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의 詩] 시골 바람

생명의 소중함을 자각하고 건강한 삶을 격려하는 생태시 한 편.

시골 바람

시골엔 바람이 많다
쓰레기도 물건도 가만 있질 않는다
참지 못하는 바람
담장이 푹 넘어지고 지붕이 휙 날아간다
문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황소바람쯤
투명인간처럼 바람벽을 쑥 통과하기도 한다
시골엔 바람난 사람들도 많다
봄바람은 산천에만 부는 것이 아니다
점방에도 논둑에도 수돗가에도
꽃들이 지랄맞게 소곤댄다
신들이 사람과 결혼하듯
사람도 짐승과 결혼한다
쇠지랑물내 진동해도 바람이 있기에 견딘다
온 나라 떠들썩해도 바람이 있기에 잊는다
시골엔 바람이 많다
소문처럼 빨래가 날아다녀도 어쩔 수 없다
바람 맞고 바람 막으며
바람과 숨바꼭질하며 살아야 한다

심규한

강진 성요셉상호문화고등학교에서 국어, 텃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출판물로 시집 『돌멩이도 따스하다』 『지금 여기』 『네가 시다』, 교육에세이 『학교는 안녕하신가』, 사회에세이『세습사회』 그리고 대관령마을 미시사 『대관령사람들이 전한 이야기』(비매품)가 있습니다.

댓글

댓글 (댓글 정책 읽어보기)

*

*

이 사이트는 스팸을 줄이는 아키스밋을 사용합니다. 댓글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아보십시오.


맨위로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