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욕망을 공유합니다』] ①마을공동체와 대안교육이 키워내고 싶은 사람

우리가 이들에게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능력이 아니라 이들이 가진 ‘욕망’이다. 각자도생과 안정을 추구하라고 압박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이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고, 타인을 돕고자 한다.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고 싶어 하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고 싶어 한다. 이들의 욕망은 특이하다. 우리는 이들에게 ‘특이점청년’이라는 이름을 붙여보았다. 『우리의 욕망을 공유합니다』(2020, 도서출판 한 살림)에 담긴 특이점청년 이야기를 소개한다.

우리는 이들에게 무엇을 원하는가

자식이 성공적인 삶을 살기를 바라지 않는 부모는 없다. 하지만 무엇이 성공한 삶인지 누군가 묻는다면 쉽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세상은 너무 바쁘게 돌아가고, 할 일은 많고, 매일 터지는 이슈만 따라가기에도 벅찬 마당에 “무엇이 진정한 성공인가? 무엇이 진정한 행복인가?” 이런 본질적 질문은 한가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가 근본적인 질문을 멈추는 순간, 질문을 서로 나누지 않게 되는 순간, 세상은 우리를 그냥 두지 않는다. 누군가는 샀던 아파트가 몇억이 올랐고, 주식은 또 어떻게 대박이 났으며, 어떤 차를 새로 샀고, 애들은 어느 학원에 다녀서 성적이 얼마나 올랐고, 그래서 어느 명문대에 갔으며, 그 결과로 어느 번듯한 직장에 들어갔는지 등등…

우리가 통속적 성공 기준에 붙들려 있을 때, 특히 붙들려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도 못할 때, 우리는 자연스럽게 우리 아이들에게 통속적 성공 기준을 요구하게 된다. “좋은 대학에 가라, 대기업 가거나 공무원 돼라. 결혼하고, 애 낳고, 집 사야지.” 우리는 우리 아이들을 사랑하고, 그들의 불행을 원치 않기 때문에 우리가 붙들려 있는 통속적 성공을 자식도 이루어내길 원한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성공과 우리 아이들이 생각하는 성공 기준은 다를 수 있다. 우리가 원하는 성공 기준을 우리 아이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워한다면, 쉽게 이야기해서 공부를 잘 안 하고, 부모를 속물 취급하고, 부모와 이야기하는 것을 끔찍해한다면, 아이들의 철없음과 세상물정 모름을 탓하기 전에 내가 생각하는 성공과 행복이 무엇인지 먼저 성찰하는 게 올바른 순서일 것 같다.

어느 평등부부의 바람

아이들에게 경쟁보다 협력,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가치를 전해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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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경쟁보다 협력,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가치를 전해주고 싶었다.
사진 by pixabay

50대 중반을 넘어선 현영, 갈숲 부부는 성미산마을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2001년부터 20년 가까이 성미산마을에서 활동해왔다. 2002년 공동육아 참나무 어린이집과 2004년 대안학교인 성미산학교를 만드는 데 함께 했고, 그 뒤로 현영은 성미산학교에서, 갈숲은 성산동과 마포 지역 단체에서 활동을 해왔다. 2008년 보건복지부로부터 평등부부상을 수상하기도 한 이 부부는 아들도 공동육아와 대안교육을 통해 키웠다. 현영은 마을에서 공동육아와 대안교육을 통해 아이들을 키운 이유로 우선 아이들이 즐겁고 행복하길 원해서였다고 이야기한다.

현영은 또 아이들에게 경쟁보다 협력,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가치를 전해주고 싶었다고 한다. 이들이 생각하기에 경쟁 교육은 득보다 실이 많다. 경쟁은 개성 존중과 다양성 인정을 어렵게 만든다. 한정된 목표를 두고 다수의 사람들이 달려가는 것이기에 개개인의 특성과 속도가 존중받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타인에게 도움을 주기보다 앞서려는 마음이 들기 쉽고, 그러다 보니 사람에 대한 폭넓은 신뢰가 형성되기 어렵다. 아이들이 자기 자신으로서 존중받지 못하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적을 때 행복하기는 쉽지 않다. 결국 이렇게 성적이라는 획일적인 기준을 위해 경쟁하지 않을 때 아이들이 자기 주도적으로 자신의 흥미를 찾아갈 수 있지 않겠느냐고 현영은 이야기한다.

