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의 시간을 넘어, 생태적 뉴노멀을 준비하자

많은 사람들은 코로나 이전 BC (Before Corona)와 그 이후를 AD (After Disease)로 명명했고, 우리는 과거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고 예측하며 불안하지만 새로운 사회를 준비해야 한다는 논의를 해왔다. 신속한 백신접종으로 이러한 국면이 정리되는 이 시점에 팬데믹 이후 AD의 뉴노멀을 준비해야한다.

펜데믹은 끝나고 이제 백신의 시간인가

전세계로 급격히 확산된 코로나19에 대해 2020년 3월11일, 세계보건기구(WHO)는 팬데믹을 선언했다. 그로부터 약 1년 6개월여 지났다. by Martin Sanchez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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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로 급격히 확산된 코로나19에 대해 2020년 3월11일, 세계보건기구(WHO)는 팬데믹을 선언했다. 그로부터 약 1년 6개월여 지났다. 사진 출처 : Martin Sanchez

코로나19 백신접종이 많이 진척되었다. 끝이 보이는 듯 하지만 여전히 코로나 확산은 계속되고 있다. 백신접종이 시작된 초기에는 걱정과 두려움으로 접종율이 주춤했다. 사망율이 높았던 60세 이상의 고령층이 백신 1차 접종을 했을 경우 89%가 감염예방 효과를 보이고, 확진되어도 사망자가 0%에 수렴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뒤에는 분위기가 급반전되었다. 예약자가 늘어나면서 2021년 9월 7일 기준 전국민 1차 접종률 60%를 넘어서게 됐다. 그래서인지 최근 확진자가 2000명 내외로 높은 수치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 분위기이다. 이제 코로나는 진정되는 국면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전세계로 급격히 확산된 코로나19에 대해 2020년 3월 11일 세계보건기구(WHO)는 팬데믹(코로나19 세계적유행의 감염병)을 선언했다. 그로부터 약 1년 6개월여 지났고 인류는 백신개발에 성공했다. 한국은 오는 10월 말이면 전체 성인 인구의 80% 정도가 예방접종을 완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제 일상생활이 가능한 정도로 코로나19 유행을 통제하고 방역지침을 완화하며 일상화된 방역개념으로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초기에 세계의 지식인들이 하나같이 코로나 이후 〈뉴노멀 사회〉를 예측하고 준비를 강조했건만 지금은 그저 백신이야기만 나오고 있다.

되돌아보는 팬데믹 국면, 더 이상 벤치마킹은 없다.

우리는 과거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고 예측하며 불안하지만 새로운 사회를 준비해야 한다는 논의를 해왔다. by Roger Bradshaw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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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과거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고 예측하며 불안하지만 새로운 사회를 준비해야 한다는 논의를 해왔다.
사진 출처 : Roger Bradshaw

코로나19는 각 나라마다 시급한 사안이 있음에도 뒤로 미루고 가장 우선적으로 대응해야 할 사안이 되었다. 모든 국가의 동일한 동시적 과제가 되다보니 이 사안을 대응하는 나라마다의 효율성과 정치력, 국민성이 동일선에서 비교가 되었다. 가장 어려울 때 본성이 드러나듯, 국가 또한 위기에 처했을 때 각 국가의 실력을 가늠할 수 있게 되었다. 선진국이 모든 것을 앞설 것이라는 이제까지의 기대와 달리, 코로나 19로 감염자가 오히려 급격히 확산되고 있는 미국과 일본, 유럽 국가들의 무질서한 상황을 보게 되었다. 한편으로는,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대응하는 우리나라의 방역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으면서 스스로 새로운 사실들을 깨닫게 되었다.

