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다는 핑계로 한동안 살림을 소홀히 했었다. 아무리 쓸고 닦아도 티 안 나는 게 살림이기에 더 손을 놔버리게 된 것이다. 가치 있는 것을 추구한다고 하면서 점점 일상의 살림과 멀어지고, 관념에 빠져 살다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가장 오랜 시간을 머무는 공간을 잘 가꾸는 것이야말로 진짜 수행처가 아닐까 라는 생각에 집안부터 다시 손보기 시작한다.
일단 천천히 집안을 둘러보니 한숨부터 나온다. 대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 걸까. 일단은 고요하게 마음을 집중하고 글을 써야 하는 장소부터 정리를 좀 해보자. 매번 쳐야지 하면서 결국엔 한 달에 몇 번 열지도 않는 전자피아노를 다른 방으로 옮겨 놓는다. 책장을 들이고, 음지식물들, 책, 돌, 액자, 오랫동안 함께 한 물건들도 옆방에서 이사시킨다.
낑낑거리며 짐을 나르고, 청소하고, 버릴 건 버리고 하다 보니 금세 허리가 아프다. 잠깐 누워서 쉬어야지 하면서 청소도구를 내려놓고, 은근슬쩍 쇼핑몰을 뒤져본다. 어쩜 이렇게 예쁜 살림살이들이 많을까. 정신을 쏙 빼놓는 쇼핑몰에서 정신을 차리고 간신히 빠져나왔다. 멀쩡한 물건들을 지겨워졌다고 치워버린다는 게 좀 미안해졌다. 한때는 어여쁘다고 바라봐주고 내 집에 들였던 아이들인데…
그냥 있는 것들을 재배치하기로 한다. 베란다에 말려놓기만 하고 방치한 장미 제라늄 잎들도 잎사귀 모양 나무 그릇에 담아놓는다. 특유의 은은한 레몬향이 코를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살며시 방안에 스며든다. 집안 배치를 바꾸니 고양이 알로도 덩달아 신나서 까불어대니 흐뭇해진다.
오랜 세월 함께한 식물들과 물건들에 정이 들었으면서도 좀 지겨워졌는데, 배치를 다시 하니 좀 색다르게 보이고 마음이 상쾌해진다. 그러고 보니 사람과의 관계도 비슷한 것 같다. 소홀해지는 관계도 마음에서 재배치시켜보면 좀 다르게 보일까?
법구경 – 마음의 장
모든 현상의 경험은
마음이 앞서가며 일어나
마음이 으뜸이고 마음이 만든 것이다.
더러운 마음으로 말하고 행동하면
고통이 그를 따른다,
수레바퀴가 소의 발자국을 따르듯.
모든 현상의 경험은
마음이 앞서가며 일어나
마음이 으뜸이고 마음이 만든 것이다.
깨끗한 마음으로 말하고 행동하면
행복이 그를 따른다,
그림자가 떠나지 않듯이.
한글.빠알리.영어 대역
한글번역: 뉴욕정명사 도신스님