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적연구방법을 통해 살펴본 영 케어러의 돌봄과정] ③ 연구참여자2의 돌봄경험

이전 글에서는 여섯 명의 영 케어러들에 대한 간략하게 소개하였다. 이번부터는 본격적으로 ‘질적연구방법을 통해 살펴본 영 케어러의 돌봄과정’에 대한 두 번째 연구참여자의 돌봄경험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 글에서 소개하는 참여자들의 익명성과 특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신상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소개하지 않으며, 필요에 따라 특정성이 두드러지는 부분은 언급하지 않거나 언급하더라도 조금씩 다른 정보들로 대체하여 기술하였다.

지난 글에서 소개했던 참여자1의 인터뷰 분석을 통해 여러 시사점을 제시할 수 있었다. 그 중 주요한 부분은 돌봄이 생애주기에 연속적이라는 점이다. 참여자1은 아동기, 청소년기를 거쳐 청년기 초반까지 아버지 돌봄을 수행해왔다. 그러나 돌봄이 종료되었음에도 여전히 참여자 삶에 돌봄은 영향을 미쳤다. 이 글에서 소개하는 참여자2는 대학생부터 취준생까지 아버지와 할머니 돌봄을 수행하였으며, 이 생애주기에 돌봄이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1. 연구참여자2의 상황

"집 밖에서도 이들은 돌봄으로 인해 학교생활, 취업준비 등에서 차질을 겪게 되고 이것이 자신의 또래집단과 경쟁했을 때 동일 선상에서 출발하기 어렵다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사진출처 : Sam Moghadam Khamseh
“집 밖에서도 이들은 돌봄으로 인해 학교생활, 취업준비 등에서 차질을 겪게 되고 이것이 자신의 또래집단과 경쟁했을 때 동일 선상에서 출발하기 어렵다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사진출처 : Sam Moghadam Khamseh

연구참여자2는 대학교 2학년이 될 무렵, 아버지가 급작스럽게 건강악화로 지속적인 돌봄이 필요한 상황까지 왔었다. 문제는 그 무렵에 할머니 또한 노령으로 인해 건강악화와 치매로 인해 병원에 입원하게 되면서 이중돌봄을 수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온 것이다. 참여자는 대학생활을 하면서 아버지와 할머니를 동시에 돌보게 되었고,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활동을 하는 과정에서도 지속적으로 돌봄을 수행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참여자뿐만이 아니라 함께 돌봄을 수행하는 어머니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돌봄 부담이 덜어지진 않았다. 현재는 아버지의 건강이 어느 정도 완화되면서 돌봄 역할이 많이 줄어들었지만, 아직도 당시 상황을 회상하면 ‘문이 없는 방 갇힌 느낌’이라고 언급하였다.

2. 인터뷰

1) 또래들과의 다른 출발점

영 케어러의 경우 어린 나이에 돌봄을 수행하게 되면서 자신들의 생애주기 과업 대신에 돌봄을 수행하게 되고 생애주기 과업 지연은 앞으로의 인생에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상황에서 참여자들은 내가 현재 있는 가족이 ‘정상적’이지 못하며 현재 가족 내에서 맡는 돌봄 역할 또한 본인의 연령대에 적절하지 못한 역할이라는 것으로 인식한다. 집 밖에서도 이들은 돌봄으로 인해 학교생활, 취업준비 등에서 차질을 겪게 되고 이것이 자신의 또래집단과 경쟁했을 때 동일 선상에서 출발하기 어렵다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참여자2 또한 돌봄 이전과 비교했을 때, 제일 두드러진 어려움은 학교생활이었다. 아버지와 할머니 돌봄을 수행하자 학교생활은 물론 시험기간에도 공부에 집중하기 어려웠다.

하루가 빠듯하다 라고 해야겠죠. 빠듯한데 거기다가 아빠가 아프시니까 이게 막 조금, 조금씩 밀리는 거예요. 아빠가 아프셔 가지구 내가 회의에 참석을 못한다? (중략) 사람들한테 얘기를 해서 제가 이번에 회의를 못할 것 같습니다, 참여 못할 것 같습니다, 가정사 때문에….

성적도 솔직히 욕심을 많이 내서 떨어지기 싫어서 잘 받고 싶어서, (중략) 그러다 보니까 이제 보통 못해도 4.15? 이렇게 나오고 대부분 4.2? 4.3이 나왔었어요. 그렇게 잘 받고 열심히 하던 앤데, 학과 생활도 열심히 잘하던 애가 갑자기 아빠가 편찮으시다고, 뭐가 전에 비해서 (공부를) 잘못하는 것 같고…

이처럼 돌봄을 수행하기 이전까지는 성적에 대한 욕심과 시간을 투자할 수 있는 여유가 있었다. 학과 생활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또래집단과 동일한 생활을 해 왔었으나 아픈 가족원이 발생하면서 일상에 균열이 발생하게 된다. 참여자2는 성인이고, 학습시간이나 수업시간을 조금 유연하게 정할 수 있는 대학교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나은 상황이지만 의무교육인 초, 중, 고등학교의 경우는 이보다 더욱 어려움을 경험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참여자가 나은 상황일 뿐 비(非)청년 돌봄자와 비교했을 경우 지속되는 성적 부진이나 학교생활에 부적응은 향후 취업준비나 진입하려는 노동시장에서 불리하게 작용될 것이다. 실제로 참여자2는 취업준비를 시작할 때조차도 아버지 돌봄으로 인해 원하는 직장의 면접에 응시하지 못하게 되었다.

