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세상으로의 대전환 – 『포스트 성장 시대는 이렇게 온다』를 읽고

포스트 성장 시대에 대한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GDP의 모순, 자본주의, 경제적 성장과 한계, 행복과 건강, 사랑과 엔트로피, 은유와 경제의 스토리텔링, 노동과 몰입 등 다양한 주제를 말해 본다. 저자는 현재의 삶에 만족하며 더 행복한 삶을 추구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집은 현재 자리에 있다'는 틱낫한의 말과 같이 포스트 성장 시대는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직접 만들어 나가야 하는 것이다.

정부가 1회용품 규제를 완화했다. 지금까지 힘들게 유지해오며 사람들의 인식과 생활 방식의 변화를 이끌어왔었는데, 갑자기 없던 일로 만들어버렸다.

‘과거 일회용품 사용 규제를 일률적으로 강제하지 못했던 것은 실제 효과에 비해 우리 사회가 치러야 하는 비용이 너무 크고, 그 비용의 대부분을 소상공인, 자영업자가 짊어지는 구조였기 때문(임상준 환경부 차관/지디넷코리아)’이라며 시민의 자발적 참여로 정책을 바꾼다는 발표가 있었다. 이제야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던 일회용품 규제의 갑작스런 완화는, 친환경 제품을 생산하던 생산업자와 실천을 행하며 노력하던 시민들에게 큰 실망을 안겼다. 규제 완화 이유를 말하고 있지만, 결국 플라스틱 생산은 다시 늘어나고 말뿐인 자발적 참여 유도는 우리를 다시 뒷걸음질치게 만들 것이다. 물론 과거에 비해 많은 사람들의 인식이 변했고 노력도 많이 하지만, 정착되기에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다.

조금의 불편을 참지 못하고 편함을 추구하고, 쉽게 사용하고 쉽게 버릴 수 있는 사회, 항상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소비를 부추기며 부를 쌓아가는 기업들, 이를 묵인하고 이용하는 정부. 그 안에 지구와 인간 삶의 공간에 대한 안위는 쉽게 보이지 않는다.

『포스트 성장 시대는 이렇게 온다』(팀 잭슨)는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자본주의와 번영, 자연 환경, 권력 등에 대해 여러 인사들의 이야기를 인용하며 우리가 앞으로 나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에게 경제성장이란 무엇일까?

팀 잭슨 저 『포스트 성장 시대는 이렇게 온다』(산현재, 2022)

각국의 부의 상징처럼 느껴지는 GDP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가 무엇일까. 경제적 물질적 가치를 그 심사대상으로 하며, 그 외의 사회 불평등. 예술. 무급 노동의 기여. 돌봄 등 숫자로 계산할 수 없는 것들은 대상에서 빠져있다. 단지 수치화할 수 있는 물질만이 그 사회를 판단하는 척도가 된다면 그것이 정말 올바른 판단이라고 할 수 있을까. GDP는 삶을 가치있게 만드는 것을 빼고 모든 단순히 물질적인 가치(유해하든 무해하든)만 중요시할 뿐이다.

‘우리는 순전히 물질적인 것들을 축적하는 데 개인적 탁월함과 공동체성을 양보해온 것처럼 보입니다.(43p)’ 켄자스 연설에서 성장의 신화를 강하게 비판하던 로버트 F. 케네디는 세 발의 총탄에 사망했다.

자유시장경제를 옹호한 미국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은, 영국에서 한창 마가렛 대처가 집권하던 시기, 미국에서는 로널드 레이건이 대통령 출마 선언한 해에 ‘기업이 하는 일이란 돈 버는 일’이라는 악명 높은 발언을 남겼다. ‘기업의 일은 사회적 책임과 무관하다는 것’이었다.(54p)

실제로 그의 말처럼 자본주의는 끝없는 물질의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윤을 남기기 위해 노동자와 대립하고, 사람들에게 새로운 욕구를 부추기며 계속해서 소비를 자극한다. 일부 선진국들의 마르지 않는 화수분처럼 그들은 지난 역사 속에서 자신들이 독점해온 지구의 자원을 아낌없이 소비하며 부의 차이를 벌렸다. 그러나 기업의 성장주의로 경제 활동이 대규모로 커지면서 생태계가 파괴당하고 금융이 취약해지며 사회가 불안정해지자, 노동자들의 임금을 줄여 이윤을 보전했다. 그리고 녹색 성장을 외치며 또다시 경제성장을 외치고 있다. 지금보다 더 나은 과학 기술, 더 좋은 효율성을 따지며 성장을 말하지만, 그 성장을 위해 소모되는 시간과 자연의 파괴, 노동자들의 삶의 가치 손실은 교묘히 말하지 않는다. 오로지 이윤과 성장만을 추구하고 숫자로 측정할 수 없는 가치를 무시하며, 자신들의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한 행동이 계속된다면, 자연의 파괴와 빈부의 격차, 불평등, 지구와 인간의 삶의 문제를 없애지 못한다. 더불어 더딘 변화로 지금 닥친 지구의 문제는 점점 더 깊어지기만 하고 있다.

