부담을 줄 뿐만 아니라 기후운동이 서민층의 이해관계와 멀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기도 하였다. 2021년 12월, 환경보건시민센터의 조사1에 따르면 기후위기를 체감하는 응답자가 89.2%에 달했고, 기후정책 추진에 따른 불편함을 감수하겠다는 의향도 88.5%에 달했지만 전기요금 인상에 대해서는 과반인 55.2%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응답하였다. 불편을 감당하겠다면서도 전기요금과 같이 직접 내 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은 선뜻 수긍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림1] 전기요금의 구조를 도식화한 그림.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

탄소중립정책의 핵심이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의 87%를 차지하는 에너지 부문의 전환이라는데 대해서 이견을 달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에너지 부문의 전환은 생산과 소비 측면에서 두 가지 전략으로 나뉘는데, 하나는 에너지 생산에서 재생에너지를 통한 전력 생산이고, 다른 하나는 전기화를 통해 에너지 소비를 화석연료에서 전기에너지로 바꿔나가는 일이다. 내연기관 자동차를 전기차로 대체하거나 가스렌지를 전기렌지로 바꾸는 방식이 전기화의 한 예이다. 전기화가 되어 전기사용이 증가하더라도 에너지 믹스에서 재생에너지 비율이 탁월하게 높아진다면 에너지 부문의 대규모 탄소감축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전기화와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국가 온실가스 감축 전략의 핵심이 된다. 그렇다면 에너지 전환과 전기화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전기요금은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까?

예고된 험난한 길: 연료비 연동제와 민간발전사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에는 몇 가지 정책 개입이 필요하다, 기업이나 개인이 기후변화를 생각해서 모두가 스스로 행동을 바꾸지는 않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사업자에 대한 지원이 필수다. 그린뉴딜에서 강조하는 재생에너지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와 보조금 지원 외에도 우리나라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는 FIT(발전차액지원제도)나 RPS(일정비율 이상 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와 같은 규정이 그러한 정책개입의 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적 요인이 전기요금에 주는 영향은 크지 않다. 다만 지원제도나 의무공급제도는 재생에너지 발전사의 전력시장 진입 장벽을 낮추어 재생에너지 활성화에 기여하였다. 최근 한전적자 소식은 연료비 연동제를 다시 소환하면서 국제 시장의 연료비를 반영한 전기요금 현실화 논의를 부추켰다. 한전에 전력을 판매하는 민간발전사(LNG)의 경우 연료비를 반영하여 판매하다 보니, 높은 도매가(SMP, System Marginal Price, 전력시장가격)가 형성되었는데, 소매가인 전기요금은 연료비를 반영하지 못해서 한전의 적자폭이 커진 셈이다.[그림2]

[그림2] 전력거래소 SMP가격 추이(제공=전력거래소)
[그림2] 전력거래소 SMP가격 추이(제공=전력거래소)

다만 한전의 자회사들은 2008년부터 정산조정계수를 도입하여 한전과 적자를 나눠지고 있는 구조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공공발전노조 입장에서는 민영화되고 있는 전력생산 구조가 전기요금 인상의 배경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그림3]와 [그림4]를 비교해보면 화력발전소의 경우 발전량의 규모와 달리 유연탄에 비해 LNG에 대한 전력거래금액이 크게 증가된 것을 알 수 있다. 2010년에 비해 2020년 LNG 민자발전의 설비용량은 두 배 이상 늘었다. 석탄발전은 공기업이 92.7%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재생에너지 발전은 민간에서 89%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탄소중립 과정에서 민간기업의 이익문제로 민영화 논란이 거세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2

[그림3] 연료사용량기준 에너지원별 발전량, 전력거래소 〈발전설비용량〉 (자료다운로드 2023. 3. 21)
[그림3] 연료사용량기준 에너지원별 발전량, 전력거래소 〈발전설비용량〉 (자료다운로드 2023. 3. 21)
[그림4] 연료원별 전력거래금액 (전력통계정보시스템, 다운로드 2023.3.21)
[그림4] 연료원별 전력거래금액 (전력통계정보시스템, 다운로드 2023.3.21)

