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기후송_작곡일지] ⑥ 기후정의 펀치_기후투쟁가1

〈월간 기후송〉의 작곡 일지 7월편(여섯 번째 곡). 이달의 노래는 ‘기후정의 펀치’라는 곡으로, 앞뒤가 다른 기업과 정부의 그린워싱 및 기후부정의를 ‘기후정의’로 날려버리자는 노래. 국가, 지역, 소득, 세대 간의 부정의를 바로 잡는 것이 기후정의라고 말하는 곡.

● 노래를 만들기까지

저는 음악가로 이렇게 노래를 만들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기후활동가로 활동도 하고 있어요. 특히 올해 초부터는, 대선을 앞두고 동료 활동가들과 ‘기후위기 기독인 연대’라는 단체를 만들어 활동을 하고 있어요.

기후정의행동 조직위 제공.
기후정의행동 조직위 제공.

단체 초기라 목표와 방향성 설정, 비영리 임의단체 등록, 홍보용 브로셔 제작, 로고 제작, 함께하실 분들의 조직 등 여러 가지 내부적으로 해야 할 일들이 많아요. 하지만 최근에는 단체를 세워가는 일보다 좀 더 집중하고 있는 활동이 있는데, 바로 〈924 기후행진〉을 준비하기 위해 만들어진 연대체인 ‘9월 기후정의행동 조직위원회’ 활동이에요.

2019년 ‘기후위기비상행동’이 만들어지고 9월 21일 대학로부터 종로까지 기후행진을 벌인 적이 있었는데, 약 6천여 명이 모인 고무적인 자리였어요. 전 세계적으로 매년 열리는 ‘기후파업’에 한국도 함께 참여한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이후 2020년, 2021년은 코로나로 인해 제대로 된 집회나 행진 등을 할 수가 없었는데, 올해 다시 대규모 집회와 행진을 기획하게 된 거예요.

2019년 당시 저도 집회·행진 팀으로 함께 행사 준비를 했었는데, 음악을 하는 저로서는 참가자가 다 같이 부를 노래가 없다는 점이 너무 아쉬웠어요. 물론 당시 기후활동 하시는 분들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투쟁가 ‘벨라차오(Bella Ciao)’를 개사한 ‘Do it now’라는 곡을 번역하여 부르고는 있었지만, 우리의 곡은 아니기에 여전히 아쉬움은 있었어요.

참고로, 당시 제가 함께 하고 있는 서울녹색당 양육자모임 ‘초록육아당’에서 에코페미니즘 동요앨범을 만들었는데, 그때 ‘Do it now’를 번역/의역하여 ‘지금 당장 시작해’란 곡을 발매했었어요. 당시 많이들 활용해 주셔서 보람이 있었어요.

〈지구별의 노래〉 앨범.  음원 및 악보 무료 다운로드 : https://youtu.be/nk_Ep_P82k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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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제에 대하여

아마도 ‘기후정의’에 대해 처음 들으시는 분들에게는 ‘기후도 어려운데, 정의까지 붙여버리면 어쩌냐?’는 불만들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저도 처음엔 쉽게 이해가 되지는 않았어요. 특히 사전적 정의를 보니 예상한 것과 달라서 조금 의아하기도 했었지요.

두산백과에 기후정의(climate justice, 氣候正義)는 “기후위기로부터 야기된 불평등과 양극화의 문제를 공정하게 바로잡는 것”이라고 되어 있어요. 뭔가 선뜻 이해가 안 될 이 정의에는 여러 중요한 의미가 숨어 있다고 생각해요.

기후위기 문제의 핵심은 불평등과 양극화이며, 이를 바로잡지 않고서는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 사진 출처 : Markus Spiske
기후위기 문제의 핵심은 불평등과 양극화이며, 이를 바로잡지 않고서는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 사진 출처 : Markus Spiske

첫째로, 보통 환경적 피해로만 생각되는 기후위기는, 사회적 문제로 분류되는 불평등과 양극화를 낳는다는 것인데요. 그런 점에서 “기후위기는 곧 사회적 위기다.”라고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폭염과 산불, 가뭄은 농사를 망치고, 이는 식량위기로 이어질 수 있고요. 식량위기는 기후난민을 낳고, 대규모 기후난민은 난민을 받아들인 국가들의 정치우경화를 심화시켜 내전이나 전쟁까지도 발생시킬 수 있다는 연구도 있어요.