‘빈부격차가 큰 국가 안에서 고통받는 것이 최빈층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불평등은 모두에게 영향을 끼친다. …불평등한 상황에서는 사회 전체가 덜 행복해진다.’(103p)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우리는 지구와 인간이 함께 살 수 있는 방향을 잡았다.

‘숲 지붕’은, 문자 그대로는, 기후를 안정시키고 토양을 개선하며 자신들에게 의존하는 사람들의 생계를 지켜주는 나무의 깊은 뿌리와 보호엽을 뜻한다. 하지만 은유적으로는 미래를 위해 행동에 나설 힘을 상징한다. …투자는 미래를 위한 우리의 행동인 것이다. (240p)

잠시 인간의 활동이 멈춘 때 우리는 지구의 신비로운 생명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맑은 하늘을 보았고 한결 숨쉬기 편안한 공기를 맛보았다. 예전 조상들이 항상 보고 살았을 자연을 보았고 힘차게 하늘과 바다를 내달리는 수많은 지구의 이웃들을 볼 수 있었다. 잠시 인간이 활동을 멈추고 집안에서 숨죽여 지내던 때였다.

‘유럽인들이 이곳에 오기 전까지 케냐인들은 나무를 판매 가능한 것으로 인식하지 않았다. 그런 것으로 목재를 바라보지 않았다. 코끼리를 보며 상업용 상아 재고를 떠올리지 않았고. 치타를 보며 아름다운 가죽을 생각하지 않았다.’-왕가리(229P)

왕가리는 자신의 아름다운 케냐의 고향을 떠난 뒤, 다시 고향으로 돌아갔을 때 인간의 욕심 때문에 망가진 자신의 고향을 보았다. 긴 시간 그곳은 결코 그녀가 떠났던 시절로 돌아갈 수 없었다. 자본주의는 이윤을 위해 계속된 물질 소비를 추구하고 사람들의 욕망을 자극해 새로운 소비를 부추긴다. 그리고 그 소비를 위해 지구의 자원을 낭비한다. 낭비된 자원은 결코 처음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없다.

‘인간의 신중한 행동에는 미래를 위해서 현재의 물질적 자원을 상당히 포기하는 행동도 포함된다. 우리는 내일의 보상을 위해서 오늘의 소비를 희생하는 것이다.(234p)

코로나바이러스를 겪으며 우리는 지구에서 함께 사는 자연과 인간의 유일한 생존 터전에 대해 깊게 생각하게 되었다. 정부와 기업은 녹색 성장을 외치며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고 있다. 그러나 기업들이 녹색 성장을 외치며 성장의 방향에 정당성을 붙이지만, 결국 미래에 사용할 자원을 계속적으로 소비하고 있는 것은 변함이 없다. 지구의 자원을 더 이상 소비하지 않으면서 환경을 되살리고 보호할 수 있는, 아니 현 상태로 유지라도 할 수 있는 그런 발전이 가능할까. 우리는 지금보다 더 빠른 속도로 지구 보호를 위해 달려나가야 할 것 같은데, 모두의 통일된 생각과 행동을 끌어내기가 몹시 어렵게 느껴진다.

‘새로운 투자들을 위한 확실한 토대는 생태적 투자라고 불릴만한 것임이 틀림없다. 기후, 대지.해양, 강. 숲. 생물 서식지. 즉 지구라는 우리 집의 보호에 자원을 할당하는 행동 말이다.’(245p)

‘생산적 자산들을 정의 내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삶의 유지를 촉진하는 자산들(이것을 돌봄 투자본이라 불러보자)이고, 다른 하나는 충족감 높으며 지속가능한 인간 세계를 창조하는 데 기여하는 자산들(창의적 투자)이다.’(245p)

우리에게는 권력을 잡아야 하는 이유가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때 변화되었던 환경과 다시 원래의 상태로 돌아온 지금 환경을 생각해보면 우리가 환경을 보호해야 하는 필요성이 더욱 절실히 느껴진다. 사람들은 행동하고 외치지만, 그것은 너무 더디게 진행되고 있고, 오히려 우리 정부는 뒷걸음질을 치는 느낌마저 든다. 입으로 하는 약속은 행동으로 보여주는 실천에 비하면 너무나 쉽다. 그리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힘은 그동안의 약속마저 쉽게 지키지 않아도 그들이 입을 타격이 없다고 생각하는 점에서 강하다.

