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의 詩] 근댓국을 먹다가

생명의 소중함을 자각하고 건강한 삶을 격려하는 생태시 한 편.

근댓국을 먹다가

꽃대 오른 근대의 치마 잎 따
근댓국 끓여먹는다 근데
저 근대 씨가 농약상에서 산 것인지
저 것도 번식을 못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나 자신이 화가 난다
생명 가지고 장난치는 반생명집단의
문화 가지고 장난치는 반문화집단의
눈 뜨고 코 베어갈 지구적 사기에
CEO라니 지식인이라니
얼어 죽을 지적소유권 따위 바라지 않는다
공친 막걸리장수와 동동주장수가
고갯마루에 앉아 엽전 한 닢 주고 받으며
서로 술 배터지게 사먹고
엽전 한 닢 달랑 남기는 옛사람의 지혜가
참새도 메뚜기도 감탄하는 그 지혜가 참 지혜고
근댓국 먹으며 하는 근심보다 백배 낫다 생각하며
근심 없는 근댓국을 걸쭉 떠먹는다

심규한

강진 성요셉상호문화고등학교에서 국어, 텃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출판물로 시집 『돌멩이도 따스하다』 『지금 여기』 『네가 시다』, 교육에세이 『학교는 안녕하신가』, 사회에세이『세습사회』 그리고 대관령마을 미시사 『대관령사람들이 전한 이야기』(비매품)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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