둘째로, 기후위기는 어쩌면 성장주의, 자본주의 경제시스템이 낳은 결과라고 할 수 있는데, 핵심은 불평등과 양극화이며, 이를 바로잡지 않고서는 기후정의가 실현되지 않기에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에요. 자본주의는 마치 끊임없이 두 발로 굴리지 않으면 넘어지는 자전거와 같다고 할 수 있는데, 끝없이 지구 자원을 채취하여 물건을 만들어 내고 이를 소비하고 쓰레기를 만드는 과정이 결국 기후위기의 상황까지 이어졌다고 생각해요.

셋째로, 불평등과 양극화를 공정하게 바로 잡아야 하는데, 온실가스 배출의 책임이 많은 선진국들은 기후위기에 잘 대응하여 피해가 적고, 온실가스 배출의 책임이 거의 없는 국가들은 기후위기에 심각한 피해를 보는 상황에서, 이를 ‘공정하게’, 다시 말해 ‘정의롭게’ 바로 잡아야 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어요.

저는 기후위기를 처음 알았을 때 “기후정의가 바로 세워져야 기후위기 해결이 가능하다.”라는 명제가 선뜻 동의가 안 되었었어요.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온실가스를 줄이는 문제는 한 국가뿐 아니라 전 세계가 모두 힘을 합쳐야 하잖아요. 그러기 위해서는 각자의 책임소재가 분명하지 않으면 하나의 목표로 합의를 할 수 없으니, 결국 서로의 책임이 분명해지지 않고서는 기후위기 해결이 안 되겠구나 싶더라고요.

이렇게 생각하니 현재 온실가스 배출량 압도적 1위인 중국에게만 뭐라 할 수가 없고, 누적배출량이 1위인 미국에게 책임을 더 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발 더 나아가, 과거 제국주의 시절, 남미와 아프리카, 아시아 국가들을 식민지 삼은, 유럽을 비롯한 대부분 선진국이라 불리는 국가들의 책임을 더 물을 수밖에 없겠구나 싶었어요.

게다가 식민지였던 국가들의 상당수는 아직도 과거 제국들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이들 제국들은 탄소배출 및 오염과 위험을 외주화 하여 여전히 다른 방식으로 이들을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안타까워요. 이런 것을 ‘네덜란드의 오류(Netherlands Fallacy)’라고 하더라고요. 네덜란드가 깨끗한 이유는, 오염이나 탄소발생을 일으키는 산업 등을 개발도상국으로 떠넘겨서 가능했다는 것이죠.

기후정의는 총 4가지 측면에서 기후부정의를 바로 잡는 것이라 할 수 있는데요.

첫째, 대륙별, 국가별 기후부정의예요.

미국이나 캐나다, 유럽 등 대부분의 북반구 국가들은 지난 20년(1991~2010) 동안 이산화탄소는 매우 많이 배출했지만(1인당 누적 배출량), 기후위기가 국가 경제에 오히려 이득이 되었어요(호주는 예외). 반대로 남미와 아프리카, 아시아 등 남반구 국가들은 이산화탄소 배출은 적게 했지만, 경제는 큰 피해를 입었고요(내셔널 지오그래픽 by ALEJANDRA BORUNDA).

둘째, 국가 내의 지역별 기후부정의예요.

충청남도는 국내 최대 석탄화력발전소 밀집 지역이에요. 그래서 전력생산량은 매우 많지만, 실제 지역에서 소비하는 전력량은 생산량의 절반에도 못 미쳐요. 이 남는 전기는 누가 사용하느냐, 바로 서울과 경기 같은 수도권에서 사용해요. 서울의 경우 대부분의 전기를 지역에서 끌어다 쓰고 있고, 경기는 소비량의 절반밖에 생산하지 못해요.

그런데 충남에서는 석탄발전소 때문에 지역 주민들이 건강과 환경의 피해를 보고 있는데, 수도권에서는 피해 없이 전기만 쏙 끌어다 쓰고 있는 아주 부정의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어요. 핵발전소의 경우도 비슷하고요.

