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각여행] ① 오감을 깨워서 세상을 맛보자!

미각여행(미각 깨우기)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개성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 오감(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을 통한 미각여행을 통해 호기심을 자극, 상상력과 창조력을 키우고 대화하며 살아가는 힘을 키워 나를 둘러싼 사람들, 자연과 소통하며 나답게 살아보자!

감각과 세계는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

우리는 오감을 통해 식탁에서 세상과 접촉한다. 사진출처 : Pexels
우리는 오감을 통해 식탁에서 세상과 접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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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떡, 쑥버무리, 쑥부침개, 쑥된장국, 쑥튀김이 한 상 가득 차려진 밥상이 눈앞에 있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요? 진한 쑥 향을 직접 맡아본 사람은 쑥 내음과 함께 봄을 떠올릴 것입니다. 쑥을 직접 캐본 경험이 있는 분은 그릇에 채워지는 쑥을 보며 뿌듯해 하는 모습과 함께 나물 캐러 온 사람들과의 추억을 불러올지도 모르겠습니다. 또는 캐온 쑥을 다듬으며 가족들에게 쑥 향 가득한 식탁을 챙길 마음에 기분이 좋아질 지도요. 저는 자녀 결혼식 때 쓰려고 몇 년 간 쑥을 삶아서 냉동실에 갈무리해두시던 어머니가 생각납니다.

우리는 일상적으로 대하는 식탁에서, 우리의 감각을 이용하여 세상을 접촉합니다. 보는 것, 느끼는 것도 개인의 경험에 따라 각양각색일 것입니다. 우리의 감각기관에는 눈 외에도 코, 입, 귀, 피부 등이 있습니다. 우리는 눈을 통한 시각, 입을 통한 미각, 코를 통한 후각, 귀를 통한 청각, 손을 통한 촉각 등을 이용하여 세계를 느끼고 세상과 만나고 있습니다. 우리의 감각기관은 세계와 뇌를 연결해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우리는 매 순간 감각기관을 통해 세상과 만나면서도 감각기관의 소중함은 느끼지 못하고 모두 뇌가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뇌만 중요하다고 여깁니다. 우리는 언제부터 뇌만 소중하게 여기기 시작했을까요?

고대 그리스 철학자인 플라톤은 육체를 감각적이고 물질적인 성질로 규정하고 영혼과 구분, 이데아의 세계를 인식하기 위해서는 다른 어떤 감각도 끌어들이지 않는 사유 자체로만 접근하는 것을 강조함으로써 육체를 철저히 배제하였습니다. 물리학자이며 근대 철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르네 데카르트(Rene Descartes, 1596년~1650년)는 그의 대표 저서 『방법서설』에서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Cogito ergo sum)’라는 말로 새로운 세상을 선언합니다. ‘생각하는 나’가 ‘존재하는 나’보다 앞서는 것이고, 생각을 나의 전부로 느끼고, 육체적인 것을 배제하고 육체를 기계적인 것에 불과한 것으로 여기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생각이 2백 년 넘게 유지되다가 20세기에 새로운 생각이 나타나게 됩니다. 모리스 메를로퐁티(Maurice Merleau-Ponty, 1908년~1961년)는 『지각의 현상학』에서 몸이 생각한다고 주장합니다. 우리는 세계에서 어떻게 존재하며, 세계와 어떻게 관계하고 있는지를 밝힌다는 의미에서 현상학적이며, 몸으로 존재하는 인간의 실존에 대해 탐구하였다는 실존주의적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간략하게 요약하자면 뇌와 몸이 구분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몸은 정신과 몸의 이분법 이전에 성립하는 모든 경험의 뿌리이며, 자신과 세계를 이어주는 관계의 중심에 있다고 말합니다. 메를로퐁티에 의하면 우리가 사물을 인식할 때, 몸을 통해 사물과 주체가 고유한 의미로 만난다는 것이며, ‘뇌’로 그저 ‘아는 것’과 몸이 ‘할 수 있는 것’이 다른데 이는 몸이 뇌와 함께 ‘체화’되어야 실천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방송에서 요리 잘하는 사람을 볼 때는 ‘나도 금방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있었는데, 막상 해보면 생각만큼 잘 안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건 ‘체화(體化)’가 되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이 ‘체화’는 어떻게 이루어질까요? 그건 우리가 온 몸으로 살아가는 것처럼, 우리의 온몸에서 감각기관과 뇌가 어떻게 협동하고 있는지를 잘 알면 ‘체화’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즉 몸에 익숙하도록 노력과 훈련이 필요한 것입니다. 먹는다는 것을 통해 자신의 생명을 유지하고, 살아가는 힘을 키우는 우리는 자신의 감각을 자극하고 느낀 점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이끌어내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자신만이 가진 맛의 감각에 대해 무엇을 배워야 하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렇습니다. 맛에 대한 감각은 자신만이 가진 고유한 감각입니다.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자신이 나고 자란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감각적으로 몸에 습득되어 나타나는 것이 바로 미각(味覺)입니다. 내가 습득한 감각이 있듯 다른 사람이 습득한 감각이 있습니다. 그래서 상대의 기호나 차이를 인정해 주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맛의 기억은 미각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사진출처: KIMDAEJEUNG
맛의 기억은 미각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사진출처: KIMDAEJEUNG

우리는 어린 시절 할머니가 아랫목에 묻어 둔 고구마나 따뜻한 밥 한 공기를 기억합니다. 집 안에 들어서며 뚝배기에서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청국장 찌개 소리와 냄새를 기억합니다. 미각은 여러 가지 감각과 더불어 우리에게 추억을 줍니다. “맛의 기억”은 미각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미각을 깨우는 것은 「먹는다는 것의 즐거움」에 대한 생활 질의 향상만이 아니라, 나의 몸을 지켜주는 감각이며, 나를 포함한 주위의 환경(사람, 땅, 공기, 자연, 문화 등)에 대한 의식 변화를 의미합니다. 오감(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을 통한 ‘미각깨우기’로 호기심을 자극하고, 관찰력과 문제발견, 상상력과 창조력을 키우며, 표현하고 대화하면서 자기 중심의 생각을 넓혀가는 교육의 장이 될 수 있습니다.

현대인들은 여러 감각 중 시각을 가장 많이 이용합니다. 주로 화면을 통해 음식을 맛보고 선택합니다. 다른 감각들은 제대로 사용하지 않은 채 시각만을 사용한 선택은 풍요로운 것 같지만, 실상은 빈곤을 맛보고 있습니다. 현대인은 먹거리 본연이 지닌 맛이 아닌 인공적인 맛, 차별화되지 않은 맛, 계절에 맞지 않는 맛, 강한 맛 등으로 점점 미각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이처럼 점점 잃어가고 있는 감성을 다시 한번 살펴보고, ‘음식은 생명이고, 사회이며, 지구’라고 의식할 수 있는 풍부한 지성과 감성의 기쁨은 ‘미각 깨우기’를 통해 실현될 수 있을 것입니다. ‘미각 깨우기’를 위한 ‘미각여행’을 함께 떠나 보실까요?

나무늘보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이 먹는방법, 먹는다는 것에 대한 것으로 확장되었고, 먹을거리를 둘러싼 여러 가지 문제들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는 사이 이제는 발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행동이 느려 주위로부터 나무늘보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현재 한살림생활협동조합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모心으로」(母心, 侍心, 初心, 合心)의 마음으로, 지식(지속가능한 식생활)을 키우자!라는 텃밭모임과 소모소모(반찬돌봄)모임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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