이제까지는 전 세계 정책의 이니셔티브는 미국을 정점으로 하는 유럽과 일본 등의 이른바 선진국이며 우리는 그들이 정해 놓은 의제와 해법의 길을 벤치마킹하면 된다는 생각을 해왔지만, 위기에 대응하는 각 나라의 실력을 알게 된 지금, 그들은 따라가야 할 모범이 아니라는 사실과 그들에게 전 지구적인 문제 해결에 책임을 온전히 맡길 수 있을까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되었다. 한편으로 이제까지 선진국의 뒤를 따라가는 2등 국가의 컴플렉스를 벗어나 우리가 세계적 의제를 선도해야할 책임과 역량이 있다는 자부심도 확인하게 되었다. 특히 코로나 국면 와중에 한국의 K-pop이 세계적인 차트를 휩쓸고, 2번이나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과 배우가 수상했으며, 한국 드라마와 각종 예능의 문화 컨텐츠들이 세계를 휩쓸면서 한국은 더 이상 마이너가 아니며 그 문화적 영향력은 이미 지구적임을 깨닫게 해주었다. 이제 벤치마킹할 국가는 없으며 우리가 지구적 과제해결의 선두에 있다는 책임의식을 깨닫게 해주었다.

코로나 이전(BC)과 이후(AD)의 뉴노멀을 준비하자

팬데믹이 시작되었던 초기 많은 지식인들은 이 두려운 초유의 사건을 앞두고 미래를 걱정했다. 그래서 이 국면이 갖는 역사적 의미와 미래를 예측하는 수많은 토론이 2020년 중반기까지 얼마나 많았던가. 그 당시 가장 유행했던 단어는 〈뉴 노멀(새로운 표준 New Normal)〉이었다. 다시 말해 이 팬데믹이 주는 전 인류의 충격으로 인해 코로나 이후 새로운 사회질서가 올 것이라는 예측이었다. 이것은 예측이기도 했지만, 희망사항이기도 했다. 코로나 팬데믹은 인류 문명의 병폐가 드러난 것이며, 새로운 사회질서로 전환을 강제하는 메시지로 인식하는 것에 대부분 동의를 했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은 코로나 이전 BC (Before Corona)와 그 이후를 AD (After Disease)로 명명했고, 우리는 과거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고 예측하며 불안하지만 새로운 사회를 준비해야 한다는 논의를 해왔다. 신속한 백신접종으로 코로나 국면이 정리되는 이 시점에 팬데믹 이후 AD의 뉴노멀을 준비해야한다. 그러나 지금, 초기 열정적인 뉴노멀이야기는 사라지고 오직 백신이야기만 이야기되고 있다. 답답할 뿐이다. 분명한 사실은 이 코로나 국면은 수년 뒤에 닥칠 기후위기라는 더 큰 과제의 예행연습이라는 사실이다.

그러면 많은 지식인들이 예견했던 새로운 사회 뉴노멀은 무엇일까. 물질적인 지표로 가늠하는 GNP, GDP 중심의 성장은 끝났으며 〈저성장의 성장〉, 〈탈성장의 사회〉가 새로운 질서임을 받아들이고 수용해야 한다. 한정된 자원 속에서 수직성장이란 불가능하며 자연개발과 파괴를 초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제 〈성장이 아닌 성숙〉의 사회로의 전환이며, 〈위로 성공하는 사회〉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끼리 협동하고 돕는 〈옆으로 성공하는 사회〉이고, 자연과 이웃의 은혜 덕분임을 깨닫고 〈감사하고 고마움〉을 회복하는 사회로의 전환이다.

과거는 고정되어 있지 않다. 현재의 삶에 의해 과거는 변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우리가 전환적 질서를 선택한다면 코로나19는 인류에게 큰 선물이지만, 어리석은 선택을 한다면 인류에게 재앙이 될 것이다. 백신의 시간이 끝났다고 코로나19 이전시대로 돌아가는 시나리오는 상상하고 싶지 않다.

이 글은 2020년 6월 4일 고양신문 논설 높빛시론에 게재된 글을 일부 수정한 글입니다.

유정길

불교환경연대 운영위원장이자 녹색불교연구소소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수행공동체 정토회에서 25년 살았고, 아프가니스탄에서 개발협력활동을, 평화재단에서남북문제를 위한 활동을, 고양시에서 지혜공유협동조합을 만들어 활동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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