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에게 마음을 연다는 것 -신경생물학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공감

공감하고 공감받는 일은 왜 이다지도 어려울까? 대인관계신경생물학의 관점에서 공감에 영향을 미치는 애착에 대해, 현재 공감능력을 향상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내면의 지도’를 만들기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왜 그렇게 이야기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돼요.”

“싸우기 싫어서 공감해주는데 언제까지 참을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이렇게까지 이야기하는데 왜 이해 못 해주는지 모르겠어요.”

일상에서, 상대방이 화낼 때 도저히 이해하지 못한 경험이 있는가? 공감을 요구하는 상대와의 대화가 유달리 어렵고 도저히 공감되지 않았던 때가 있는가? 반대로 내 이야기에 전혀 공감해주지 않는 상대에게 답답하고 서운한 감정을 느껴본 적이 있는가? 왜 서로에게 공감을 주기 어려운지, 또 어떻게 하면 서로 더 공감하게 될 수 있을지 신경심리학적 관점에서 알아보자.

우리 뇌에는 상대의 경험을 마치 자신의 경험처럼 느낄 수 있는 신경세포가 있다. 
사진출처 : geralt
우리 뇌에는 상대의 경험을 마치 자신의 경험처럼 느낄 수 있는 신경세포가 있다.
사진출처 : geralt

공감이 일지 않는 이유는 단지 생각이 다르기 때문만은 아니다. 공감하는 능력은 타고난 우리의 잠재력이면서 동시에 삶의 경험에 따라 달라지는 ‘능력’이다.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이유는 우리에게는 타인의 마음을 그려볼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뇌에는 상대의 경험을 마치 자신의 경험처럼 느낄 수 있는 신경세포가 있다. 일명 ‘거울 뉴런(Mirror Neurons)’이다. 이 거울 뉴런 덕분에 우리는 우리가 직접 경험하지 않고도 상대가 느끼는 내적 경험을 자신의 내면에서도 경험할 수 있다. 이것은 신피질 안쪽 변연계 부분, 그중에서도 인슐라(Insula)라는 곳에 자리잡고 있다. 신피질이 판단·평가·계획 등을 하는 이성의 뇌라면 변연계는 정서를 담당하는 뇌로서 “포유류의 뇌”라는 별칭도 가지고 있다. 포유류에게는 이 감정의 뇌가 발달해 있다.

파충류들과는 달리 포유류는 태어난 직후 혼자 먹이 활동을 할 수 없으며 일정 기간 모성의 돌봄을 받아야 생존할 수 있다. 이때 어미가 새끼의 감정과 상태를 알아채지 못한다면 어떨까? 새끼가 배고픔을 느끼거나 아파하거나 사랑이 필요할 때를 느낄 수 없는 어미의 새끼는 생존하기 어려울 것이다.

포유동물인 인간에게는 다행히도 진화의 선물인 거울 뉴런이 있다. 그래서 타인의 경험을 상상하고 느끼는 능력을 타고났다. 그러나 거울 뉴런은 공감의 잠재력일 뿐, 실제 능력은 후천적으로 발달한다. 이는 양육자와의 애착 경험에 좌우된다. 애착이란 양육자와 영유아 사이의 강한 정서적 유대감을 뜻한다. 애착 경험은 영유아의 두뇌 발달에 영향을 미치며 특히 정서를 담당하는 변연계의 성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양육자가 민감하게 아기가 원하는 것을 알아차리고 반응해줄 때 안정적인 애착을 형성하게 된다. 민감한 양육자는 같은 울음이라도 배가 고파서 우는지, 축축한 엉덩이 때문에 짜증이 나서 우는 것인지 알아차린다. 자신의 감정과 욕구가 타인에 의해 인지되고 긍정받는 안정된 애착관계에서는 자신과 타인, 세상에 대한 태도 역시 긍정적이며 감정과 욕구를 표현하는 데 자연스러워진다. 그러나 반대로 불안정한 애착을 경험하면 자신 혹은 타인, 세상에 마음을 열기 어려워지고 감정과 욕구 표현에 갈등을 느끼게 된다. 결국 어린 시절 경험한 애착 경험은 우리의 정서를 느끼고 표현하는 능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며 상대방의 정서를 느끼고 조율하는 능력, 공감하고 공감받는 능력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애착이란 양육자와 영유아 사이의 강한 정서적 유대감을 뜻한다. 
사진출처 : PublicDomainPictures
애착이란 양육자와 영유아 사이의 강한 정서적 유대감을 뜻한다.
사진출처 : PublicDomainPictures

애착 경험은 성장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경험되기 때문에 어릴 적 애착 유형은 성인이 되어서도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상대방이 말하지 않는 감정과 의도를 알아차리면서 상대의 마음 안에서 자신을 발견한다. 이때 우리는 공감 받았다고 느낀다. 또 상대의 마음이 내 마음 속에서 그려질 때 공감하고 있음을 알아차린다. 동시에 내면에서 느끼는 감정이 나의 것인지 타인의 것인지 구별할 수 있다. 이것이 동감과는 다른 공감의 특징이다.