취업을 준비를 하면 면접을 가야 되는데, 제가 면접을 가는 날이나 아니면 면접 가기 며칠 전, 뭐, 이, 삼일 전에 아빠가 급격하게 아프시다든지 아니면 갑자기 병원 스케줄이 없었는데 면접 날짜에 병원 스케줄이 잡힌다든지 이런 게 좀 있었어요. (중략) 면접 날짜가 잡혔는데도 불구하고 면접을 못 간 적도 되게 많았어요. 왜냐하면 그 중에 제가 진짜 가고 싶은 회사가 한 두세 군데 있었는데, 거기만큼은 정말 기필코 여기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그게 그렇게까지 잡혀버려 가지고, 결국 거기도 면접을 못 보고.

직장에 다니는 동시에 가족을 케어하는 상황도 어려움이 수반되며, 이는 이미 다양한 선행연구에서 언급되었다. 그러나 영 케어러는 애초에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것조차 어려울 수도 있음을 해당 사례에서 알 수 있다. 특히 참여자2와 같이 학교생활의 어려움, 성적 부진 등은 추후 취업활동에 영향을 미칠 것이며 나아가 취업 등 양질의 일자리인 1차 노동시장에 진입 기회가 줄어든다. 결론적으로 비(非)청년 돌봄자와 경쟁할 때, 돌봄을 수행한다는 것 자체가 큰 리스크이자 불평등의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 낯선 돌봄 역할

참여자2는 할머니 돌봄을 수행하는 과정에 신체적 돌봄의 어려움에 대해 토로하였다. 아직 20대 초반인 참여자는 상대방의 신체적 돌봄, 구체적으로 기저귀를 갈거나 토사물 등 배설물을 치는 돌봄 역할이 어렵고 낯설게 느껴진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할머니가 급격하게 안 좋아지셔서 가면 할머니가 대소변을 보시면 그것도 제가 치워야 되고 할머니 씻겨드려야 되고, 막 토하시거나 이러시면 제가 닦이고 이래야 되니까. (중략) 근데 그런 거를 솔직히 하고 싶진 않았어요. 좀, 좀, 아아- 좀 보기 거북했어요. 왜냐하면 저보다 나이가 더 든 어른들은 그래도 어느 정도 이해는 하시는데, 이해를 하고, 그나마 저희 세대보다는 거부감이 덜하신데, 그러니까 저는 그게 좀 크더라고요. 거부감이. 일단 하긴 해야 되는데 좀 하기 싫은 그런 것도 있고.

영 케어러들이 이러한 신체적 돌봄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는 이유는 중장년 돌봄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족을 비롯한 신체적 돌봄을 수행한 경험이 적기 때문이다. 특히, 중장년 여성의 경우 육아의 경험이 있다면 신체적 돌봄이 낯설게 여겨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신체적 돌봄 행위가 낯설고 서툰 20대 초반, 적게는 10대 후반의 청소년과 청년들에게는 어려운 일이다. 이러한 어려움을 통해 영 케어러를 고려한 신체적 돌봄의 방법이나 기술적인 면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제언할 수 있다.

참여자가 토로하는 어려움은 어쩌면 우리 사회의 만연한 ‘가족돌봄 이데올로기’에 의해 지탄 받을 수도 있다. ‘가족돌봄 이데올로기’에 따르면, 배설물을 처리하고 닦이는 케어 행위 자체를 가족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며, 이를 더럽거나 ‘거북’한 일로 언급해서는 안 된다. 가족돌봄에서 어려움 특히, 신체적 돌봄에서 어려움을 드러내는 순간, 진정한 돌봄으로 인정받기 어렵다. 더럽게 여기는 순간 이는 가족돌봄이 아니라 타인을 돌보는 행위로 간주될 수 있기 때문이다.

3. 결론: 연구참여자2의 인터뷰를 마치며

해당 참여자의 인터뷰가 끝날 때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참여자는 이제 자신을 위해서 살아보고 싶다고 밝게 응답하였다. 어쩌면 대부분의 돌봄자가 겪고 있을 ‘주객전도된 삶’에 가장 적합한 답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참여자2의 인터뷰는 대학생활과 성적, 취업에까지 돌봄이 영향을 미치는 전형적인 청년 돌봄자로서의 어려움이 잘 드러났다. 하지만, 이러한 전형적인 영 케어러의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주목되고 가시화되어야만 이들을 위한 제도와 서비스가 만들어지고, 발굴사업이 지속되리라 생각한다.

*참고문헌
시부야 토모코. 2021. 『영 케어러』. 박소영 옮김. 황소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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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아

대학원에서 사회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주요 관심사는 젠더와 노인, 그리고 돌봄.
앞으로 다양한 가족과 젠더의 돌봄에 관한 연구를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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