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바람
시골엔 바람이 많다
쓰레기도 물건도 가만 있질 않는다
참지 못하는 바람
담장이 푹 넘어지고 지붕이 휙 날아간다
문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황소바람쯤
투명인간처럼 바람벽을 쑥 통과하기도 한다
시골엔 바람난 사람들도 많다
봄바람은 산천에만 부는 것이 아니다
점방에도 논둑에도 수돗가에도
꽃들이 지랄맞게 소곤댄다
신들이 사람과 결혼하듯
사람도 짐승과 결혼한다
쇠지랑물내 진동해도 바람이 있기에 견딘다
온 나라 떠들썩해도 바람이 있기에 잊는다
시골엔 바람이 많다
소문처럼 빨래가 날아다녀도 어쩔 수 없다
바람 맞고 바람 막으며
바람과 숨바꼭질하며 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