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의 詩] 최선의 밤

생명의 소중함을 자각하고 건강한 삶을 격려하는 생태시 한 편.

하루에도 몇 번 씩 투덜거린다
엎드리거나 폰만 보는 아이
대책 없는 부모
당연하다는 듯 아이들이 돈이 최고라고 외칠 때 한심하다
술 먹고 같은 소리만 하는 이웃이며
참견 잘 하는 소리들이 귀찮다

하지만
나이 오십이 되도록
나는 정말 최선을 다해본 적이 있는가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말라던 시인의 말처럼
집이고 주식이고 온통 투기만 하는
도둑놈 세상이라고 욕할 만큼 나는 치열했는가

한껏 피려다 오그라든 꽃처럼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게 있을까
새도 허공을 힘껏 두드려야 날고
개미도 여섯 발을 힘껏 놀려야 가는 거다

밤새 게임하고 도박하고 술 마셔도
가출하거나 자해를 해도
오직 시험뿐이라고 재능을 처박아둔 아이도
마찬가지다 저마다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거미도 개미만큼 부지런하다

대설주의보에 눈들이 갈피없이 떨어지는 밤
우짖는 바람도 개도
보이지 않는 별처럼 어둠처럼 사람처럼
저마다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아무리 찾으려야 찾을 수 없다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것을
정작 철들어야 할 것은 나였다

심규한

강진 성요셉상호문화고등학교에서 국어, 텃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출판물로 시집 『돌멩이도 따스하다』 『지금 여기』 『네가 시다』, 교육에세이 『학교는 안녕하신가』, 사회에세이『세습사회』 그리고 대관령마을 미시사 『대관령사람들이 전한 이야기』(비매품)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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