‘하나의 난제가 우리 앞에 있다. 변화를 원하는 이들은 권력을 쥐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지만, 권력을 쥔 이들은 변화를 원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어떤 종류든 변화의 가능성은 사회의 규칙에 암호처럼 내재되어 있는 권력 배분이 좌우한다.’ (260p)

‘모든 권력은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위탁된 것으로, 그 목적에 의해 제한되며, 그 목적이 명백히 간과되거나 저지될 경우 불신임 되어야 하고, 그 권력은 그것을 부여한 이들의 손에 넘어간다.’(269p / 로크의 ‘사회 계약’ 비전)

지금 우리들이 하고 있는 기후변화에 대한 외침이 권력을 가지고 있는 자들과 그들과 이윤으로 얽혀있는 자본가들에게 어떤 무게로 비쳐질지 의문스럽다. 함께 사는 삶과 생존의 터전으로써 지구가 아니라, 가진 자들만이 누리고 살 수 있는 공간으로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지…

‘빼앗긴 자들에게 남겨진 유일한 도덕적 자원은 ’시민 불복종‘뿐이다.’(273p)

‘사람들에게 잠재하는 ’진정한 권력‘이라는 것은 존재한다. 그러나 먼저 자신의 무기력으로부터 자신을 일으켜 세워야만 한다. 그다음으로 권력은 투표함을 통해 자신을 표출해야만 한다. 이것이 먹히지 않을 경우, 그 권력은 거리로 뛰쳐나가야만 한다.’(276p)

‘인간의 생명과 행복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보살피는 것이야말로 좋은 정부의 최우선적이고 유일한 과제’(279p/ 토마스 제퍼슨)

자신들의 욕망과 욕심을 지키려는 특권층들의 이기심에 반해, 더 큰 사회 혼란을 일으키지 않으면서 우리의 의견을 나타내고, 관철시키기 위한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당신에게 나아갈 길이 있다면 당신에게는 권력(힘)이 있다. 당신의 일상, 그 순간마다 당신은 이러한 종류의 권력(힘)을 창출할 수 있다.’ (281p/틱낫한)

우리가 가진 힘을 생각해본다. 상상하는 건강한 미래, 친절함. 창조적 활동. 여유가 있는 시간,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 대한 의지. 이 모든 것들이 앞으로 나갈 수 있는 힘이자 우리의 욕구이다. 결국 세상은 자본주의의 힘 있는 누군가가 만들어가는 것이 아닌 사회를 구성하고 유지하고 있는 우리 스스로가 힘을 합쳐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고, 우리는 그 힘을 하나로 모을 수 있어야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증오가 아닙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폭력이나 무법천지가 아닙니다. 반대로 그것은 사랑과 지혜, 서로를 향한 자비심입니다. 또한 백인이든 흑인이든 우리나라 안에서 여전히 고통받고 있을 사람들을 향한 정의감입니다.’(301p/로버트 F 케네디)

지구라는 우리의 삶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 대한 의지. 이 모든 것들이 앞으로 나갈 수 있는 힘이자 우리의 욕구이다.
사진출처 : rawpixe

‘포스트 성장 시대는 이렇게 온다.’에서는 GDP의 모순과 자본주의를 비판한 케네디와 로자 룩센부르크, 경제적 성장과 물질적 한계를 이야기한 엘렌 맥아더, 행복과 건강한 삶에 대해 이야기한 존 스튜어트 밀과 아리스토텔레스, 사랑과 엔트로피에 대해 루트비히 볼츠만, 은유와 경제의 스토리텔링에 대해 이야기한 린 마굴리스, 노동과 작업, 몰입에 대해 이야기한 한나 아렌트와 윌리엄 모리스, 케냐에 희망의 숲을 이룬 왕가리, 권력에 대해 이야기한 틱낫한과 존 로크, 코로나19 시기의 봉쇄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해준 에밀리 디킨슨 등 많은 인물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들은 사람들을 향해 말하고, 행동하고, 예술을 전파하고, 계몽하고, 의지를 보여주었다. 이들의 이야기는우리가 지금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만족을 만족으로 알면, 언제나 넉넉함을 누린다.’ ‘노자’의 말처럼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것에 만족한다면 우리의 삶은 지금보다는 더 행복할 것이다. 물질적인 부를 쫓기만 한다면 지금 내 옆에 함께 가는 다른 행복을 보기 어려울 수 있다.

‘집으로 가는 길이란 없다. 집이 바로 그 길이다.’(283p/틱낫한)

어쩌면 지금 우리가 향하고 있는 정확한 목표는 무엇일까. 구체적인 그곳에 도착하면 다 편안하고 행복해지는 것일까. ‘틱낫한’의 말처럼 당장 멈출 것을 요구하는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향하는 집이 아닐까. 지금의 내 집에 도착하기 위해 각자가 있는 위치에서 조금 더 노력하고 행동할 필요가 있다. 포스트 성장 시대는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다랑

모두와 함께 하고 싶은 마음으로 ‘다랑’이라 합니다.
혼자보다는 모두와 함께하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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