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그린 그림] 좀비 바이러스

좀비라는 실체가 도시를 배회하고 있다. 창궐하는 좀비 바이러스의 병원체는 분노, 증오, 혐오이다.

좀비라는 실체가 도시를 배회하고 있다.
갈기갈기 찢어발기는 훼손된 신체들
아스팔트 위로 선혈이 낭자하다.

세계의 도시마다
창궐하는 좀비 바이러스

병원체는 분노 증오 혐오
감염 경로는 SNS
감염 속도는 5G급

세계보건기구는
좀비 바이러스에 걸린 자들에 대해
즉각 살처분을 명령한다.

도시마다 계엄령이 선포되고
중무장한 군인들이
대대적인 인간 살처분을 실행한다.

생매장을 위해 포크레인으로 땅을 파자
대지를 뚫고 나와 질주하는 돼지떼
아프리카를 향해 쓰나미처럼 밀려간다.

얼굴 없는 코끼리
얼굴 없는 코뿔소
얼굴 없는 광우병 소

피부 없는 악어
피부 없는 밍크
피부 없는 여우

유기견
길고양이
동물원에 갇힌 동물들까지

고통으로 점화된
거대한 불덩어리에 합류한다.

이글거리는 분노의 파동
파열하는 아프리카
흔들리는 지축

학대받고 착취당한 불덩어리가
가이아의 자궁 속으로 침잠하여
마그마와 통섭하며 팽창하니
지구에 존재하는 화산들이 일제히 폭발한다.

bang!

그제야
온 인류가
모든 생명체가
하나로 녹아내려
액체 공동체가 된다.

시밥

시가 밥이 되고
밥이 시가 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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