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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ecological crisis we face is so obvious that it become easy-for some, strangely or frighteningly easy-to join the dots and see that everything is interconnected. This is the ecological thought.
p. 1, Introduction: Critical Thinking, 『The Ecological Thought』
우리가 직면한 생태 위기는 너무나 명백해서 – 기이하게도 혹은 무섭게도 쉽게 – 연관성을 쉽게 파악해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이 생태적 사유이다.
P. 1, 서문: 비판적 사고, 『생태적 사유』, 티머시 모튼
처음 읽은 날과 다시 읽은 날의 기록 : 마을에서 철학하기②‘길 없는 숲에 조약돌 놓기’
손으로 쓰며 읽은 날의 기록:
– for some ‘어떤 사람들에게는’이라는 구절을 통째로 빠뜨리고 해석했다는 걸 알아차렸다. 1페이지의 첫 문장은 책을 집어들 때마다 습관처럼 읽었으니 그동안 몇십 번은 읽었을 텐데 이제야 발견했다. for some을 ‘어떤 이유에서’(for some reason)로 착각하며 읽은 적도 있다. 이렇게 천천히 읽는 책은 처음이라 어차피 느린 거, 처음으로 돌아가 손글씨로 쓰며 읽어보자는 마음을 먹은 덕분이다. 비로소 제대로 읽어낸 문장, 어떤 사람들에게는 기묘하고도 두려울 정도로 쉬워진다.
– 왜 빠뜨렸는지 안다.
내가 그 ‘어떤 사람들’에 속하지 않기 때문이다. ‘명백한 기후위기로 모든 것이 상호연결되어 있다는 것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기이하게, 기묘하게, 이상하게, 두렵게, 무섭게, 소름끼치게, 끔찍하게 알기 쉬워진다.’
나는 ‘어떻지 않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 울적해지지만 그 생각에 지지 않으려는 오기가 나서 단어의 뜻을 살펴본다. 그러자 나도 ‘그 사람’인 것을 알게 되었다.

아는 단어라고 생각했는데 사전을 찾아보니 대충 알고 대충 모르고 있었다.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다 안다고 착각했다. 그렇다면 바로 여기서 시작해보자. 모튼 선생님의 두 번째 문장을 보면 지레 겁먹거나 포기하지 말고 생각을 더해보면 된다고 이끌어주는 것 같다.
consider: weigh 무게가 나가다… 중요성을 가지다… 배가 닻을 올리고 출항하다.
사전에서 눈이 번쩍 뜨이는 멋진 뜻을 찾았다. 어쩌면 나는 지금까지 닻도 올리지 않고 항구에서 얼쩡대는 줄도 모르고 나대고 있었던 건 아닐까. 생태적 사유라는 배에 올라타기는 했지만 여전히 육지를 바라보며 바다로 몸을, 시선을 돌리지 못하고 있다. 닻을 올려야 출발한다는 것을 알려주려고 모튼 선생님은(혹은 생태적 사유는) 나를 다시 첫 문장으로 부른 걸까. 모튼 선생님의 ‘consider’가 품은 사유의 무게가 얼마나 되는지 짐작조차 가지 않는다.
생태적 프로젝트

사진 제공 : 김진희
질문을 던져두고 예상보다 빨리 답이 나오면 기분이 좋으면서도 얼떨떨해진다. 지난 에세이에서 질문들을 늘어놓고 분류해보며 세 개의 원을 그렸다. 그 세 개의 원을 묶어줄 네 번째 원을 그리면 업그레이드 될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갑자기 답이 찾아왔다. 반가운데 당황스럽다. 무려 라깡의 네 개의 고리이다. 세 개의 원으로 된 보로메오 고리1를 잇는 네 번째 고리가 있다. 나는 과거, 현재, 미래의 시간과 다른 어느 시간도 아닌 시간, 우주의 시선 같은 순간을 그리고 싶었는데 라깡은 상상계(I), 상징계(S), 실재계(R)를 묶어주는 고리의 이름을 ‘증상(sinthome)’이라고 했다. 네 번째 원이 가능하면 다섯 번째도 그 다음도 계속 가능하지 않을까? 너무 낙관적인가?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은 듯 나의 질문과 라깡의 고리들에 대해 쓰고 있지만 갑자기 라깡이라니? 읽어본 적도 없는 라깡이라니! 난감하다. 답이라기보다 실마리 같아 감당할 수 있을지 두려워진다. 그러나 모튼 선생님의 첫 문장으로 돌아가 strangely와 consider를 다시 읽게 된 까닭을 가만히 생각해본다. 무겁게 내려진 닻을 ‘증상’이라는 도끼로 끊어내라는 것 같다. 지금 나에게 증상은 굳이 뭘 이렇게까지 하고 있는 책읽기와 글쓰기이다.
열 번째 조약돌
낯설게 찾아온 답은 실마리나 도끼면서 이리로 오라는 예기치 못한 초대장 같다. ‘증상(sinthome)’이라는 초대장 속의 단어를 조약돌로 둔다.
추신: 이 에세이를 쓰면서 갑자기 생태적 사유의 숲으로 깊숙이 들어간 기분에 닻을 올리고 바다로 출발하는 막막함과 설렘이 들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것 같다. 물론 1단계를 클리어했다는 느낌은 아니다. 한 손에는 동시대 최애 철학자인 모튼의 책을, 다른 손에는 난해하다고 소문이 무성한 라캉의 초대장을 들고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기 보다는 계속 읽고 그냥 쓰겠다고 마음을 먹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