셋째, 소득별 기후부정의예요.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이 2015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상위 10%의 부자가 전체 온실가스의 절반(49%)을 배출하고 있고, 하위 50%의 가난한 사람들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다 합쳐도 전체 온실가스의 10%밖에 되지 않는다고 해요. 특히 가장 부유한 1%와 가난한 10%와 비교하면 1% 부자가 175배나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고 하니 정말 ‘극단적인 탄소 불평등(Extreme Carbon Inequality)’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넷째, 세대별 기후부정의예요.

1950년에 태어난 사람에 비해 2017년에 태어난 사람은 평생 배출할 수 있는 탄소배출허용량이 1.5도를 기준으로 했을 때, 약 8배나 차이가 났어요. 즉 현재 태어나는 세대들은 과거 세대에 비해 약 8배나 불편한 삶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물론 이보다 더 끔찍한 환경에서 고통스럽게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것이 가장 심각한 부정의한 상황일 테고요.

● 가사

(verse1)
앞에선 친환경, 뒤에선 반환경
쏟아내는 물건, 부추기는 욕망, 안전무시, 노동탄압
너는 탄소배출 기업
폭염보다 뜨거운 주먹맛을 보여주지

앞에선 국민편, 뒤에선 기업편
통제 안 된 권력, 하던 대로 관행, 우이독경, 국민근심
너는 기후악당 정부
한파보다 매서운 발차기를 보여주지

(chorus)
기후정의 펀치 기후정의 펀치 기후정의 펀치, 투! 쟁!
기후정의 킥 기후정의 킥 기후정의 킥, 투! 쟁!

(verse2)
남북반구 뒤집어 자산소득 뒤집어
지역간에도, 세대간에도, 부정의를 바로잡지
너는 기후정의
자본 따윈 상대 안 될 파워를 보여주지

나 이제 가노라 저 거친 광야로
쿰바야 인터내셔널 우리 승리하리라
천국 문 두드려
새 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 가사에 대하여

앞서 이번 노래 작곡 이유에 대해 밝혔듯이, 〈924 기후행진〉에서 함께 부를 노래를 만들고 싶었고, 꼭 그 행사에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기후운동의 여러 현장에서 불리면 좋을 노래를 만들어 보고 싶었어요.

물론 한 달이라는 정해진 시간 내에 만들어야 하고, 이것뿐 아니라 기후정의활동, 기후환경강의, 육아와 살림 등을 병행하면서 하려니 늘 원하는 수준의 곡이 안 나와서 매번 만들고 나서도 아쉬워하고 있어요.

보시는 것처럼 가사는 심플해요. 기업과 정부의 앞뒤 다른 행태를 비판했고, 4가지 기후부정의의 모습을 언급했고, 투쟁의 기운을 올리고 사기를 높일 국내외 유명 민중가요 및 저항노래들의 주요 부분을 따온 가사로 마지막을 채워봤어요. 함께 힘차게 부를 여러 곡 중 한 곡이 되면 좋겠어요. 그래도 간단한 설명은 필요할 테니, 가사 하나씩 말씀드려 볼게요.

“나 이제 가노라 저 거친 광야로”

이 가사는 1970년, 김민기가 작사·작곡하고 양희은이 부른 〈아침이슬〉 중 일부로, 당시 민주화를 염원하는 대학생들과 젊은이들을 대변하는 노래로 널리 불렸어요. 제5공화국 시절까지 금지곡으로 남아 있었다고 해요.

“쿰바야, 인터내셔널, 우리 승리하리라”

쿰바야(Kumbaya)는 결론적으로 “Come By Here(여기 오소서, 여기로 임하소서)”라는 뜻이에요. 초기 아프리카 선교사들이 알려준 〈Come By Here〉라는 노래가 영어에 익숙하지 못한 아프리카인들에게는 쿰바야로 들렸다고 하네요. 이후 미국에 노예로 팔려온 흑인들이 고통 가운데 하느님의 오심을 기도하는 노래로 불렸다고 해요.

국제가(國際歌) 또는 〈인터내셔널가(The Internationale)〉는 노동자 해방과 사회적 평등을 담고있는 민중가요로, 프랑스어 원 가사는 외젠 포티에(Eugène Pottier)에 의해 1871년 파리코뮌이 시기에 쓰여졌고 피에르 드제테르(Pierre De Geyter)가 1888년에 곡을 붙였다고 해요.