갈숲은 아들을 대안학교에 보냈을 때 자기 일을 주도적으로 판단하고, 어떤 문제에 부딪치면 적극 나서서 해결하려고 하고, 그 문제 해결을 위해 스스로 조직하는 사람이 되길 원했다고 이야기한다. 지역활동을 하면서 수많은 문제를 겪어왔고, 좋은 마을, 좋은 사회를 만드는 것은 문제 해결의 연속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이들 부부는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복잡해진 지금 사회에서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개인 능력이 아닌 소통과 협력의 힘이라는 것을 현영이 덧붙인다.

무엇이 다른가

물론 이들의 바람이 아이들에게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삶의 형태를 강요하는 어른의 욕심 아니냐는 비판을 할 수도 있다. 마을이나 대안학교에서 아이들을 키우면서도 긍정적이지 못한 태도로 아이들에게 부담을 주거나, 아이들과 충돌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대안학교 아이들 중 부모의 과도한 경험 강요와 진로 선택 압박에 힘들어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냥 지나가는 말로 “요즘 그림 그리는 거 재밌더라.”하면 바로 입시미술학원을 알아보는 부모님 때문에 무서워서 뭘 좋아한다는 말을 못 한다는 아이도 있었다. 이런 경우 부모는 “아이들이 하고 싶다는 건 다 시켜주겠다는데 왜 아무것도 안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 하지만 아이들은 ‘좋아하는 걸 시작하면, 바로 그걸로 평생 먹고 살아야 하나?’하는 부담감에 오히려 자신이 흥미 있는 일을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하지 못하겠다고 한다. 이런 아이들은 “뭐 하고 싶니?”가 가장 스트레스 받는 말이라고도 하고, 하고 싶은 일을 빨리 찾아야 할 것 같은 조바심이 난다고도 이야기한다.

또 아이들에게 지나치게 성숙하고 도덕적인 태도를 강요하거나, 또는 아무런 가치 기준을 제시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부모의 태도가 두 극단에 가 있는 경우인데, 첫 번째 경우에는 아이들의 이중적인 태도나 심각한 수준의 반항을 불러오는 경우가 잦다. 두 번째 경우는 아무리 허용적인 부모라도 아이들에게 허용되는 것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어서, 아이들은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메시지와 갑작스러운 금지 사이에 혼란을 겪게 되는 경우가 많다. 바람직한 태도는 부모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아이들에게 충분히 전달하되, 최종 선택은 아이들에게 맡기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현영·갈숲 부부의 태도는 이런 면에서 의미가 있다. 그들은 자신의 아이와 성미산마을, 학교 아이들에게 자신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말과 행동으로 전달하려 노력해왔다. 하지만 결국 선택은 아이들 몫이다. 많은 부모들이 자신의 성공 기준을 자식들에게 강요하는 것과는 달리 이들은 ‘정해진 성공의 길은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아이들을 대하는 다른 태도를 만들어낸다. 우리는 그 태도를 ‘아이들에 대한 존중’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그러면 과연 성미산마을과 성미산학교 아이들은 이들 부부의 바람처럼 자라 주었을까? 현영은 아이들이 인권 의식, 생태 의식, 다양성 존중 등 기본 소양은 갖추고 있다고 평가한다. 인간에 대한 믿음이 있기에 사람들을 부정적으로 보기보다, 긍정적으로 보려 한다. 일을 해도 혼자 하기보다 함께 도모해서 뭔가 하려고 하고 서로 챙겨주고 돌보고 배려한다. 현영은 아이들이 사람들과 다른 생물들을 대하는 남다른 감수성을 갖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물론 “이러한 주관적인 느낌들을 근거로, 마을과 대안학교가 아이들을 잘 키워내고 있다고 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 가능하다. 그래서 우리는 마을과 대안학교 출신 청년들이 느끼는 공동체 이야기를 더 들어보려 한다.

권희중, 이호찬, 신승철 공저 『우리의 욕망을 공유합니다』(2020, 도서출판 한살림) 중 일부 발췌한 글입니다.

심순

타고난 과격한 성격을 고치고 착하게 살아보고자 심순(心淳)이라는 별명을 지었다. 하지만 아직도 수시로 버럭과 반성을 반복하며 살아가고 있다. 언젠가 마음의 평화를 얻는 것이 인생의 목표다.

호찬

미안해하지 말고 고마워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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