민영화의 길은 이미 예고된 고난의 길이었다. 2009년 이명박 정권은 민영화의 길을 터줬고, 집단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사업에 많은 민간사업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이 상황에서 민영화를 중단할 여지는 크지 않아 보인다. 연료비 인상요인이 거의 없는 태양광과 풍력발전은 국제 연료시장의 변동에 영향을 받지 않으니 일정 수준의 SMP+REC가 유지된다면 오히려 재생에너지의 시장 경쟁력은 좋아질 것이다. 장기적으로 전기요금 인상을 통해 재생에너지 시장이 확대될 수 있다면, 향후 한전의 적자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재생에너지 구매가 바람직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2023년 한전은 RPS 구매율을 오히려 낮춰 잡고 있어서 그 배경에 의구심이 든다. 늘어난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들은 한전이 구매하지 않을 경우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없기 때문에 고이자율 시대 대출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게 되고, 이는 재생에너지 사업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정책의 지속성 측면에서 이를 보완할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민영화로만 비판하기에는 아쉬운 면이 있는 것이 전력구매계약(PPA) 제도이다. 이러한 제도 덕분에 태양광을 통해 남는 전력을 이웃간 거래하는 사업도 등장하였다. 이와 같이 전력산업이 다각화되고 전력시장이 강화되고 있음은 재생에너지 시장의 빠른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본다. 다만 전기가 가진 공공적 성격을 반영하여 전기산업기반기금(전력기금)을 확대함으로써 민간사업자의 수익이 공공의 이익으로 환수되도록 하거나, 주민이익 공유제를 적극 활용하거나, 공공의 이익을 대변하는 거버넌스로서 공공요금위원회3를 만드는 등 여러 가지 대안들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에는 전기요금을 전기세로 부르는 사람들이 많았다.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기관에 경비를 조달하는 목적으로 거둬들이는 세금과 유사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전기세는 잘못된 용어이다. 개인의 필요에 따라 쓴 만큼 ‘요금’을 지불하는 것이다. 전기요금을 적게 내기 위해서는 에너지 효율제품을 선택할 수 있고, 스스로 전기를 적게 쓰기 위해 노력할 수 있다. 그만큼 시장창출이 가능한 상품인 것이다. 반면 전기는 가격 탄력성이 낮은 필수재이자 누구나 접근 가능하도록 국가가 관리하는 공공재적 성격이 있음은 분명하기 때문에 시장의 논리만을 적용해서는 안 되고,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의 적용과 요금 인상에 따라 어려움에 처할 사람들을 위해 공공이익 환수조치로서 기금을 확보하여 저소득층에 대한 전기요금 지원이 시행되어야 한다.

더 빨리 에너지 전환을 이룰 수는 없나?

전기는 물 흐르듯 흘러가긴 하지만 불용된 부분을 떼어서 없애거나 저장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전력망에 들어오는 생산량과 사용되는 소비량이 일정 수준에서 균형을 이루어야만 주파수(60±0.2Hz)가 일정하게 유지될 수 있다. 따라서 생산량과 소비량에 대한 계획적인 운용이 필요하다. 이러한 이유로 전기의 생산과 판매는 철저히 계획 하에 이루어진다. 특정 계통망으로 유입되는 전기가 너무 과하게 되면 정전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발전소를 멈추게 하기도 한다. 제주도에서 풍력발전소가 출력제한에 걸린 것이 그러한 예인데, 지난 5년 간 290일이 넘게 풍력 터빈이 멈춰야 했다. 전국적으로도 재생에너지 비중이 20%를 넘어가면 과잉공급으로 출력제한이 빈번해질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4 전기가 부족하지 않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의 간헐성과 최저 예비율을 고려하여 생산을 해야 하는데, 오히려 과도한 생산으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일반인의 상식에 기반하여 보면, 생산증가 속도에 맞춰 계통망의 개선(양방향 케이블 등)이 빨리 진행되어야 하지만, 여전히 대규모 ESS(저장장치)나 지역특성을 반영한 소규모 (마이크로) 그리드를 구축하기 전이라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속도가 더딘 상황이 답답하기만 하다. 그렇기에 분산형 전원을 위한 ESS와 마이크로 그리드 등 공기업을 포함한 재생에너지 투자규모의 확대에 적극적으로 요구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정부와 산업계에 지속적인 RE100 요구를 해 나가야 함은 두말 할 여지가 없다.