〈우리 승리 하리라(We shall overcome)〉는 미국 흑은 민권운동 당시 활발히 불려진 노래로, 지금의 리듬과 멜로디로 다듬고 또 널리 알린 사람은 포크 뮤지션 가이 캐러원(Guy Carawan)이에요. 편견과 불의에 맞선 싸움 현장에서 언제나 불렸고, 80년대 한국에서도 김민기가 번역하여 민주화운동 때 자주 불렸다고 해요.

“천국 문 두드려”

이 가사는 밥 딜런(Bob Dylan)의 〈Knockin’ On Heaven’s Door〉란 노래의 제목을 그대로 가져온 것으로 밥 딜런 최고의 명곡 중 하나로 꼽히는 노래인데, 그는 반전주의 음악의 대표주자로 불린다고도 해요.

“새 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이 가사는 그 유명한 광주민주화운동을 대표하는 노래 〈임을 위한 행진곡〉의 일부예요.
가사의 원작자는 백기완, 작곡자는 김종률이고, 5·18 광주민주화운동 중 희생된 윤상원과 노동운동가 박기순의 영혼결혼식을 위하여 1981년 작곡되었다고 해요.

이렇게 여러 노래들을 언급한 이유는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대응은 국가, 인종, 성별, 계층 등 모든 이들이 차별없이 하나로 협력하여 힘을 모아야 하기 때문에, 역사 속에서 그러한 역할을 해왔던 노래들을 제가 아는 수준에서 언급해 보았어요.

● 악보

● 작곡에 대하여

일종의 ‘기후투쟁가’ 같은 게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는데, 그런 거창한 대접을 받기엔 아직 아쉬운 점들이 많아서, 이번엔 그냥 할 수 있는 만큼 하자는 마음으로 만들었어요.

Rock을 기반으로 하여 덥스텝 루프(음원들 모음)를 활용했어요(게러지밴드 live loops 모드).
블루스(blues)의 전형적인 구성과 멜로디이고, 여느 투쟁가처럼 우리가 싸울 주체를 명확히 하고, 우리가 바라는 사회의 모습과 승리를 다짐하는 내용의 노래에요.

할 수 있다면 펀치(주먹)와 킥(발길질)을 날리는 것도 해보면 좋겠다 하는 생각으로 후렴가사를 붙여봤어요. 가사가 없는 부분에서는 ‘기후정의’ 같은 구호를 외칠 수 있게 배치했고요. 현장에서 노래와 함께 기후정의의 주먹과 발길질을 날리는 상상을 해봅니다. ^^

많이 불릴 수 있는 노래 중 한 곡이 되면 좋겠고, 앞으로도 종종 만들어 볼 생각이에요. 물론 특정 목적으로 노래를 만들게 되면 직접적인 표현이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문학적 효과를 내기 어려워지면서 상대적으로 ‘예술성’은 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특정한 목적이 있는 노래와 예술성은 반비례 한다고 해야 할까요. 어쩌면 고수들은 이 둘의 조화를 이루게 할 수 있는 분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풀고 싶은 숙제 가운데 하나예요. 아무튼 함께 힘차게 부를 여러 곡 중 한 곡이 되면 좋겠어요.

● 노래 듣기

김영준

- 다양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때론 제가 누군지 헷갈릴 때가.. ^^

- 예술가(음악가)
1인조인디밴드 ‘하늘소년’이란 별명으로 오랫동안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해 왔고, 밴드앨범을 제외하고 여섯 장의 개인 앨범을 발매했습니다. (EP앨범, 싱글앨범)

- 종교인
모태 신앙으로 어릴때부터 교회생활을 했습니다. 물론 평범한 기독교인은 아닙니다.

- 정치인
녹색당에서 20대 총선 후보로 뛰었고, 서울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으로 활동한 후, 현재는 기후정의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기후위기비상행동’에서 활동했었고, 현재는 ‘기후위기 기독인 연대’를 만들어 기후활동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 기후환경강사
청소년, 성인 등 다양한 대상과 기관에서 기후환경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 남편과 아빠
아내와 두 아들(6세, 3세)이 있고,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게 된 후로는 아이들에 대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라도, 남은 인생을 여기에 걸어야겠다고 마음먹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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