여기까지 설명을 읽고 어린 시절의 애착 경험을 상상하고 좌절하고 있을 독자를 위해 미리 말하자면, 지금부터의 경험을 통해서도 우리의 공감 능력은 달라질 수 있다. 어린 시절 부모님이 우리의 내면의 마음을 읽어주었던 것처럼 우리 마음에서 일어나는 작용을 스스로 볼 수 있다. 대인관계 신경생물학자인 다니엘 시겔은 이를 ‘내면의 지도(Mindsight)’라고 하였다. ‘부당한 일을 당했다’와 ‘나는 부당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가 다르게 느껴지는가? 뒤의 말은 거리를 두고 생각을 읽으며 마음을 통찰하는 것이다. 이성의 뇌인 전전두피질은 우리가 일상에서 관찰했던 세계에 대해 내면에 상(狀)을 만든다. 자신의 통찰하는 ‘나의 지도(me-mep)’를 만들어서 나의 내면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공감 능력은 다른 사람의 마음의 지도(you-mep)를 만들어내는 능력이다. 상대의 마음속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상상하고 의도를 알아차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는 우리 거울 뉴런의 잠재력을 뛰어넘어, 이성의 뇌와 감정의 뇌가 통합된 더 깊은 수준의 공감이다. 비록 공감되지 않는 순간에도 우리가 ‘나의 지도’와 ‘당신의 지도’를 재빨리 알아차리고 단절을 복구하려고 시도할 수 있다.

지하철역 일어난 한 중년 남성의 난동 영상이 인터넷에 오르자, 사람들에게 회자되며 뉴스에까지 보도된 일이 있다. 이 일이 유명해졌던 이유는 그 상황을 지켜보던 한 청년의 반응 때문이었다. 사건의 남성이 경찰에게도 소리를 지르고 난동을 멈추지 않아서 모두가 긴장한 채 지켜보는 가운데, 한 청년이 일어나서 남자에게 다가갔다. 한순간 모두가 급격히 얼어붙은 가운데, 청년은 그 남성을 포옹했다. 잠시 반항하던 그 남성은 결국 그 청년의 품에 안긴 채 울면서 난동을 멈추었다.

경찰이 아무리 말려도 더더욱 흥분해서 거칠어지던 남자의 반응이 일순간이 바뀔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청년의 행동은 난동을 부리는 남자의 마음을 상상해보고 공감했기 때문에 나올 수 있었을 것이다. ‘얼마나 억울했으면 이렇게 소리를 화를 낼까?’, ‘얼마나 지친 하루를 보냈을까?’, ‘나 역시도 소리지고 화내고 싶었던 순간이 있었지!’ 공감이 어려울수록 이렇게 상대의 마음을 나의 마음 안에 담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이럴 때 우리는 다른 사람과 그리고 자신과 연결될 수 있게 된다.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 공감한다는 것은 상대의 마음을 상상하고 몸과 마음으로 경험되어야 한다.

※ 참고 문헌

  • Jean Decety 저 『사회신경과학으로 보는 공감』
  • Daniel J Sigel 저 『마음을 여는 기술, 심리학이 알려주는 소통의 지도』

이미진

몸, 마음, 영, 지구의 통합적 치유를 지향하는 심리상담사입니다. 어릴 적에는 곤충채집을 하러 다니는 도시 꼬마였고 성인이 되어서는 인간의 심리적 안녕과 성장을 돕는 일을 하는 심리상담가가 되었습니다. 생태영성을 만나면서 저의 전 생애를 관통하는 정체성이 통합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둥근마음심리상담센터장
글로벌사이버대학교 뇌기반감정코칭학과 외래교수

전문상담사, 청소년상담사, 가족세우기 촉진자, 명상지도자, 에니어그램 강사, NLP 프렉티셔너, 공명코치, 생태심리학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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