기후변화와 전기화 속도전

이런 상황에서 탄소중립의 두번째 핵심전략인 전기화를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다른 에너지원의 온실가스 배출계수를 생각했을 때, 재생에너지 기반의 전기화는 우리가 가야할 분명한 길이다. 그러나 전기화의 시점과 수준은 고려해야 할 요인들이 많다. 예를 들면, 아무리 전기차를 보급하고 싶어도 배터리와 반도체 수급이 원활해야 하고, 철강산업의 탈탄소 계획이 예정대로 진행되어야만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다. 또한, 충전기 사업자에 대한 이익구조가 있어야 더 많은 충전시설이 설치되어 사용자의 편익이 보장될 수 있다. (개인의 자산인 전기차보조금보다는 탄소세와 충전기 사업에 대한 지원이 장기적으로는 더 필요한 지원이라고 본다.) 규제적 효과로 작동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이 에너지효율화를 견인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전기화를 통해 하나의 에너지원에 의존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에너지 취약성도 고려해야 한다. 기후변화의 심화로, 적응문제가 더 피부로 와 닿을 예정인데, 전적으로 전력에만 의존해야 하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력수요가 피크에 닿을 경우에 더욱 그러하다.

올 초에 발표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2~2036)〉은 2036년 최대전력수요를 118GW에 이를 것으로 본다. 2030년을 기준으로 109GW인데 과거 7차 전력수급계획이 113GW를 전망했다가 8차 전력수급계획에서 이를 대폭 줄여서 101GW로 수요예측을 변경했던 것에 비해 다시 증가 전망을 내놓은 것이다. 이에 따라 설비규모는 더 늘어나게 되고 더 많은 LNG발전소를 추가할 때마다 탄소중립시점은 늦어질 것이다.

[그림5] 최대전력수요 전망 (데이터 출처: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그림5] 최대전력수요 전망 (데이터 출처: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석탄발전소를 가장 빠르게 닫는 방법은 전기수요 자체를 억제하는 일인데, 기후적응 분야를 고려했을 때, 피크 전력이 낮게 유지될 확률은 점점 낮아진다. 2023년 3월 20일, IPCC는 2030년대 초반 지구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에 비해 1.5도씨를 넘어설 것으로 발표했다. 더 많은 피해를 가져올 것이 분명한 1.5도씨 임계점을 넘게 되면 우리의 예상을 넘어선 기후재난들이 발생할 것이다. 홍수와 가뭄, 폭염과 혹한이 널뛰기를 할 때마다 전기수요는 폭증할 것이다.

그래서 전기요금은?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 감축목표를 세워두고도 1/3의 시간이 지났지만 10% 감축에도 근접하지 못했다.5 재생에너지 발전설비가 확보되어야 재생에너지의 비중을 늘릴 수 있는데, 재생에너지 사업의 확장은 일정부분 수익구조에 기반한다. 공기업이 대규모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할 경우 전기요금은 일정부분 낮게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민간의 참여를 둔화시킴으로써 재생에너지 시장 활성화에는 어려움이 발생할 것이다. Chat-GPT의 등장을 필두로 과거보다 데이터 센터 확대 등 전력수요가 분명 확대될 것인데, 전기요금의 인하는 오히려 전기사용의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요금의 인하가 가져오는 편익보다 요금의 인상이 가져오는 장기적인 편익이 높아 보인다. 특히 전기에 의존적인 삶의 방식이 인류의 지속가능성에 기여할 것 같지 않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전기요금 인상 논쟁에서 우리가 잠시 내려놓은 것이 바로 우리의 삶의 방식에 철저한 반성이 아닐까.

생태계가 주는 서비스, 즉 자연의 혜택이나 신뢰와 협동에 기반하는 사회적 자본을 활용하기보다는 더 많이 인터넷과 AI, 데이터에 의존하는 삶이 당연한 것으로 인식된다면 우리의 삶을 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리하여 인류의 지속가능성에 바람직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면, 전기요금 인상과 물가를 분리하여 일정부분 감내하는 것이 빠르게 재생에너지 확대와 기후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길이 아닐까.


  1.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38030#home (중앙일보 인터넷판, 2022. 1. 4)

  2. 남태섭, “전력시장의 우회적 민영화 비판과 대안”, 〈이슈와 대안(2022.12)〉 에너지경제연구원

  3. 미국의 공공요금위원회 (Public Untility Commission) 성격

  4. 현재는 재생에너지 비중이 5% 수준이기 때문에 전국적인 차원에서는 제주도와 같은 상황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음. http://www.energycenter.co.kr/news/articleView.html?idxno=1833

  5. 2020년 온실가스배출량 6억 5600만 톤 (2018년 7억2700만톤 대비 9.5% 감축), 2021~2022년 온실가스 배출량 잠정값은 오히려 더 증가된 것으로 파악됨.

박숙현

지속가능시스템연구소장으로 지속가능발전과 환경정책, 기후변화, 리질리언스 등 우리사회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정책에 관심을 가지고, 사회생태시스템 분석틀을 적용한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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